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시기
2015년 선배의 작업실에서 물려받은 튼튼한 책상, 2016년 문화역 서울 전시 후 입양한 검은 책상, 2021년 상수동 작업실 앞에서 입양한 합판 책상.

책상과의 시간
바닷가에서 채집한 뉴 락 표본들을 올려놓고 배열한다. 뉴 락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컴퓨터에서 확인하고 편집한다. 논문과 기사를 읽으며 온갖 정보도 수집한다. 요즘은 그림을 자주 그린다.

책상 앞 루틴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앱 ‘미세미세’를 확인한 뒤 공기가 좋으면 창문을 열고, 좋지 않으면 공기 청정기를 튼다. 작업 전에 오늘 해야 하는 작업을 파악한 뒤, 작업에 맞는 도구들을 세팅한다. 디지털 드로잉, 펜드로잉, 연필드로잉, 사진 촬영 및 편집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몰입하는 주제
바닷가에서 풍화작용을 겪어 닳고 닳은 플라스틱 쓰레기인 ‘뉴 락’ 그리고 심각한 환경오염 지역에서 살아남도록 유전자가 진화한 동식물들.

성장의 원동력
나의 몸과 마음을 더 아끼고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 또한.

장한나 작가는 카메라와 포대자루, 장갑을 들고 전국 팔도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다. 그가 천착하는 것은 오랜 세월 풍화를 겪어 본모습을 잃어버린 괴이한 플라스틱 조각들이다. 이 변형 플라스틱을 모은 ‘뉴 락’ 시리즈를 통해 쓰레기 문제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상수동에 있던 6평 남짓한 작업실보다 훨씬 넓은 이곳에 책상을 3개나 들여놓았다. 그 위에 바닷가에 굴러다니던 쓰레기들이 감각적으로 전시돼 있다. 그가 고른 쓰레기들은 미적으로 아름답다. “이 오브제들에 ‘뉴 락’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서예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소비하고 싶은 예쁜 이미지에 끌리죠. 저마다의 미감이 있는 쓰레기를 수집해 미학적으로 전시하는 건 그래서예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대중에게 가 닿고 싶어요.

장한나 작가의 ‘뉴 락’들은 종류에 따라 구분돼 있다. 풍화를 겪어 둥그렇게 깎인 스티로폼, 햇볕에 녹아 모양이 변형된 낚싯바늘, 플라스틱 안에 새로운 생명체가 자리를 잡으며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 ‘플라스틱스피어’를 형성한 것들. 책상 위에서 그녀는 이 쓰레기들을 표본처럼 늘어놓았다가, 풍경처럼 세워 보기도 하고, 때로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최근에는 가로세로 약 1미터가 넘는 스티로폼 조각을 들고 왔는데, 그 안에 개미떼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이 서식하는 것을 목격했다.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 된 적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