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코너버리(Cornervery)
의미
경상도 사투리로 모퉁이를 ‘코나바리’라고 부른다. 여기에 좀 세련된 느낌과 의미를 부여해 영어로 ‘corner’와 ‘very’를 합성했다.
탄생 시기
2019년
핵심 가치
뚜껑을 덮는 상하 구조의 패키지 박스를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비용이 저렴하며, 종이도 아낄 수 있다. 전개도 상태로 보관할 수 있어 공간도 훨씬 적게 차지한다. 운반으로 인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진짜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처음에는 패키지 박스 측면을 와이어로 이은 코너 스티치의 미감 자체로 가능성을 확신했다. 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규모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되길 바랐다. 더 나아가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고.
성장 포인트
추구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비록 영리적인 사업이지만, 성장하면서 환경에 이로운 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펼쳐나가고 싶다.
코너버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몇 년 전 일본에 갔다가 어떤 숍에서 네 면의 모서리가 금속으로 연결된 패키지 박스를 우연히 발견했어요. 종이에 금속이 직각으로 꺾여 있는 모습에 매료됐어요. ‘코너 스티치’라는 가공 기술인데,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 이제는 거의 쓰이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1980년대부터 사용한 오래된 공업용 기계로 작업을 하고요. 일반인들이 코너 스티치를 적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전혀 없었죠. 내가 갖고 싶으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건 일단 다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스테이플러 안에 들어가는 부품만 해도 50여 개예요.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수많은 공정이 숨어 있죠. 하나하나 발품 팔아 배우고 알아보느라 완성하는 데 4년 정도 걸렸어요. 초반에는 기존 스테이플러에서 형태만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요. 그런데 스테이플을 80~90도 접거나 모양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구현이 안 되더라고요. 아래 받침판 쪽에서 접어 올려 주는 동작이 하나 더 필요한데, 그거 개발하는 데만 1년이 더 소요됐어요. 또 직접 손으로 작업해야 하니 크기와 무게를 줄여야 했고요. 전용 스테이플도 만만하게 봤다가 원자재 수급 등의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결론적으론 원자재와 기계를 중국에서 수입해 직접 생산하는 걸로 해결했지만요.
각고의 노력 끝에 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스테이플러가 탄생한 거네요.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위에서 내려찍고 아래에서 올려 접는 두 가지 동작이 이어지면서 스테이플을 135도로 접는 게 핵심이에요. 그 형태로 로고를 만들 만큼요. 그래야 접착제 없이 종이가 고정되어 견고한 박스가 되거든요. 누구나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만 적은 비용으로 패키지를 제작할 수 있어요. 박스 상태로 보관하지 않아도 되니, 보관 공간도 최소한만 있으면 되어요. 틀이 되는 속지와 그 위에 덧바르는 겉지를 따로 쓰지 않고도 전개도만 있으면 뚜껑이 있는 형태의 박스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제품을 담는 패키지 박스도 스테이플러로 만들죠. 제작부터 판매까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스테이플러는 외부에서 가공한 부품을 받아 조립하고, 스테이플은 일부 가공한 철을 수입해 기계에 넣어 모양을 잡아 완성해요. 일일이 신경쓰며 몸을 움직여 만들어야 하니 고되기도 하지만, 제작과 동시에 검수가 이루어져 불량이나 기타 문제점을 즉시 확인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요. 기계가 만든 부품이라도 조금씩 규격이 달라 갈아내거나 넓혀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공식 온라인몰을 제외하면 ‘포인트오브뷰’나 ‘더콘란샵’ 등 몇몇 국내외 편집숍에 입점해 있어요.
프랑스 파리의 ‘메종 앤 오브제’ 등 다수의 해외 페어에 참여하고, 국내에서는 포인트오브뷰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제품을 선보였을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메종 앤 오브제에는 완제품이 아닌 프로토타입을 들고 갔어요. 여러 번 난관에 부딪히며 개발이 더뎠거든요. 첫 번째 페어다 보니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이후로 계속해서 예상보다 반응은 훨씬 좋았어요. “‘코너’에 관련된 ‘베리’ 좋은 제품”이라며 브랜드명을 알아서 해석해 주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천재 소리도 들어봤어요. 아이디어가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작년 5월 출시 직후에 ‘부산 디자인 위크’에 참여해 포인트오브뷰 대표님을 알게 됐어요. 이를 계기로 팝업 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으로 고객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온라인에서 구매 후 찾아오시거나 해외에서 만든 건 줄 알았다며 칭찬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났죠.
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기에 주목 받은 듯해요.
환경을 언급하는 건 다소 조심스러워요. 설령 도움이 된다해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소규모 사업자분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우선이에요. 저희부터 작은 노력을 지속하면서 환경에도 이로운 효과가 있길 바랄 뿐이죠. 자체 제작 패키지에는 되도록 벌목을 하지 않은 비목재지나 재생지 등을 취급하려고 해요. 스테이플러를 쓰는 것만으로도 종이 소비를 최소화하고, 스테이플만 제거하면 재활용에도 유리하죠. 박스도 완제품이 아닌 전개도 형태로 배송하면 소형 트럭 한 대에 만 개까지 실을 수 있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 배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제품 제작부터 브랜드 운영 전반까지 두루 도맡아 하는 만큼 한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찾아도 경쟁할 제품이 없으니까 대박이라고 착각한 적도 있어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데서 오는 단점도 컸거든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물건이다 보니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어요. 시작하기 전엔 완성하기만 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개발하고 나니 알리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겠더라고요. 패키지 제작을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전개도도 원하는 규격, 형태, 종이 등에 따라 주문제작해드리고 있어요. 사업자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분들이 스테이플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고요.
스테이플러를 활용 팁이 궁금해요.
특별한 팁이라기보다 기본적인 사용법만 지켜도 여러모로 편리함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전개도를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패키지 박스를 만드는 거죠. 전개도는 아무리 많이 쌓아도 부피가 크지 않으니까 공간 효율도 높아지고, 굳이 흠집이나 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요. 만약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있다면 시리얼 박스를 비롯해 일상에서 남은 종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십자가로 오려서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면 다용도 트레이가 될 거예요.
코너버리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고객이나 컬러 라인업을 늘리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단기 목표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바른 가치를 실천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종이 소비량이 어마어마한 탓에 축구장 면적 만큼의 원시림이 2초마다 사라진다고 해요. ‘파버 카스텔’에서는 연필을 판매하면 사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나무를 심는다고 하고요. 코너버리도 어떤 방법으로든 종이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현실적인 어려움을 딛고 그런 날을 빨리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