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지헤이(GEEHEY)
의미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사람들이 내 이름인 ‘지혜’를 ‘지하이’라고 부른 데서 착안했다. 문구점에 붙일 멋진 이름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 공간은 나니까’ 내 이름을 붙이자고 생각했다. ‘하이(Hi)’, ‘헤이(Hey)’처럼 누구나 쉽고 경쾌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헤이’라고 지었다.
탄생 시기
2018년 2월
핵심 가치
‘For your everyday happiness’. 사람들이 지헤이를 구심점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지헤이라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그것이 곧 브랜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 때도, 손님과 소통할 때도 일관된 메시지 톤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성장 포인트
특별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기보다는 차분하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했다. 대신 바닥에 주저앉더라도 다시 점프할 힘은 남겨두었다. 지헤이 2호점을 연 것도 여유가 많아서가 아니라, 단지 ‘하고 싶어서’였다. 하고자 하는 일이 생기면 씨를 뿌리듯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니 여기까지 순탄하게 올 수 있었다.
지헤이를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울에서 의류 회사 마케터로 일했어요. 그런데 강철 체력을 믿고 밤낮없이 일한 탓에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죠. 더 이상 일을 지속할 수 없어 고향인 대구로 내려왔어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시작한 온라인 해외 수출 사업이 꽤 잘됐는데, 비대면이라 재미는 없더군요. 그때 문득 ‘언젠가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잊고 있던 꿈이 떠올랐어요.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가게가 아닌,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어른을 위한 문구점을 열기로 결심했죠. 어릴 적에 문구를 통해 행복을 느꼈던 기억이 제 안에 흐르고 있었나 봐요.
경쾌한 컬러의 문구류가 눈에 띄어요. 지헤이는 어떤 공간인가요?
지헤이에 오면 누구나 저와 친구가 돼요. 제 성격이 파워 ‘E(외향)’라서 손님과 소통하는 게 즐겁거든요. 지헤이를 대표하는 두 가지 요소는 ‘노란색’과 ‘Happiness’예요. 따뜻한 햇살을 떠올리며 노란색을 메인 컬러로 정했어요. 손님들 사이에도 ‘지헤이는 노란색’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자체 제작 상품 중 노란색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립니다(웃음).
문구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너무 비싼 물건은 들이지 않는다고요. 운영자의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 아닌가요?
손님들이 비싼 물건을 고르면 마음이 불안해요(웃음).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할 정도로요. 제 눈에 예쁘면서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 판매 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이기도 해요. 저는 스스로 ‘문구인’으로 규정되는 것에 선을 그어요. 문구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대신 예쁜 제품을 고르는 눈은 있죠.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큰 행복을 누리는 순간을 전하고 싶어요. 이것이 바로 문구의 묘미이자 지헤이만의 차별화된 큐레이션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죠.
대구 경상감영길에 자리한 2호점은 ‘지헤이블랭크’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블랭크’라는 단어를 더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헤이를 연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새로운 공간을 꿈꾸기 시작했어요. 행복을 찾고 싶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무언가를 모색하고 싶었죠. 2호점을 준비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는 바람에 바로 실현하긴 어려웠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 꿈을 간직한 채 4년간 매장 건물을 보러 다녔고, 마침내 작년 제 생일에 2호점을 계약했어요. 이름에 ‘블랭크’를 붙인 이유는 내지에 아무것도 없는 ‘블랭크 노트 같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다 같이 빈 노트를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점의 세 배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마련했죠. 얼마 전엔 단골손님들과 ‘제1회 지헤이 반상회’를 열기도 했는데,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아요.
지헤이에서 문구를 사면 눈을 감고 메시지 스티커를 한 장 뽑아야 해요. 이 전통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손님들과 놀고 싶어서 시도해 본 거예요(웃음). ‘그날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나에게 필요한 문구를 랜덤으로 뽑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특히 ‘이 시련도 곧 지나갈 거예요. 어떤 폭풍우도 오래가는 건 없어요’라는 문장을 좋아하시더라고요. 가끔 메시지를 뽑고 우는 분도 있어요. 위로의 말이 필요했던 거겠죠.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들에게 제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모르는 사람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보다 어린 손님에겐 작게나마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어요. 지헤이에서 마주한 작은 요소들이 모여 삶의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단골 손님들을 ‘참새’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부르더라고요.
‘참새’라는 애칭은 손님들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거예요.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쳐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참새들’이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단골손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참새 배지도 만들었죠. 백화점 VIP처럼 발레파킹은 못 해주지만, 지헤이만의 방식으로 제대로 대우하고 싶었거든요. 수많은 문구점 중에서 지헤이에 애정을 갖고 찾아주시는 것도 그분들의 취향이잖아요. 지헤이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이제 내년이면 지헤이도 7년 차에 접어들지만 진상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문구가 따스한 나무의 물성을 지녀서 그런지, 좋은 사람들만 모이나 봐요.
직접 제작하는 문구의 아이디어도 손님들에게서 얻나요?
맞아요. 일부러 저를 만나러 오는 분들도 많은데요. 제가 가게에 없으면 ‘참새들’이 “오늘은 사장님 안 계시네?” 하며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간대요(웃음). 손님들과의 수다에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어요.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캐치해 문구로 제작하면 굉장히 반응이 뜨거워요.
특히 인기가 많은 시그니처 문구가 있나요?
6년 동안 꾸준히 만들어온 지헤이의 연력 포스터요. 365일이 한 장에 담겨 있어, 연말이 되면 선물용으로 많이 찾으세요.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 없어서 3만5천 원이면 10명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죠. 가장 잘 팔리는 연필은 헤밍웨이가 즐겨 썼던 ‘블랙윙’이에요. 일반 연필보다 길이가 긴데, 지헤이의 메시 필통은 블랙윙도 손쉽게 넣을 수 있어 인기가 좋아요.
직원들에게 ‘지헤이 메이트’라 이름 붙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누군가 직원을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게 싫더라고요. 지헤이의 친구이자 지헤이를 돕는 서포터즈로 여기길 바랐죠. 지헤이 메이트를 뽑을 때도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올리지 않아요. 지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의 가치와 메시지를 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인스타그램에만 소식을 전해요.
지헤이 메이트를 위한 매뉴얼도 손수 만들었어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지헤이는 행복을 전달하는 공간이며, 여러분이 이곳에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손님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로 행복을 전하기 위해 ‘오늘 발매트는 깨끗한가요?’, ‘오늘 이 공간에서 좋은 향기가 나나요?’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매뉴얼화했죠.
지헤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요?
문구로 큰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은 없어요. 사람들이 지헤이를 구심점으로 더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지 않은 대구 청년들에게 다양한 삶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는 전형적인 루트가 아니어도 ‘열심히만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문구점 주인으로 살아보니 어때요?
저는 일하는 게 제일 즐거워요. 예전에는 취미가 없어,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했거든요. 지헤이를 시작하고부터는 문구점으로 출근하는 길이 가장 신나요. 손님과 재미있게 놀고 바쁘게 일하죠.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해요. 기획, 디자인, 그 외 수많은 잡무까지 모두 다 관리해야 하거든요. 다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만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야죠. 삶에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파동을 일으켜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