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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의 배 만드는 사나이

미국이나 유럽의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든 보트를 국내에서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라보드 우든보트의 대표 이경진이다. 조선업이 태동한 도시, 부산 영도에서 그는 나무를 다듬고 깎아 자신만의 보트를 만든다.

직업
우든보트 빌더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Q. 우든보트에 대한 수요가 없어도 괜찮을까?
국내 레저용 배 시장이 작은 편이다. 그마저도 FRP(섬유 강화 플라스틱)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배가 주로 판매된다. 그래서 우든보트 자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라보드 우든보트에서 제작한 배 두 척은 체험용으로 직접 사용해 보고 있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매년 한 척의 배를 만들자’라는 처음의 목표를 잊지 말자. 게스트 하우스와 관광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배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다.

라보드 우든보트 라보드 우든보트

첫눈에 반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나무로 배를 만드는 경우를 처음 보았어요. 어떤 배를 만들고 있나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무로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9년에 회사를 차려 지금까지 두 척의 배를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배인 세투스는 제주도에, 두 번째 배인 월러스는 영도에 있습니다. 모두 레저용 보트로, 주로 가까운 바다에서 여가를 즐길 때 사용해요.

나무로 배를 만드는 일을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목공을 취미로 즐기는 9년 차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어느 날 아내가 국내 청년들이 나무로 보트를 만들어 광화문에 전시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여주었어요. 광화문에서 실제로 배를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경남 통영 욕지도와 부산 영도에서 보내서 낚싯배는 자주 보았는데, 광화문에 전시된 배는 영화 속에서 본 듯한 클래식 스타일의 멋진 보트였어요. 곧장 퇴사를 결심하고 2014년에 강원도 원주의 선박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원주 선박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웠나요?
나무로 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직업 학교인데, 2년 과정이에요. 가구나 소품을 만들던 것과 달리 배를 만들 땐 익혀야 하는 기술이 훨씬 다양해요. 규모 자체가 다를뿐더러 안전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니 디자인을 할 때도 그에 맞춰 구조를 설계하고 재료를 선택해야 해요. 전기, 용접, 도장 기술 등 전문적인 기술도 필요하기 때문에 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죠. 라보드 우든보트도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 4명이 한 팀으로 활동 중이고 그 외 필요한 부분은 외부 인력으로 해결해요.

한 척의 배를 만드는 과정은 어떠한가요?
우선, 배를 어디에 띄울지를 정한 후 그에 맞춰 배를 디자인해요. 정박하는 해안의 특징에 따라 배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디자인을 한 후에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 안전성 테스트를 한 뒤 설계에 들어갑니다. 배 아랫부분부터 만드는데, 뒷면부터 만들고 이를 뒤집어 케빈을 지어줘요. 케빈을 만드는 일은 작은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해요. 이 과정이 6~8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나는야 영도 사나이

많은 항구 도시 중 영도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도는 국내 최초로 엔진이 있는 배를 만든 지역이에요. 일제 강점기 시절, 영도 깡깡이마을에 생긴 다나카 조선소가 국내에서 최초로 엔진이 있는 배를 만든 곳입니다. 1970~80년대에는 한진해운이 자리해 조선업이 번창했고요. 지금은 인구 소멸 지역이지만 그 당시엔 영도 인구가 무려 30만 명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큰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거제도와 울산으로 옮겨 가고 작은 배에 대한 수요는 줄면서 영도는 쇠락했죠. 이런 역사적 배경에 이끌려 영도에 자리 잡았어요.

작업실이 자리한 봉산마을은 조선업에 종사하던 분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들었어요.
이 작업실도 일제 강점기에 조선소 관리자가 살던 집이었어요. 2019년 영도구에서 시작한 ‘빈집 줄게 살러 올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5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했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도시 재생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배 만드는 일과 이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영도와 배 만드는 일을 연결시킨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두 번째 배인 월러스는 영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어요. 큰 배를 끌어 항구로 들어오는 역할을 하는 예인선이 영도에 많은데, 예인선의 형태를 본떠 동글동글한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월러스는 물범이란 뜻인데, 물범은 얼음을 송곳니로 깨며 앞으로 나아간대요. 그런 물범처럼 지금은 얼어붙어 있는 영도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미니어처 월러스를 만들 수 있는 키트도 제작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크기는 작지만 배 만드는 과정을 충실히 따라 만든 키트였죠. 참여한 사람들이 너무 어려워해서 현재는 배 모양 화분 만들기 클래스만 진행 중이에요.

클래스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저희가 운영 중인 게스트 하우스인 ‘하버하우스’에서 진행하는데요. 배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우든보트의 매력에 대해 알리고 있어요. 처음 배를 만들며 제가 느낀 즐거움을 영도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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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든보트 빌리지를 꿈꾸며

영도뿐만 아니라 제주도에도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 중인데, 게스트 하우스는 어떻게 열게 되었나요?
우든보트를 만드는 일로는 수익을 낼 수가 없어요. 미국이나 유럽에는 취미로 배를 타는 사람이 많은 데 반해 국내에서는 소수만이 즐기고 있어, 수요가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했어요. 손님들에게 저희가 만든 배를 알릴 수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번 돈은 모두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직업을 이어가기가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내 손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어 물에 뜰 수 있는 운송 수단을 만들어냈다는 쾌감. 엄청난 걸 창조한 기분이 들어요. 무엇보다 아름답잖아요.(웃음) 흔히 보이는 알루미늄이나 FRP 재질의 보트에선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따뜻함이 매력적이에요. 내가 느끼는 이 매력을 다른 사람도 경험해 보면 알게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홍보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든보트에 관심이 많아지면 제작자도 늘어나고 다시 영도에 작은 조선소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처음 영도에 올 때부터 우든보트 빌리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과거 조선업이 흥했던 때처럼 영도의 바닷가에 우든보트 제작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래프트 공방이 모이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북적이면 점점 그곳에 카페나 바, 식당도 생겨나겠죠. 영도에 살수록 정이 많이 들어서 앞으로도 이 도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라보드 우든보트 이경진 대표 라보드 우든보트 이경진 대표

Editor Kwon Areum

Photographer Lee Ju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