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LP 제작자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Q. 국내 LP 시장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2010년 즈음부터 전세계적으로 LP 열풍이 시작됐지만, 당시에 한국은 아직 LP 시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린다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또 다른 주류의 문화로 다시금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LP에 대한 설렘을 잊지 말자’. 설렘은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감정이다. 설렘과 재미, 흥미로움이 있어야 때로는 새롭고 무모한 도전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학창시절부터 LP를 수집했다고요. 처음 LP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섯 살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유품 중 하나가 전축이었어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그분의 물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특별했고, 더 아끼게 됐죠. 그때부터 LP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학창시절을 보낸 1980년대는 그야말로 LP의 전성기였어요. 등교하자마자 친구들과 ‘새로 나온 판’ 얘기를 하고, 용돈을 모아 LP를 사는 게 무척 자연스러웠던 때였죠.
좀 더 취향을 담은 컬렉션을 구축했던 시기가 있었나요?
고등학생이 된 후부터 레드 재플린이나 에릭 클랩튼 같은, 좋아하는 뮤지션의 LP를 위주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대학 진학을 하며 서울에 오니 또 다른 신세계가 열렸죠. LP를 구할 수 있는 가게도 많고, 무엇보다 자취방이 생기며 혼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정말 좋았어요. 그러던 중 <레코드 포럼>이라는 음악 잡지에서 음악 평론을 공모했을 때 상품을 받고 싶은 마음에 응모를 했는데, 덜컥 당선이 되어 평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졸업 후에 그 잡지의 기자가 되었고, 또 6개월 후에는 편집장이 되었죠.
그 모든 게 1년 안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 후로 음반 기획과 제작자, 프로듀서, TV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의 음악 감독을 차례로 경험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됐습니다. 공연 연출은 지금까지 이어서 하고 있고요. 그렇게 30대 초반까지 치열하게 음악에 관련된 일들을 하며 영역을 넓혔는데, 결과적으로는 현재 LP를 만드는 일에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만난 뮤지션이 새 앨범 LP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