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26] 문화를 알리는 디자이너
[00:27-01:00] 한복 원단으로 만드는 정장
[01:01-01:49] 문화에 한복을 입히기?
[01:50-02:43] 전통과 함께 하는 일

“학창 시절을 전북 전주에서 보내며, 한복을 빌려 입는 외국인 친구들을 종종 보게 됐어요. 그들에게 ‘왜 한복을 빌려 입니?’라고 물으니 도리어 ‘원단이 정말 예쁜데 너희는 불편해서 한복을 안 입는거니?’라고 반문하더라고요.” 디자이너 김리을의 말처럼 서울의 고궁 부근에서도 대여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외국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에게 한복은 일상복이 아니다. 최근에는 명절에도 한복 입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어려워졌다

“한복에는 두 가지 멋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라인의 멋, 다른 하나는 원단의 멋입니다. 라인의 멋을 살려 편안하게 바꾼 것이 생활 한복이라면, 저는 원단의 멋을 살려 한복 원단으로 21세기 옷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2017년,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는 그는 자신이 즐겨 입던 슈트 한 벌과 서울 광장시장에서 구입한 한복 원단을 들고 무작정 전문가를 찾아갔다.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시작된 한복 정장 제작은 다행히 멋지게 완성되었고, 그것이 리을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외국인에게 한복 원단으로 만든 정장을 대여하는 사업을 하려 했어요. 그래서 외국인 모델과 함께 화보를 촬영했는데, 이를 SNS에 올린 후 일주일 만에 ‘좋아요’를 2만 개 이상 받은 거예요.” 강렬한 색감을 배경으로 외국인 모델이 한복 원단으로 만든 슈트를 입고 갓을 쓰거나 곰방대를 물고 있는 등의 낯선 조합. 리을의 색다른 화보는 한국적인 것을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화보를 본 뉴발란스 등의 여러 브랜드에서 마케팅 제의를 받았고, 김리을은 이에 위해 광고 프로덕션을 만들었다.

“마케팅, 광고를 통해 수익이 생긴 후부터는 리을의 목표를 변경했어요.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리을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외국인 대여 대신 연예인이나 각국의 대사 등 국내외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옷을 협찬하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300벌이 넘는 옷을 무상으로 협찬했으니, 그의 옷을 입은 셀러브리티가 등장한 프로그램이나 광고를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특히 2020년, 미국의 〈지미 팰런 쇼〉에 BTS가 출연했을 때는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영되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