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50] 자전거에서 시작된 디자인 여정
[00:51-01:31]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01:32-02:19] 내가 못하는 것을 보여주자
[02:20-02:43] 나의 성장은 ‘즐거움’이다!
“안녕하세요. 뇌과학 애호가 디자인 크리에이터 에이핫입니다.”
에이핫의 인스타그램(@ahot_jay) 릴스를 한 번만 봐도 주황색, 콘보이, 뇌과학, 디자인이라는 키워드가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에이핫의 본명은 유재우. 어릴 적 별명 ‘새우’의 자음과 모음(ㅅ ㅐ ㅇ ㅜ)을 영어 알파벳으로 바꿔 AHOT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뇌과학 애호가’라는 수식어를 빼놓지 않는다. “디자인은 인지 심리학, 뇌과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제가 뇌과학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뇌과학 애호가 디자인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하는 것도 일종의 뇌과학적 설계죠. 특정 키워드 조합으로 자기소개를 하면 기억하기 쉽거든요.”
미대 입시를 거쳐 미대에 진학했지만, 에이핫을 본격적으로 디자인 세계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자전거의 셰이프와 데칼(휠셋이나 프레임 표면에 붙이는 스티커)에 매료된 그는 자전거의 매력을 알리고자 관련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을 만들기 시작했다. 꾸준히 작업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전거 회사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 브랜딩, 사진, 세일즈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또 세계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코스까지 섭렵하고 나니, 자전거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면서 ‘나는 왜 태어났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정해진 존재 이유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렇다면 내가 직접 정해야겠다 생각했죠.”
에이핫이 설정한 미션은 ‘사람들의 꿈과 상상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비전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도구를 만든다’이다. “슬로건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비전을 이루는 과정 중 하나예요. 제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창작을 하는 사람’을 뜻하죠.”
존재 이유를 명확히 정하자 인스타그램도 절로 ‘떡상’ 하기 시작했다. 2021년까지 팔로워는 약 3천 명이었지만, 미션과 비전을 정한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29.5만 명에 이르렀다.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제작 능력이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다. “존재 이유를 정하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딩도 이루어지더군요.”
에이핫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어떤 길을 가도 잘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수강자의 수준에 맞춰 어려운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비유를 활용해 설명한다. “프로 선수로 우승할 수 있게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해줄 순 없지만, 자전거를 전혀 못 타는 사람을 탈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면 본인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죠.”.
에이핫은 오늘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떠올리며 작업실로 출근한다. 그의 일과는 직장인과 비슷하다.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운동을 하고,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는 영어 공부와 글쓰기를 한다. 9시에 작업실로 출근해 일을 시작하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을 가진 뒤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이전에는 매일같이 야근하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했지만,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창의력이 꼭 새벽 감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건강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요. 오전에는 기획처럼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실행 위주의 작업을 합니다. 퇴근 후에는 취미 생활을 즐기며 일과 완전히 분리하죠.” 새로운 장비를 발견하면 과감히 투자한다. 얼마 전에는 애플 비전 프로를 구매했다.
“그때그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2025년에 제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저도 알 수 없죠. 지금까지 그랬듯 제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있다면 바로 시작할 거예요. 앞으로도 다양한 일을 하며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