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전시기획자.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Q.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인가?
일할 때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하 〈요시고 사진전〉)으로 전시 분야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과연 정답인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전시기획자는 프로세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끄는 사람이기에 내 아이디어가 최선의 아이디어일지 검열을 많이 한다.
6월에도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새로운 전시 개관을 앞두고 있다고요.
루이스 멘도라는 스페인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전,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예요. 평소에 디자인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서 디깅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도 디깅 중에 우연히 발견했죠. 멘도는 원래 아트 매거진 디렉터로 20년 정도 일하다가 10년 전부터는 작가로 전향했다고 해요. 아이패드로 작업하는데, 작품이 마치 손으로 그린 것처럼 온기가 있어요. 그라운드시소의 분위기랑 잘 맞겠다고 생각했죠.
전시를 하나 기획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제가 속한 전시기획팀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공모를 받아요. 그중에서 그라운드시소의 특징과 맞는 기획을 선별하고, 최종적으로 전시기획자들이 작가를 섭외해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그라운드시소는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유료 관람객을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냉정히 봤을 때 흥행성도 따져야 하고요. 전시 공간이 660~990제곱미터(200~300평)나 되는 대규모다 보니 작가의 작품 수가 공간을 채울 만큼 많은가도 중요한 기준이 되죠.
전시기획팀 소속인데 직함이 큐레이터나 학예사가 아니라 PD라는 점이 독특해요.
원래 예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예능 PD가 꿈이었어요. 전에 아이웨어 브랜드에서 잠깐 일을 했는데 설치 미술 작업을 많이 병행하는 곳이라, 우연한 기회를 얻어 전시기획으로 흘러들어 왔어요. 막상 일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그라운드시소를 운영하는 미디어앤아트에 지원했죠. 저희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이 PD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모두가 전시의 모든 일에 관여하는 능동적인 포지션이라는 거죠. 다른 갤러리와 달리 그라운드시소의 전시는 영화 한 편,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보는 것처럼 호흡이 길어요. 대중이 타깃인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생긴 특성이죠.
전시 기획부터 공간 디자인까지, 전시기획팀은 어디까지 관여하나요?
작가와 작품을 결정하고 나면 큰 주제를 잡고 어떻게 스토리텔링 할 것인지 생각하고, 1차 구성안을 만들어요. 이번 루이스 멘도 전시를 예로 들면, 현재 작가가 일본 도쿄에 살면서 도시 풍경을 그리거든요. 소소한 낭만과 위트가 돋보이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해요. 그래서 ‘Fantastic City Life’로 부제를 잡았어요. 어떤 그림이 어디 들어가면 좋을지, 존을 어떻게 분류할지, 어디에 포토 존을 만들지 대강 구성하면 시각 디자이너와 공간 디자이너가 세세한 부분을 고려해 현실화해 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