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배달 음식, 인스턴트식품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비건을 실천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비건 식당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를 운영하는 무어는 “비건은 어렵고 번거로운 게 아니라 나와 지구 모두가 건강해지는 놀이”라고 소개한다. 제철 식재료와 기본 채소를 활용하는 법부터 시작하는 쉽고 편안한 비건 라이프.

그 무엇도 해치지 않는 삶

무어가 비건을 지향하며 실천하게 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친구가 우연히 굿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동물을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그저 인간의 필요와 즐거움을 위한 도구로 취급되는 현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물을 섭취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였다. 고기가 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공장식으로 사육된 동물들은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이 고통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비건의 삶으로 이어졌다.

비건을 시작하며 가장 달라진 건 매일 먹는 끼니였다. 예전부터 요리를 좋아했지만 비건을 하며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순간이 더 많아지고 다양한 제철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맛을 알아가며 미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도 경험하게 됐다. 가장 신선한 제철 재료로 나와 지구를 해치지 않는 음식을 만드는 시간은 어느새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어 있었다.

제철 식재료가 전하는 맛 너머의 행복

비건을 지향하며 ‘밥을 먹는다’는 게 그저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행위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비건 식당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에는 제철 식재료를 기본으로 한 비건 메뉴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을 시작하면 먹는 것이 제한되고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어는 선택지가 없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음식과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 뒤편에 숨겨진 선택지를 보지 못했던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 선택지를 찾기 위해서는 세상을 좀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찾아낸 건강한 먹을거리가 제철 식재료였고, 이는 요리의 맛과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식단에서 시작한 이런 변화는 내 몸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잘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게 만들며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무어는 비건을 시작하기에 앞서 완벽하게 비건의 기준을 지킨다는 강박 관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건을 지향하는 태도가 몸에 익기 전에 기준에만 집착하게 되면 쉽게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건은 그저 먹는 것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식단부터 내 삶의 태도까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일이므로 압박감은 덜고 하루하루 실천하는 기쁨을 느껴보라고 조언한다. 보다 세심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비건의 삶을 통해 내가 달라지고, 이 세계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것을 느껴보길 소망한다.

Interviewee 무어
비건 식당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를 운영하고 있다. 나와 함께 사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몸과 마음을 건강히 채우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태도가 비건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의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비건 요리를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 EditorYang Yeolmae
• IllustratorEom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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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Mo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