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면 습관처럼 항공권 검색창을 열어본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완전히 낯선 여행지로 떠날까 싶다가도, 이것저것 알아보는 일이 만만치 않아 결국 가본 적 있는 익숙한 나라로 티켓팅을 한다. 이전에 들렀던 식당에서 이미 아는 맛의 밥을 먹고, 저번에도 사 들고 돌아왔던 물건을 한 아름 품에 안고 귀국길에 오른다. 짧고 익숙한 여행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나름의 ‘힐링’은 주긴 하지만 새로운 영감을 얻었냐고 묻는다면 글쎄.
첫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이를테면 해방감과 긴장감, 난생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한 기대감. 오직 낯선 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 안의 영감을 일깨우고 다시 여행길에 오르게 만든다. 그런데 매번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것,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라지만, 먹고사는 일에 쫓기다 보면 그 마음 한 번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좌우지간 바쁜 현대인에게 여행이란 금쪽같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준비하는 초대형 이벤트와도 같다.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할지에 대해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98개의 나라, 80억여 명의 인구.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 이런저런 통계를 따져 본다. 평생 동안 몇 개의 나라에 방문하고, 몇 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전보다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왕이면 한 번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서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고 싶다. 어디로 떠나야 할지 도무지 막막하다면, 먼저 내가 어떤 여행 스타일을 원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 이번 툴키트를 통해 내게 맞는 여행 코스와 숙소 그리고 여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특별한 기록법을 알아보자.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미지의 영감과 마주할 낯선 땅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