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39] 메모를 하는 원동력
[00:40-01:26] 메모로 이룬 것들
[01:27-01:56] 왜 메모를 해야 할까?
[01:57-03:06] 메모가 아카이브로
깨어 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한다.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있고, 삶에 대한 통찰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소소하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일 때가 많다. 이런 이야기를 꼭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 싶어, 쉽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별것 아닌 생각이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울 수도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며 사색에 잠겨요. 중요한 일뿐만 아니라 전 연애에 대한 기억처럼 근사하지만은 않은 일도 떠올리죠. 그 모든 걸 메모로 남겨요.” 10년 동안 광고인으로 살다 현재는 멜론 마케팅팀 팀장을 맡고 있는 노다혜는 사소한 생각도 기록하는 ‘메모광’이다. 틈틈이 쓴 메모의 개수만 1,100개에 달한다. 그렇게 쓴 메모가 작가 노수봉이라는 부캐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를 썼어요. 글로만 표현하기가 아쉬워 그림을 그렸고, 이걸 본 다음 스토리볼로부터 연재 제안을 받았어요. 500만 뷰가 나올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고, 덕분에 책도 냈어요.” 그는 광고 회사에서 일할 때 쓴 메모를 모은 에세이 <뜨끔뜨끈 광고회사人 메모장>을 썼고, 그 뒤 자취 생활을 하며 알게 된 팁을 모은 실용서 <호모 자취엔스>도 펴냈다. 책이 되었던 메모에는 거창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퇴근하고 싶어” 같은 낙서인 듯한 메모처럼, 애써 멋부리지 않은 진솔한 한 마디가 오히려 공감을 부른다.
“메모는 쉽지만 한편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기술적으로는 어려울 게 없지만, 꾸준히 쓰는 게 힘들기 때문이죠. 저는 그래서 저와의 약속을 해요.” 노다혜는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며 메모를 하고, 잠들기 전 그 메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메모는 주로 아이폰의 메모 앱에 쓴다. 특별한 도구 없이 떠오른 생각을 빠르게 적을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 생각한다. “부캐가 생기고 나서 삶에 활력이 생겼기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메모를 자주 꾸준히 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또 다른 부캐인 작사가에 도전 중이라 더 열심히 적죠.”
10년 넘게 메모를 남기며 그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 “마케터, 작가, 작사가라는 세 가지 제 아이덴티티를 중심에 두고 메모를 남겨 아카이브를 만들어요.” 두서없이 메모를 남기고 나면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보기 어렵기에 분류를 미리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분류를 하고 시작하기 어렵다면 이제까지 쓴 메모를 살펴보며 지금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화두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면 된다. 이렇게 분류를 해 메모를 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맥락을 지닌 아카이브가 된다.
나만의 아카이브를 만들었더라도 혼자만 본다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노다혜처럼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꾸준히 업로드하다 보면 누군가 언젠가는 봐주는 날이 찾아와요. 그 순간을 기다리는 힘이 필요해요.” 그는 지속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상에 다양한 책이 있지만 그중 제일 재미있는 건 제가 쓴 메모예요. 메모를 펼쳐 보면 그 시절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 수 있어요.” 10년 전에 빼곡하게 기록한 노트들과 종이 뭉치를 한아름 안고 온 노다혜는 이것이 자신을 이루는 든든한 재료라 했다. “책처럼 완성된 콘텐츠가 될 수도 있지만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나 친구들과 나누는 문자 등 내 마음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 그는 메모를 통해 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마스다 미리 작가님처럼 되고 싶어요. 그분이 자기 일상이나 생각을 에세이로 담아내는 것처럼 저도 메모를 정리해 저만의 이야기를 꾸준히 펴낼 거예요.” 노다혜는 언젠가 자신이 만든 노랫말로 곡이 나오는 순간을 꿈꾸며 오늘도 메모를 한다. 부유하는 생각을 메모장에 꽉 붙들어 놓는 그처럼, 떠오르는 무엇이든 기록을 해보자.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