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시작된 기획은 나만 재밌지 않을까요?
타깃이 분명할 땐 보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타깃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보는 사람부터 떠올리면 기획이 막연해져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대상보단 실존하는 나로부터 기획을 시작해 보세요. ‘나는 어떤 걸 좋아하지?’, ‘내가 보고 싶은 건 뭘까?’, ‘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에서부터 출발하면 훨씬 수월할 거예요.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시작하니 동력도 생기고요.

나로부터 한 기획을 회사 일에 접목시킨 적이 있나요?
‘뉴그라운드’라는 브랜드이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겪는 소소한 일과 시행착오를 뉴스레터로 보내고 있어요. ‘브랜드 시트콤’ 콘셉트로 제가 일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기반으로 작성해요.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브랜드 뉴스레터로 보내도 될까 걱정했는데, 독자들이 브랜드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떠올리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요.
‘넌 뭘 제일 좋아하니?’란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경험을 저도 해봤어요. 무작정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그럴 땐 휴대폰 사진첩에 어떤 사진이 많은지 살펴보거나, SNS에 내가 최근에 올린 게시물을 살펴볼 것을 추천해요. 내가 무의식적으로 쌓아온 것들 안에 씨앗이 있어요. 저는 몇 달 전 한 기록 플랫폼에 꾸준히 기록을 했는데요. ‘커뮤니티’와 ‘노동’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 보고 요즘 내 관심사를 알게 됐어요.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이 선행되면 좋겠죠.

때로는 내 관심사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너무 평범해 보이기도 한데요. 
똑같은 주제로 기획을 하더라도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각자가 살아온 시간이나 경험한 내용,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 기획하는 방식이 다를 테니까요. 씨앗은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콘텐츠가 되었을 땐 나만의 고유함이 담길 거예요. 

관심사를 찾은 뒤엔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요?
저는 마인드맵을 활용해 키워드를 확장하고 쪼개요. 콘텐츠 만드는 일을 예로 든다면,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게 있는지 써보는 거예요. 그다음에 각 이야기를 전개할 방식을 모두 적어요. 여기에 적합한 플랫폼과 필요한 것도 함께 생각해요. 마인드맵을 할 때 중요한 건 최대한 자유롭게 상상하는 거예요.

상상할 땐 재밌는데 막상 기획안을 만드는 건 귀찮기도 해요. 그냥 바로 일을 시작하면 안 되나요?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완벽하다고 종종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기획안을 쓰다 보면 빈 곳이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되어요. 기획안으로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은 실제 결과물을 만들 때 어려움을 겪게 되는 점이기도 해요. 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명료해질 거예요. 또 가끔 결과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내가 이걸 왜 시작했더라?’라는 혼란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처음 작성한 기획안이 유용한 길잡이가 될 거예요. 꼭 애초의 기획안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이 어딘지는 확인할 수 있어요.

회사 기획안과 개인적인 프로젝트 기획안의 작성법은 다를 것 같아요.
기획의 구성 요소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기획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개인 프로젝트는 나 혼자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으면 충분하겠지만, 회사에선 협업하는 동료가 존재하기에 모두가 이해하고 알아볼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해요. 기획의 맥락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쓰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