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되는 법>의 저자, 에밀리 와프닉은 자신의 저서에서 다양한 관심사와 열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구축해 나가는 사람들을 ‘다능인’이라 정의한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재능도 충분한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일을 적절히 분배해 즐겁게 수행한다. 한마디로 꿈도 많고, 호기심도 많으며, 하고 싶은 것은 더 많은 사람들!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며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거나, 한눈을 판다거나, 산만하다고 여기는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한 우물만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만들어 저마다의 물을 맛보고, 한 우물이 말랐을 때는 다른 우물의 물로 보충할 수도 있는 것. 이것이 다능인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니까.
로스터리와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음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DJ까지 겸하고 있는 ‘헬카페’ 대표 권요섭, 카페 브랜딩과 컨설팅 등 수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사물’ 대표 하지, ‘신촌문화관’을 포함해 무려 4개의 브랜드를 함께 전개하는 공동 대표 김수연·임상완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다능인이 되었나요?”
카페에서 음악이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다양한 장르와 LP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꽤 많은 음반을 수집한 후에는 카페를 찾는 분들에게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 최고의 LP 플레이어와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했죠. 그렇게 2023년에 오픈한 곳이 서울 을지로의 ‘헬카페 뮤직’이에요. 한 건물 내에 카페, 레코드 바, 레코드 숍이 층별로 자리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척 즐겨 찾는 장소가 됐죠.
매일의 플레이리스트를 무척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어떤 곡도 허투루 틀고 싶지 않거든요. 넓고 깊은 세계 속에서 계속 새로운 곡을 디깅 하는 게 음악의 매력인 것 같아요. 2층 레코드 바와 3층 레코드 숍의 대표가 모두 지인이라 서로 좋은 곡을 권해 주고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받아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음악이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몇 년 전 지인의 바에서 디제잉을 했던 게 시작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더라고요. 아직은 또 다른 직업이라기보다는 깊은 취미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잘 해내고 싶어요. 카페를 시작한 지 12년이 지났으니 이제 익숙해져서 다른 분야에 눈길을 돌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여전히 로스팅을 할 때면 어렵고 긴장돼요. 그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해소하고 있는 거죠.
카페 운영과 디제잉을 겸하다 보면 시간과 에너지가 꽤 많이 소모돼요. 그래서 저는 커피와 음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아요. 거의 집과 가게만 오가며 지내죠. 그래야 즐겁게 겸업을 할 수 있어요. 만약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면 본업을 탄탄하게 안정시켜 놓은 후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어중간해질 수 있거든요. 물론 정말 재미있다면 취미가 본업을 뛰어넘을 수도 있겠죠.
Interviewee 헬카페 대표 권요섭
서울 보광동의 ‘헬카페 로스터즈’를 시작으로 지난해 을지로에 오픈 ‘헬카페 뮤직’까지 서울 곳곳에서 남다른 맛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이제는 삶에서 깊은 의미로 자리잡은 덕분에 카페의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하고 새로운 음반을 살피러 다니는 것이 또 다른 주요 일과가 됐다. 기회나 자리가 마련될 때마다 DJ를 맡는다. 최근 헬카페에서 열린 행사 ‘본격적인 밤’에 직접 DJ로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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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브랜딩과 컨설팅이라는 범주 안에는 수많은 일이 포함되어 있어요. 부동산을 둘러보고 카페 자리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테리어와 서비스 콘셉트 구상, 가구와 소품 구입, 메뉴 개발, 커피 교육, SNS 관리, BI와 패키지 디자인, 공간과 메뉴 촬영 등 카페 오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의뢰인과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갑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해 기본 이상의 지식을 갖춰야 하고 프로젝트마다 내용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늘 새롭게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카페에 가는 게 좋았어요. 오늘 가고 싶은 카페를 고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즐길지 정하는 게 즐거웠는데, 우연히 SNS에 올린 카페 콘텐츠의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오픈 당일에 카페 가기’, ‘오픈 전에 사장님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 듣기’ 같은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그 후 카페 컨설팅과 운영에 관한 제의를 받아 팀으로 일했고, 독립해서 일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성격상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게 어렵고, 매번 새로운 스태프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이 오히려 잘 맞는 편이에요. 호기심이 많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면 그에 맞는 일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한 공간을 오픈하고 곧바로 다음 프로젝트를 새롭게 구상하는 것도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처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혼자서 해보려고 했는데,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금세 지치더라고요. 이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전문성을 믿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제가 운영하는 ‘사물’ 스튜디오에 소속된 디자이너, 셰프와 함께 기본 콘셉트를 구성하고, 필요한 분야마다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적절히 받으며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고 있죠. 해당 프로젝트에 가장 잘 맞는 전문가를 찾아내는 것도 저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Interviewee 사물 대표 하지
자신의 SNS에 올린 카페 관련 콘텐츠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1세대 카페 인플루언서가 됐고, 현재는 ‘사물’ 스튜디오를 이끌며 카페 관련 컨설턴트 겸 공간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서울 용산의 ‘리버헤드’, 신사동의 ‘마이페이버릿쿠키테리아’, 성수동의 ‘차일디쉬’, 마곡의 ‘베이글리스트’는 모두 하지의 브랜딩과 컨설팅을 거쳐 탄생한 곳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새로운 공간이 탄생할 때마다 다음 스텝을 이어나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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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저희가 운영하는 ‘신촌문화관’은 40년 된 건물 안에 갤러리, 출판사, 브랜드 스튜디오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함께하는 문화 교류 공간이에요. 저희는 2층 공간을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죠. 이곳에서 인도의 스테인리스 키친 랙을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시작된 리빙 브랜드 ‘행잉스터프’와 저의 바느질 레이블 ‘림서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1층에는 크래프트 막걸리 브랜드 ‘림보이양조’가 자리하는데, 양조는 남편이 도맡고 있어요. ‘따로, 또 같이’ 일할 수 있는 건 서로의 관심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기 때문이죠.
가끔은 우리가 여러 밭을 일구는 농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이 밭에 씨를 뿌리고, 내일은 저 밭에 거름을 주어야 하는 것처럼 각자의 경작 시기가 정해져 있는 거죠. 그래서 반드시 그날그날 해야 할 일들과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시작해요. 그렇지 않으면 각 브랜드의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거든요.
임상완 총 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주제나 맥락은 같아요. 과거에 가치 있고 아름다웠던 물건을 찾아 현재의 생활방식과 미감에 맞게 다시 만들고 있죠. 여러 이유로 사라졌지만, 이 시대에도 충분히 어울리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들을 우리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거예요. 의미 있는 물건들을 발견하고 공부하며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항상 새로운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한 가지 일만 하면 지겨울 때도 있겠지만 오늘은 이 브랜드, 내일은 저 브랜드 일을 하다 보니 매일이 새로워요. 하나의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에 좋은 영감과 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각각의 브랜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기기도 합니다.
Interviewee 신촌문화관 공동 대표 김수연·임상완
김수연·임상완 대표는 따로 또 같이 총 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신촌문화관의 공간 운영, 행잉스터프의 브랜딩과 아이템 제작은 부부가 함께하며, 림서울과 림보이양조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전개하고 있다. 비록 각 브랜드의 분야는 달라도, 모두 장인의 기술을 바탕으로 오래 이어갈 만한 의미 있는 물건들을 재창조하는 것, 즉 크래프트맨십에 기반한 작업이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를 병행하는 것이 오히려 더 흥미롭다고 말한다.
✦ 일의 세계를 넓혀주는 김수연·임상완 님의 도구가 궁금하다면? 기사 보러 가기(Click)
✦ NEXT differ Answer
한 가지 질문에 각양각색의 답! 이번 디퍼 앤서의 인터뷰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능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어려운 세상에 어떻게 하면 이토록 다채로운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9월에는 또 다른 다능인들을 만나 그 노하우를 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