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님’이라는 뜻의 ‘BLSN’ 인스타그램 계정(@blsn_02)을 운영하며 ‘만화를 그리는 변리사’로 알려진 김형준. 변리사로서 만화를 그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는 두 활동이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믿는다. 인스타툰을 통해 창작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본업에서 느껴보지 못한 에너지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낀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아주 짧은 여유 시간도 놓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aily Schedule
김형준은 ‘BLSN’ 계정에 지식 재산권을 소재로 한 재치 있는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다. 모든 아이디어 구상과 그림 작업을 혼자 맡기 때문에, 매주 새로운 피드를 올리려 해도 본업의 업무량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후 짧은 틈새 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출근하는 동안 만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퇴근 후 서점에 들러 인스타툰의 소재가 될 만한 트렌드를 훑어보는 식이다. 이것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지속하는 그만의 비결이다.
AM 8:30 l 스케치의 시간
“출근 시간은 지하철로 약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려요. 아침 8시 30분쯤 집을 나서죠. 처음엔 러시아워 속에서 휴대폰만 바라보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만화 주제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간단히 스케치하기 시작했죠. 일반 노트는 많은 승객들 틈에서 쓰기 어려워서, 휴대폰 크기와 비슷한 A7 사이즈의 노트를 사용하고 있어요. 작은 노트를 펼쳐 한 컷씩 그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죠. 출근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PM 12:00ㅣ일과 딴짓을 따로 또 같이
“점심시간에는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빈 회의실에서 출근길에 그린 스케치를 채색하거나 독서를 합니다. 법률 또는 만화 관련 도서를 훑어보고 기억해야 할 판례와 참고할 만한 그림, 다시 한번 찬찬히 정독할 문구가 있으면 여러 앱을 통해 저장해 놔요. 일과 딴짓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죠.”
PM 6:30 l 퇴근길엔 영감의 장소로
“저작권이나 지식 재산권은 디자인, 패션, 문학, 음악 등 모든 창작물에 적용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문화 전반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특히 인스타툰은 최신 트렌드나 화제의 아이템을 주제로 삼아야 반응이 좋거든요. 그래서 만화의 영감을 얻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많이 찾아다녀요. ‘유명 브랜드 로고로 커스텀 케이크를 만들어도 되나요?’, ‘문화재를 소재로 굿즈를 제작해도 되나요?’ 같은 주제가 그렇게 탄생했죠.”
PM 10:00 l 밤의 업무와 창작 시간
“외국계 스타트업 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온라인 회의가 늦은 시간에 잡히기도 합니다. 주로 밤 10시 전후인데, 가끔 새벽 1시에 회의를 해야 할 경우도 있죠. 피곤할 때도 있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해요. 회의 시간을 기다리며 업로드할 인스타툰을 마무리하거나 댓글과 최근 이슈를 확인합니다. 팔로워들의 의견에서 다음 피드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기에, 제게는 하루 중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에요.”
TIP 변리사 김형준이 인스타툰 작업을 위해 참고하는 책 3
1 <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비즈앤비즈 ‘만화’라는 특별한 매체의 정의를 만화 자체로 설명하는 책. 깊고 복잡한 이론을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쉽게 전달해 준다.
2 <스마트 브레비티>, 짐 밴더하이·마이크 앨런·로이 슈워츠, 생각의힘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과 그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룬다.
3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 밥 길, 작업실유령 계속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시각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목적과 수단에 맞는 정보 전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 딴짓을 생산적으로 해온 김형준의 성장 비결이 궁금하다면? 기사 보러 가기(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