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일하기 위해 모인 곳이잖아요. 동료와의 관계가 꼭 좋아야 할까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회사 내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스스로의 마음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에 모인 거잖아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하겠죠. 특히 제가 이끌고 있는 마인드웨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학습지와 서비스를 만들기에 팀원들의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돌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해요.
팀원 간의 마음 돌봄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요?
‘우리들의 마음 돌봄’이란 이벤트를 비정기적으로 진행해요. 프로그램 내용은 매번 바뀌는데, 어떤 달에는 차드 멍 탄의 명상법을 따라 팀원 중 한 명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을 했어요. 행복을 빌어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편지를 적어 공유했는데요. 타인의 행복을 바라면서 나 역시 행복해진다는 걸 깨달았죠. 대부분 학습지나 콘텐츠를 통해 고객분들에게 전한 메시지나 미션을 실천해요. 그 외에도 ‘행복 접수처’라고 해서, 회사 생활에 대한 설문 조사를 분기별로 해요.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대표인 저와 일대일 미팅을 하는 시간도 갖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네요. 팀원들 반응은 어때요?
일대일 미팅이나 행복 접수처를 통해 팀원들이 우리 조직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우리의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줬어요. 리더의 방향성을 이해하기에 함께 우리 조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게 된다고도 하더라고요.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하는 거죠. 매주 팀원 개개인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에요. 멀리 볼 땐 시간을 아끼는 일이기도 하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진행 중인데요. 어떻게 소통을 유도하나요?
작은 단위로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데요. 이때 두 가지를 약속해요. 첫째는 비밀 보장, 둘째는 내가 편안한 만큼만 이야기할 것. 마음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엄청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해요.
하지만 도저히 못 참겠는 감정도 있잖아요.
이 이야기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세 가지 단계를 거칠 것을 권해요. 우선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정리해 보세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을 듣고 화가 났을 때, 그 말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슬픈 걸 수도 있어요. 다음으로는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 보세요.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 사람과 더 잘 일하기 위해서잖아요. 내가 하는 말의 목적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표현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언제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 보세요. 제 경우에는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당신과 더 잘 지내고 싶어서’라는 말을 꼭 해요. 또 비언어적인 표현에도 주의해야 해요. 좋은 말을 하면서도 한숨을 쉬거나 인상을 쓰면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을 테니까요.
직급에 따라 서로 어떤 태도로 대화해야 할까요?
어떤 직급을 불문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경청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거든요. 팀원이 팀장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를 갖고 하는 거예요. 후임의 태도나 생각이 바뀌면 좋겠다면 이 사람의 말을 들어주세요. 반대로 후임은 상사의 말을 들으면서 당신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유난히 지친 동료가 있다면 팀이 영향을 받기도 하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본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힘든 상황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해요. 저희 팀원도 제가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으면 “유진 님 잠시 멈추세요”라고 말해 줄 때가 있어요.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되어요. 일에 몰입하고 있을 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잃곤 하거든요.
팀 내에서 겉도는 동료도 있잖아요.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소한 대화부터 나눠보세요. 마침 회사는 공동의 목표, 즉 공통된 관심사가 있으니까 요즘은 어떤 일을 하는지, 일하면서 어렵거나 고민되는 건 없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주말에는 뭐 했는지 같은 스몰 토크로 이어가는 거죠. 마인드웨이는 스몰 토크를 늘리기 위해 아침에 출근하면 각자 상태를 온도로 표현해 공유해요. 덕분에 점심시간에 할 이야기가 생겨요. 오늘 기분이 왜 안 좋은지, 혹은 왜 좋은지를 묻고 답하며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죠. 상대를 알면 이해하게 되고, 소통이 더 잘되고,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도 높아져요.
조직 문화를 개인이 바꿀 수 없을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내 마음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요?
마음을 돌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예요. 검열하지 않고 내 감정을 와르르 쓰는 거죠. 저는 매일 일기를 쓰며 감정을 많이 해소하는데요. 때때로 회사에서 갑자기 어떤 감정이 확 올라와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땐 노션에 ‘알아차림 일기’를 쓰는데, 내 감정을 털어놓고 나면 홀가분해져요.
감정 일기를 쓰다 보면 원인을 알게 될 텐데요. 그걸 바꾸지 못하고도 해결이 될까요?
심리 상담에서 원인을 분석하는 일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원인과 해결법의 인과 관계가 언제나 일치하진 않아요. 예를 들어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를 없애는 게 답일까요? 주말에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걸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죠. 그래서 마인드웨이에서 제작하는 학습지도 원인보다 해결법을 찾는 데 중심을 두고 있어요.
유진 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올여름에 번아웃을 겪었어요. 그 일로 내 몸과 마음을 챙겨야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운동과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을 해야 할 시간이 되면 일을 딱 끝내요. 운동을 하고 나서도 여유가 있다면 일을 더 하는 거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니까,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더 잘 일하고 싶다면 마음 돌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양치하듯, 매일 꾸준히 돌보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습관화하면 좋겠어요.
Interviewee 마인드웨이 김유진
전문 심리 상담가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학습지 ‘마음돌봄키트’를 만드는 마인드웨이를 이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회사인 만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조직을 지향한다. 그래야만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