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황에서 ‘다다익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에 있어서는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양과 시간, 에너지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다양하게 일을 벌인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면서도 멋진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만의 남다른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다양한 일을 즐겁게 해내는 사람들은 각자의 분명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지금의 내가 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한다. 이러한 기준은 해오던 일을 정리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률 지식을 만화로 쉽고 재치 있게 알려주는 변리사 김형준, 책과 영화, 노래 속 문장에 영감을 받아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그래픽 디자이너 유현선, 그리고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는 사진가 정멜멜. 각자의 기준을 토대로 다양한 일을 이끌어가는 이들에게 질문을 건넸다. 

“다양한 일을 동시에 잘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미국계 스타트업 회사에서 근무 중인 변리사 김형준입니다. ‘변리사님’이라는 뜻을 담은 ‘BLSN’ 계정으로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어요. 가장 인기가 높았던 콘텐츠는 ‘컨버스와 똑같이 생긴 무인양품 스니커즈는  표절인가?’였는데, 이로 인해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죠. 이후로도 디자인, 패션, 아이돌 그룹 등에 관한 지식재산권 이슈를 다룬 인스타툰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주요 아이디어는 댓글에서 얻곤 해요. 사람들의 관심사와 핫한 이슈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대학에서는 기계공학과 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했어요. 오래전부터 꿈꿔온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싶었거든요. 결국 고민 끝에 변리사로 진로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디자이너, 예술 창작자들과 함께 일하며 표절과 지식재산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전공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인스타툰 작업을 시작하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디자인을 배운 덕분이에요.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든, 법을 주제로 만화를 그리든, 모두 변리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법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목적은 동일하니까요. 인스타툰 덕분에 활동 영역이 넓어졌고, 대학교나 기업, 공공 기관에서 세미나와 인터넷 강의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어요. 현재 인스타툰 관련 책도 준비 중이에요.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려면 각 일의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수입, 개인적인 만족,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 등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죠.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시작한 일은 삶에 피로를 불러올 뿐이에요. 저의 목표는 ‘본업은 지키며 나의 영향력을 조금씩 넓히는 것’이었고, 이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습니다. 단 하나라도 이유가 명확하다면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