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42] 미도리의 작고 귀여운 세계
[00:43-01:35] 세상에 하나뿐인 굿즈
[01:36-02:19] 내가 푹 빠져 있는 것들
[02:20-02:45] 나의 성장은 별거 아니라는 자신감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곳에 있어도, 공간에 담은 진심은 결국 전해지기 마련이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할 수만 있다면! 카페 겸 소품 숍인 미도리 작업실의 위치는 흔히 말하는 ‘인기 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경기도 동두천의 오래된 아파트 상가 2층에 자리한 이곳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곽보미 대표가 진심을 담아 완성한 작고 아름다운 가게를 직접 눈으로 담고 싶어서다.
3년 전, 취업 준비생이던 곽보미 대표는 조금 충동적으로 미도리 작업실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속 ‘평범한 것들을 모아 비범함을 만든다’는 문장을 떠올리고, 이 메시지를 실현해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고는 평소 애정을 갖고 있던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직접 제작한 캐릭터 굿즈로 자그마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손님들은 미도리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친다. “너무 귀여워!”
그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대상을 이미지나 물건으로 만들길 즐겼다. 초등학생 시절, 게임 ‘동물의 숲’에 푹 빠진 나머지 포토샵을 배워 동호회 카페의 배너와 스킨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중고등학생 때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비공식 굿즈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때의 작업이 미도리 작업실의 전신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미도리 작업실의 초창기 슬로건은 ‘알아줄 때까지’였다. 누군가 새 아이템이 예쁘다고 알아줄 때까지, 미도리 작업실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때까지. 그런데 가게의 규모와 인지도가 처음 세운 목표에 도달하자 불현듯 번아웃이 찾아왔다. 인생에 흥미로운 게 별로 없다고 느끼던 시기에 곽보미 대표는 야구를 만났다.
몰랐던 야구가 점점 궁금해지고, 경기를 볼수록 더 빠져들고,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야구에 몰입하던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푹 빠질 만큼 좋아하는 존재가 있어야 행복한 사람이구나!’ 야구라는 새로운 관심사를 바탕으로 휴대폰 케이스, 키링, 티켓 홀더 등 신상 아이템 제작에 돌입하자 거짓말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사계절 다르게 즐기는 취미 역시 그의 에너지원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사진을 찍고, 여름에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가을에는 글을 쓰고, 겨울에는 뜨개질을 한다. 가게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기록하거나 다음 캐릭터 굿즈를 위한 영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 평범하고도 특별한 취미들은 작은 가게 안에서 반복되는 그의 일상에 자유로움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곽보미 대표가 미도리 작업실을 운영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바로 모든 일에 ‘별거 아니네’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이다. 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지만, 별거 아닐 거라는 각오로 하나씩 부딪혀 보니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나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미도리 작업실에 온 사람들이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각자의 평범함이 담긴 가게가 많아진다면 그게 바로 특별한 세상 아닐까요?” 우리의 평범함은 모두 저마다 다른 모양을 지녔다. 그렇기에 나만의 평범함은 곧 비범함이 될 수 있다. 그 존재 자체로 푸르게 빛나는 미도리 작업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