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잠든 콤플렉스가 하나둘 고개를 든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쉽게 위축되었고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가장 큰 고민은 ‘능력’이었다. 동료들이 주어진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제일 부족한 사람 아닐까?’ 하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기쁨도 잠시, 내가 내린 잘못된 결정으로 모두가 나를 비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회의 시간에도 내 의견을 제시하는 대신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돌려 묻는 습관이 생겼다. 책임을 피하려는 행동이었다. 며칠 뒤 팀 선배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넌 왜 항상 스스로를 작게 만드니?” 나름 최선을 다했음에도 부족해 보였나 싶어 더욱 자책했다. 그 말을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다 문득 깨달았다. 나를 작게 만드는 건 남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란 것을.
깨달음 이후,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려도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타인과 의견을 조율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점차 내 목소리에 힘을 싣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콤플렉스는 마음속 거울의 흐릿한 얼룩과 같다. 그 얼룩은 스스로를 작게 느끼게 하고,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왜곡시킨다. 결국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파악하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중요한 과정이다. 콤플렉스를 마주한다는 건 단순히 나의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면에서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너는 부족해’라는 목소리가 사실 ‘나를 더 이해해 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마음속 거울의 얼룩을 닦아내면 흐릿한 내 모습이 선명해지고, 그동안 부족하다고 느껴온 부분이 사실 나를 더 빛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그러니 내 안의 콤플렉스를 두려워하지 말자. 그곳에는 진정한 나로 향하는 길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