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일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동네 생활을 위한 프로젝트 ‘신분당씨티클럽’의 디렉터로서 여러 가지 일을 만들고 있다.
신분당씨티클럽을 시작한 계기
3년 전 분당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참 깨끗하고 편리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살기에는 좋지만 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나 이벤트들이 너무 적어 아쉬었다. 그 전에 서울 마포구에 살았을 때는 동네 친한 친구들과 그래피티를 즐기거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러 파티에 갈 일이 많았는데, 분당에서는 그런 일을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동네에서 재미있는 일을 벌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래픽 티셔츠를 디자인해 팔았다. ‘이걸 살 만한 사람은 나랑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신분당씨티클럽의 첫 팝업
분당 탄천변을 걷다 보면 너구리를 많이 마주치고, 실제 너구리 출몰 지역이라는 팻말도 자주 보게 된다. 분당의 특징적인 부분이라 생각해 너구리를 그려 넣은 티셔츠를 만들어 ‘앱스트랙 커피’라는 카페에서 팝업으로 판매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고, 나중에는 서현 AK백화점에서 크게 팝업을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가장 신났던 프로젝트
신분당씨티클럽을 하면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중 하나가 ‘진구네 식당’을 운영하는 김진구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장소가 필요했는데, 진구네 식당에서 종종 음악 파티를 연다. 얼마 전에는 진구네 식당 6주년을 맞아 파티를 열었는데 친구들도 많이 왔고 정말 즐거웠다. 서로 머리 맞대고 아이디어 회의를 했고, ‘잔치’를 키워드로 한복 입고 디제잉을 했다.
신분당씨티클럽에서 만난 친구들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친구들이 신분당씨티클럽의 프로젝트마다 많이 참여해 준다. 디제이로 활동하는 이명규 형을 만나 함께 믹스셋을 발매하기도 했다. 서브컬처나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서울까지 놀러 가기는 부담스러울 때 우리 파티를 많이 찾는 것 같다.
로컬 신을 만드는 일
로컬 신이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유스 컬처가 탄탄한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게 내 신조다. 생각해 보면 나도 동네 형 누나들이 먼저 같이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해서 서브컬처에 발을 들였다. 젊은 친구들이 동네에서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 보면 라이프스타일의 베이스가 당연히 서울로 옮겨지고, 결국엔 고향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공간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생각한다. 누가 뭘 해도 신선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우리는 분당이라는, 문화적 베이스가 부족한 동네에서 무언가를 쌓아 올리고 있다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젊은 친구들이 우리가 하는 일들을 보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좋겠다.
지금, 여기에만 있는 ‘우리 동네’
신분당씨티클럽 프로젝트를 약 1년간 운영해 오면서 동네에 대한 애착이 무척 생겼다. 지역 사회에도 관심이 생겼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탄천변을 돌아다닌다. 우리 동네 자연 경관이 꽤 잘 조성돼 있는 편이라 매주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앱스트랙 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진구네 식당에 와서 술 한잔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나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에게 주말은 ‘동네 생활’이다. 주말에 동네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나의 재충전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