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던 곳으로, 일행 중 한 명은 SNS 속 인플루언서들처럼 독수리 전망대에서 밤에 사진을 찍자고 했다. 늦은 저녁 도착한 전망대에는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우리는 칼바람 속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린 끝에 한 명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여행이 끝난 후 열어본 사진에는 캄캄한 전망대를 배경으로 누가 누구인지도 식별 불가능한 실루엣만 남았을 뿐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증샷, 안 사 오면 후회한다는 쿠키나 기념품, 꼭 가봐야 한다는 식당 등은 생각보다 머릿속에서 금세 휘발된다. 오히려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마신 칵테일이나 마음이 동해서 산 소품, 길을 걷다 마주한 새로운 인연들이 여행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안 가보면 후회하는’으로 시작하는 여행 필수 코스는 누가 정한 걸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방식이 굳이 남들과 같을 필요가 있을까?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여행에 대해 말한 것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제6의 감각을 열어준다. 방랑은 다음 도약을 위한 트램펄린이 되어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준다. SNS를 가득 채운 맛집 리스트를 내려놓고 나만의 나침반을 들어보자. 이제까지 해온 안전하고 편안한 항로 대신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말이다. 새로운 방식이 딱 떠오르지 않는다면 디퍼의 이번 툴키트를 펼쳐보면 된다. 내 취향과 가치관에 어울리는 남다른 여행 스타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