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책상의 시간
‘책상의시간’은 책상 앞에서 저마다의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의 ‘시작’과 ‘지속’을 조명합니다. 책상 앞에서 쌓인 시간의 이야기로 영감과 용기를 전할게요.
꿈은 결국, 매일을 성실히 살아낸 사람에게 남겨지는 기록이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AI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ABCDEdu’를 창업한 데스커 베이스캠프 멤버 한서현은 어린 시절부터 스타강사라는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간직해온 꿈이 더 이상 자신이 그리던 미래와 닿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는 과감히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섰다. 책상 위에서 수없이 많은 가설을 올려놓고, 그 가능성을 하나씩 검증해왔을 실험 같은 시간들. 이제 한서현은 창업가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점차 심화되는 AI교육 접근성에 대한 지역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AI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들을 돕기 위한 교육 서비스를 만들어간다. 오늘도 그의 책상 위에는 어떤 가설과 검증이 반복되고 있을까. 그 치열한 실험의 기록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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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를 하려면 아주 오랜 과거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한 개인으로서의 한서현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었는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단 부를 이뤄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사회인으로서의 한서현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저는 수학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고, 부를 이루고,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스타강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명확하게 알고 계셨네요.
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스타강사를 목표로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서 강사로서의 삶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꿈꿨던 일을 하다 보니까 뉴스에서만 보던 현실이 온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AI의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 저출산 이슈 등으로 학원에 공실이 생기고, 매년 수강하는 학생의 수가 백 명씩 줄어든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들려왔어요.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이었는데 많은 생각이 드셨겠어요.
스타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좇으며 사는 삶이 공허하고 비전이 없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진로 고민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새로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대학원에 들어와 독학을 시작했던 것이 바로 AI였는데요. 어떤 주제로 논문을 써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AI를 접목한 산업 분야를 찾아보면서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했어요.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며 AI, 그리고 창업이라는 두 개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신 거군요?
네, AI도 전혀 몰랐고, ‘사업’의 ‘사’자도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살면서 꿈꿔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죠. ‘문제를 정의하고, AI라는 도구로 솔루션을 도출해 세상을 혁신한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공유하는 이 명제에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그럼 나도 AI를 배웠으니까 이제 창업이라는 걸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거죠.
그럼 어떻게 지금의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되셨나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중고등학생들에게 AI의 수학적 원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논문을 써서 석사학위를 받았었어요. 이 논문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수학적 기초’라는 수업을 기획해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제안을 했는데 심의가 통과되어 교육청이나 지자체를 통해 공교육 현장에 수업 홍보가 되었고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수업 신청이 들어온 학교에 출강을 하게 됐어요.
이후 2022년 11월, 그 유명한 ChatGPT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 2023년 ‘ChatGPT의 수학적 기초’라는 수업을 추가 개설했는데, 이 수업이 공교육 현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소위 대박이 난 거예요. 여기서 사업의 기회를 본 거죠.
지금 창업한 회사의 씨앗을 발견했던 거네요!
손주은 회장님이 대치동의 고퀄리티 교육을 인터넷 강의라는 프로덕트로 만들어서 사업화한 게 메가스터디잖아요. 나는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중고등학생 AI교육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프로덕트로 만들면 사업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가지게 됐죠.
씨앗을 발견했지만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나 봐요.
창업을 해야겠다는 방향성도 정해졌고, 아이템도 찾았는데 한 가지 벽에 부딪혔어요. 보통 창업의 3대 요소라고 하면 시간, 사람, 돈, 이 세 가지를 얘기하는데요. 시간이야 몸을 갈아 넣으면 되고, 돈이야 유망한 아이템으로 투자 받으면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인 거예요. 주변에는 사범대 나온 친구들만 있었으니까, 창업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고 싶었죠.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콴다’라는 서비스를 창업한 에듀테크 업계에서 유명한 대표님이 계신데 서울대학교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저도 같이 창업할 사람을 찾으러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된 거죠.
서울대 창업 동아리 출신의 성공한 스타트업들도 많던데, 그 네트워크만 해도 엄청나겠어요!
저희 동아리가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단체거든요. 단순한 동아리 수준이 아니고 정부, 기관, 기업 등 다양한 벤처 생태계의 관계자들과 협업하며 창업가라는 꿈을 정말 실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곳이에요. 이투스, 헤이딜러, 오늘의집, 콴다, 모트모트 등의 창업가들이 모두 저희 동아리 출신이고요.
동아리를 시작하면서 창업도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나요?
네, 작년이 제 인생의 분기점이 되어준 시간이었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창업가들의 언어와 문법을 배우고, 이 모든 것들을 지식으로만 배운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뛰고 실행하며 배웠어요. 직접 내가 생각하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보고, 투자자들 앞에서 IR 발표도 해보고요. 그리고 올해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웃음)
와, 정말 축하드려요! 일 년 만에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결실을 만들어내셨네요!
감사해요. 이제 시작이죠. (웃음)
앞으로는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지방에서 AI교육 문의를 받을 때마다, 강사료 부담으로 인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서울과 지방 간의 교육 격차를 절실히 느꼈고, 이를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배경에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적절한 AI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데이터 문맹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이 제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앞으로는 AI와 데이터를 아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 진로 선택, 역량 등에서 큰 차이가 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차이가 벌어질 거라고 예측하시는 걸까요?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내일까지 정리해야 하는 기획안이 있는데 프롬프트만 잘 쓰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AI가 다 정리해 주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밤을 새워도 기획안을 다 쓰지 못할 수도 있겠죠. AI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면 나라는 사람 한 명이 더 생기는 셈이니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AI에만 너무 의존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AI 시대가 될수록 오히려 전통적인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AI라는 도구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그 기반이 되는 사고력, 문해력, 문제해결력 같은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AI의 원리와 한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기술을 잘 활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는 게 중요하겠네요.
제가 창업한 ABCDEdu라는 회사 이름도 그런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A는 AI, B는 Bigdata, C는 Coding, D는 Domain의 약자인데요, 각자 관심 있는 Domain에 AI 기술과 Bigdata, Coding 역량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 위주로 제공하고 있는 저희 교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산해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AI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교사들이 전문적인 AI를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툴을 개발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 회사의 핵심 사업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학생들을 위한 AI교육 콘텐츠 서비스이고, 둘째는 교사들을 위한 교육용 툴을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한국에서 성공시키고 나라별 현지화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현 님의 열정을 보니 곧 그런 시기가 찾아올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창업을 한 지 2년 차가 되었는데, 요즘 느끼는 생각이나 고민들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요.
일상에서는 보통 제가 항상 잘 웃어서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텐데, 살짝 우울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제 개인으로서의 한서현의 삶은 사실 지금은 좀 체념을 한 상태예요. 몇 년 간, 창업의 세계에 눈뜨면서 앞만 보면서 달려왔어요. 사업을 구상하고 ABCDEdu라는 저의 자식 같은 회사를 만들고, 동아리에서도 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도 있고, 학교에 나가서 수업도 하고, 창업 경진대회를 준비하고, 이런 저런 스케줄을 하다 보면 잠을 잘 시간도 없이 바쁘거든요. 이게 제 스케줄인데요.
빈틈 없이 빽빽하네요! 정말 숨 쉴 틈 없이 바쁘시겠어요.
사실상 휴식이라는 건 사치죠. 너무 바쁘니까 차 안에서 자는 일도 많고요.
그럼 스트레스는 보통 어떻게 푸시나요?
스트레스를 푸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고요,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꾸준히 해요.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맑아지거든요. 제가 누릴 수 있는 잠깐의 사치라면 음악을 듣는 시간 정도랄까요. 외부 일정을 위해 운전할 일이 많은데, 운전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떤 일이든 그 일에 집중해야 하는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시기가 지나면 개인으로서의 한서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거라고 생각해요.
네 맞아요. 그래도 창업이라는 이 길이 저한테 잘 맞고 즐겁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여기, 데스커 베이스캠프 덕분에 좋은 공간도 지원받아 동료들이랑 서로 의지하며 이 시기를 보낼 수 있기도 하고요.
* ‘데스커 베이스캠프 with 논스’(이하 ‘베이스캠프’)는 미래 혁신가가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국내 주요 창업 커뮤니티와의 연합을 통해 창업가들의 도약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환경을 제공합니다. 매년 150명의 창업 희망 학생을 선발해서 1년 수료제 형태로 집중 운영, 관리하며 전문가 멘토링, 기술 워크샵, 네트워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데스커 베이스캠프 자세히 보기)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현 님에게 책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일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 창업가로서 저에게 책상은 실험실이에요. 저희가 매일 하는 회의는 어떤 기능을 만들고 나서 이 기능이 작동할지 일단 가설을 세우는 거예요. ‘이런 툴이 있으면 교사들이 수업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하면 학생들이 더 재미있게 수업을 듣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그 가설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 학교에 가서 실행을 해보고, 다시 돌아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정말 작동을 했는지 반복해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요. 가설과 검증의 반복. 책상은 제게 매일 실험실이 되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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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현의 책상 위에는 오늘도 새로운 가설이 펼쳐지고 있다. 늘 정답보다는 질문을 먼저 떠올리며, 더 나은 교육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길. 창업이라는 거대한 실험에 몸을 던진 그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고 있다. 어쩌면 ‘꿈’이란, 그렇게 날마다 검증해가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 데스커 베이스캠프 멤버 한서현 님의 인터뷰 영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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