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캔들라이트웍스(candlelightworks)
의미
사주에 ‘불’을 뜻하는 글자가 많은 박근영은 자신에게서 촛불 이미지를 떠올렸다. 촛불은 누군가의 의지로 켜진 빛이자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비춘다는 특징이 있다. 그것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캔들라이트’란 단어를 먼저 정했고, ‘촛불이 하는 일’, ‘촛불의 일’이란 의미를 담아 ‘웍스’를 붙였다.
탄생 시기
2023년 여름 ‘단어와 요가’ 수업 시작, 2024년 여름 캔들라이트웍스 시작
핵심 가치
‘내 안의 작은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요가 프로그램과 제품을 선보인다.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데 힘을 주는 촛불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매력적이고 독보적인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가?
캔들라이트웍스 정식 오픈까지 2년이 걸렸다. 웹사이트에 브랜드를 소개하는 어바웃 페이지의 콘텐츠를 채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브랜드의 정의와 앞으로 나아갈 길 등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섣불리 시작하지 못했다.
성장 포인트
물리적 공간이 주어진 것. 지인이 스튜디오를 빌려주어 ‘단어와 요가’ 수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타임 버티컬 플랫폼 ‘아침(Achim)’의 오프라인 공간인 ‘아침 프로비전’에서 월요일 저녁마다 클래스를 열고 있다. “여기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봐”라며 선뜻 공간을 내어준 지인들의 도움 덕분에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본래 에디터 일을 하셨다고요.
잡지사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와 식생활, 문화 전반을 취재하고 기사로 정리했어요. 지금도 프리랜서 에디터로 종종 일하고 있습니다. 성실한 청자 역할을 해온 덕분에 콘텐츠와 이야기의 힘을 믿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요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평소 신뢰하는 사람들이 요가를 많이 하는데, 그분들이 “너도 요가 좋아할 것 같다”며 넌지시 권유했어요. 회사 생활이 버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그 말들이 떠올라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 요가원을 찾기 시작했죠. 요가는 내가 하는 만큼 다 내 것이 된다는 감각이 좋았어요. 매트 위에서 동작을 계속하는 것도 나, 힘든 순간을 참는 것도 나, 멈추는 것도 나. 모든 것이 나의 결정에서 비롯하니까요. 한동안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밖에 없어”라고 말하고 다녔죠.
요가를 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어릴 때부터 제 몸에 자신감이 없어서 소심한 마음이 생기곤 했어요.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내 몸이든 남의 몸이든, 어떤 형태도 그냥 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형태보다 기능에 관심이 많아졌고요. 물론 여전히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 해” 같은 말을 내뱉을 때가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 듯해요.
결국 요가 선생님이 되어, 브랜드까지 만들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찾는 게 숙제였어요. 하나를 깊이 파기보다는 다양한 것을 두루두루 경험하는 편이라 30대 초반이 되도록 스스로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 여러 길이 하나로 모일 거라 믿었고, 그때가 되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그렇게 제 오랜 관심사인 요가, 글, 그림, 패브릭(자수)으로 캔들라이트웍스를 만들었어요.
단어와 요가를 결합한 수업이 독특해요.
‘요가 하는 에디터’라는 정체성을 키우고 싶어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한 지인이 자신이 다니는 요가원에서 수련 때마다 책 속 구절을 공유해 주던 경험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언어와 신체의 움직임을 더 끈끈하게 연결 짓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한때 ‘무소속 일기’란 SNS 계정에서 필름 사진, 단어, 이야기를 엮어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을 만큼 단어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많았거든요. 분명히 아는 단어도 아무 맥락 없이 흰 종이 위에 올려두면 낯설게 보이는데요. 요가는 몸의 감각을 섬세하게 쓰는 연습이니 그 단어를 몸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언어의 의미와 미묘한 뉘앙스를 요가 동작으로 표현하면 신체 감각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도 있고요.
단어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책에서 유독 눈에 밟히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적 의미를 찾아 몸의 흐름과 연결해 봐요. 때로는 수련 중에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도 있어요. 몸의 감각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를 찾기도 하고요. 유튜브 ‘df 디에프’ 채널에서 가수 콜드 씨가 일상 속에 떠오른 단어를 메모해 두었다가 곡을 작업할 때 매칭해 쓴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저 역시 일상에서 단어를 감지하는 레이더를 켜두고 사는 것 같아요. 레이더에 걸린 단어는 의미를 찾고 온전히 소화하려 해요. 몸의 움직임과 연결 지을 수 있도록요.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단어가 있나요?
한 대상에 시선을 고정하는 ‘트라타카(Trataka)’라는 명상 수행이 있어요. 보통 어두운 곳에서 촛불을 바라보며 행해요. 얼마 전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던 참에 책에서 ‘심상’이란 단어를 발견했죠. 사전적으로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이라는 의미가 있더라고요. 트라타카와 연결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여름밤, 촛불을 두고 둘러앉아 떠오르는 심상을 그리고 다시 지우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다룬 단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요?
‘현현’이란 단어예요. 뜻을 찾아보니 한자도 다 다르고 생각보다 다양한 면이 있더라고요. 기독교적 의미와 불교, 인도 철학적 의미, 문학적 의미가 조금씩 달랐어요. 그 의미를 곱씹으며 움직임에 반영해 보려고 했죠. 발 안쪽 날과 양 어깨 끝을 기점으로 정해, 지금 내가 사용하는 힘이 몸에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 각자 움직임에 확신을 가지는 연습을 했어요.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혼자 수련할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제 시작하는 안내자로서 ‘내 말로 사람들을 가두지 말자’는 다짐을 하곤 해요. 열의가 앞서서 당장 눈에 보이는 몸의 불균형이나 보완점 등을 알려드린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사람들에게 프레임이 될 수 있단 걱정이 들더라고요. “조금 더 신경을 써보면 좋겠다”는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몸이 지닌 단점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눈으로 관찰하되, 각자 필요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해요.
수업뿐만 아니라 굿즈도 만들고 있어요.
평소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퇴사하고 제봉 학원과 실크 스크린 스튜디오 등을 다니며 얕게나마 기술을 익혔어요. 언젠가 제작해 보고 싶은 것들을 핀터레스트에 잔뜩 저장해 두었는데, 요즘은 그중 실현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만들고 있죠. 최근에는 제가 그린 그림으로 반팔 티셔츠와 리넨 테이블 매트를 선보였고, 지금은 소창 소재의 요가 수건을 준비 중이에요.
캔들라이트웍스가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나요?
요즘 자기만의 단어를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노래를 만들 때,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할 때, 가게 이름을 정할 때 등등 적절한 단어를 탐색하는 사람들과 협업해 보고 싶어요. 그들의 단어가 지닌 뜻을 요가 프로그램과 결합하는 거죠. 이처럼 모든 일에 서사를 부여하는 것, 그게 캔들라이트웍스의 차별점인 듯해요. 하나하나 의미를 찾고자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느려도 멈추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