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이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6년, 〈제주바다로부터〉 전시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비치코머(beachcomber, 해양 쓰레기를 수집하는 사람)’가 모은 해양 쓰레기를 서울의 공예가들에게 보내 작품을 만들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처음에는 대부분의 재료가 플라스틱 소재라는 점에 끌렸다. 금속 재료만 다루던 그에게 플라스틱의 다양한 색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때만 해도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작업을 지속하다 보니 해양 쓰레기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렇게 이혜선은 비치코밍을 시작했다. 때로는 동해, 때로는 제주도에서 해양 쓰레기를 주웠다. 처음에는 필요해 보이는 것만 골라 왔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면 일단 다 가지고 온다. 그 속에 어떤 쓰임의 재료가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쓰레기지만, 과거에는 다 필요에 의해 만들었던 물건들이잖아요. 그들을 새롭게 조합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구조와 기능적인 형태가 나오는 게 흥미로워요.” 가장 흔하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료는 부표다. 볼륨감을 살리는 작업이나 대칭적인 모양을 좋아하는 그에게 ‘구’의 모습을 한 부표는 그야말로 완벽한 재료인 것이다. 부표의 속은 대체로 비어 있어 활용도가 높다. 반으로 자르면 랜턴의 갓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비치코밍을 하려고 하지만 흠칫 놀랄 때도 많다.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휩쓸려 온 쓰레기를 발견했을 때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해양 쓰레기로 이루어진 섬에 취재를 갔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쓰여 있는 어구가 발견된 거예요. 그때 해양 쓰레기가 정말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각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저 먼 나라의 바다를 더럽힌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