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도 언젠가는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나도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는 시골로 떠나 작은 한옥을 고쳐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줄곧 했어.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거든. 직장 생활 10년 차가 됐을 때 번아웃이 찾아오면서 막연했던 다짐을 구체화했지. 복잡한 도시, 치열한 업무, 힘겨운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 퇴근 후 ‘퇴사’, ‘휴직’, ‘한 달 살기’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다 ‘시골살이’, ‘귀촌’에 이르면서 결단을 내렸지.
그럼 ‘수풀집’을 어떻게 찾은 거예요?
스스로가 오롯이 쉴 수 있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여러 힘든 점을 이겨낼 원동력이 됐어. 그래도 내 앞에 전에 없던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는 건 유난히 힘들더라. 지역부터 집 모양과 크기, 매매 또는 단기 임대, 예산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었어. 그 선택에 ‘돈’과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예민할 수밖에 없었지.
집을 나에게 딱 맞게 고치는 일도 만만치 않았죠?
모든 선택은 자신을 잘 알아야 수월해. 어떤 건 고집하고, 어떤 건 내려놓을지는 결국 내 선택에 달려 있으니까. 사실 나는 그렇지 못해서 시행착오를 겪었어. 집을 계약한 이후에는 스스로 방향성을 비롯한 시공 계획을 세우는 게 우선인데, 바로 업체부터 찾기 시작했거든. 새로운 업체를 만날 때마다 완성될 집이 계속 바뀌더라고. 물론 비용이나 기간, 진행 방식도 전혀 달랐어.
하지만 지금의 수풀집은 정말 근사해요. 가장 중요하게 여긴 기준은 무엇인가요?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고집한 원칙은 두 가지야. 첫째, 자연 그리고 이웃집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것. 둘째, 가능한 한 철거를 최소화하고 기존 집의 많은 부분을 보존할 것. 처음부터 모든 걸 결정하기보다는 일부는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남겨뒀어. 그래서 수풀집은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고, 살수록 더 만족스러운 나만의 보금자리가 되었어. 매주 서울에서 편도 200km 거리를 달려올 이유가 생긴 거지.

주말마다 먼 거리를 오가는 게 피곤하진 않았어요?
시골살이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말을 밀린 잠을 해결하며 흘려보냈어. 침대에 누워서 멍 때리다가 휴대폰을 보다가 어영부영하다 보면 월요일 아침이더라고. 그렇다 보니 주말 내내 쉬었는데도 만성 피로에 시달렸어. 오히려 5도2촌을 하고 나서 주말이 온전한 휴식의 시간이 됐지.
시골에 적응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한국에서 평생을 살았는데도 시골에서 맞는 사계절은 처음 겪는 것처럼 생경하더라. 모든 계절을 한 번씩 보내고 나서야 ‘이제 좀 살 만하다’ 싶더라고. 특히 도시에서 쉽게 누리던 것들이 이곳에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어. 도시에서는 집 바로 앞에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요리할 시간이 없으면 배달 앱도 이용하고, 여러 대행 서비스도 수두룩한데 시골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거든. 나를 위한 모든 일에 오직 내 노동력만 투입해야 하는 거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실천력은 어떻게 기르나요?
시골살이 첫해 여름에는 돌담이 무너지고 기록적인 폭우로 마을 하천이 범람하는 사건을 겪었어. 처음에는 전문가의 손을 빌리려고 했는데, 며칠이나 기다려야 하고 출장 비용도 꽤 들더라고. 집을 고쳐준 시공 업체 사장님과 통화하며 대략 방법을 파악한 뒤 검색의 검색을 거쳐 유튜브 영상을 보며 직접 해결했어. 그 이후로 ‘잘 안 되더라도 일단 내 힘으로 해보자’는 태도를 갖게 됐어.
직접 터득한 시골집 관리 비법이 있다면요?
다음 계절을 내다보고 이웃의 도움을 기꺼이 받는 것이 핵심이야. 시골집은 계절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기에 각 계절이 오기 전에 미리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보일러에 기름을 넣고, 어린나무의 밑동과 수도관을 잘 감싸둬야 해. 그런데 문제는 지역과 마을마다 챙겨야 할 일도 시기도 다르다는 거야. 그럴 때 이웃 어르신들의 지혜를 빌려야 해. 인터넷 검색도 있지만, 그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분들의 감각을 따라가기는 힘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