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킨츠기 작가. 킨츠기는 도자, 유리, 목공예품 등의 깨어진 조각을 옻칠로 이어붙인 뒤 흙이나 밀가루 등으로 살을 붙이고 금으로 장식해 마무리하는 일본의 전통 수리 기법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없었다. 삶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지금 킨츠기에 대해 정직한가? 빨리, 대충 하려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집중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좋은 걸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컨디션일 때 작업하려고 한다.
킨츠기를 하기 전에는 도자 작업을 하셨다고요.
광고 쪽을 전공해 광고 대행사에서 오래 일했어요. 그러다가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수축률조차 몰라, 빚은 도자기를 다 말리지 않고 가마에 구웠어요. 전부 터져서 너무 안타까워하는 저를 보고 재일 교포인 친구가 “일본에 깨진 도자기들을 수리하는 기법이 있는데 가서 배워보지 않을래?” 하고 제안했어요. 그 말을 듣고 곧장 교토에서 킨츠키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마치 명상을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킨츠기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짧고 굵게 말씀드리면, 옻으로 조각을 이어 붙인 뒤에 살을 만들어 입히는 작업이에요. 토분이나 밀가루, 목분 등 자연의 재료를 살려서 표면을 깎고 다듬고 옻칠을 다시 여러 번 해요. 적어도 다섯 번은 옻칠하고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말만으로는 도저히 전달되지 않는 뭔가가 있어요. 해봐야지만 아는 것들이죠.
보통 하나를 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촬영하기 위해 가져온 손바닥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잔도 5개월은 잡아요. 조각이 많을수록 오래 걸리고요. 비유를 하자면, 그림을 그릴 때 선 하나 긋는 데 엄청 오래 걸리는 작가들이 있잖아요. 킨츠기도 선을 잘 그어야 해요.
주어진 조각에 맞춰서 선을 긋는 게 아니었나요?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요. 기본적으로 ‘와비사비’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백의 미, 불완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킨츠기죠. 일부러 수선을 안 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 적절한 완성도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수리된 그릇의 가치를 결정하죠.
킨츠기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무엇인가요?
붓과 사포죠. 집중해서 선 하나하나 그을 때 붓 끝에 에너지가 정말 많이 들어가요.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완성도에서 바로 티가 나거든요. 하지만 모든 실수가 다 실수는 아니에요. 일부러 선을 굵게 그어 요철을 만드는 스타일의 작가도 있어요. 결국은 붓에 대한 터치감을 많이 연습해야 해요. 붓 터치를 수련하고, 수련된 상태에서 기물을 만났을 때 가장 결과물이 좋죠. 사포를 많이 쓰는 이유는 살을 붙인 뒤 매끈하게 깎아 모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고요. 도자기나 금속 공예, 목공예에서도 마지막에 사포로 거의 다 작업을 하죠.
붓이 킨츠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네요.
붓을 정말 아껴요. 제 손에 익은 붓은 특히나요. 만약 제가 옻칠을 하고 나서 붓을 빨지 않고 오래 내버려두면 붓이 굳거든요. 그럴 때는 정말 눈물날 것 같아요. 새로 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요.
조금 전에 칼로 열심히 깎으신 대나무는 어디에 쓰는 건가요?
그건 헤라예요. 대나무라 유연하게 잘 구부러져서 재료를 뜨거나 밀어 넣을 때 써요.
직접 도구를 만들기도 하네요. 최근엔 어떤 작업을 했나요?
교토의 대표적인 전통 공예품 중 하나인 교야키라는 도자기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교토 도자기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닌세이의 술잔을 의뢰받았어요. 에도 시대 초기의 잔이니까 엄청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거죠. 한 점에 4천만~5천만 원 정도 하는 기물인데 처음에 수리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부담이 커서 두 번이나 거절했어요. 세 번째 다시 “수미 님의 스타일이 좋다”며 부탁해 왔을 때, 마음이 무거웠지만 무언가 자신감을 가지고 차분한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을 수리한 적도 있나요?
어머니의 유품인 옥반지를 들고 오신 분이 있었어요.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어머니와의 추억이 산산조각 난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즈음 저는 외할머니를 잃은 상태였기에 의뢰자분의 마음이 확 와닿았어요. 저 역시 외할머니의 사이가 애틋했거든요. 그 작업은 돈을 받지 않았어요. 그저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작가님도 킨츠기로 수리한 물건을 직접 쓰시나요?
킨츠기로 수리한 그릇이나 잔을 많이 써요. 가끔은 새 잔을 쓰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을 정도로 수리된 그릇이 즐비하죠. 그래도 아끼는 그릇을 수리해서 다시 쓸 때 마음이 한결 더 애틋해져요.
킨츠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킨츠기는 수리 작업이잖아요. 수선이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아야 하죠. 복원 쪽으로 가면 아예 티가 안 나는 기술도 있어요. 그러나 또 그런 완벽함보다도 제 기준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수리가 되었느냐가 중요해요. 제 스타일이 후대에 길이길이 남아서 ‘이 작가의 기법은 이러저러했다’ 하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