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한아조(hanahzo)
의미
조한아 브랜드명 후보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김상만 대표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이름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예전 회사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했던 경험이 있어 ‘한아조’라는 명칭이 익숙했고, 이름을 걸고 도전해 보자는 다짐을 담기도 했다.
탄생 시기
2014년
핵심 가치
‘Pause Your Life’를 모토로, 수제 비누와 스킨케어 제품을 직접 만드는 것.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조한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스스로 돌아보며 끊임없이 질문했다.
김상만 부모님께 물려받거나 자라며 익숙해진 여러 관습에서 벗어나, 오롯이 우리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성장 포인트
지금의 한아조 안국점이 된 붉은 벽돌 건물과의 만남. 1980년대에 한옥을 개조해 세워진 단층 건물로, 과거에는 세탁소와 한식당으로 운영되었다. 우리는 건물이 지닌 역사를 지키기 위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외관을 유지했다. 또한 이곳이 앞으로 한아조의 성장을 증명하는 ‘초안’이 될 거라 생각해 ‘드레프트_원: 북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부에는 한아조 작업 공간 일부를 재현하여 작업자로서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
한아조는 어떻게 시작한 브랜드인가요?
김상만 저희 둘은 패션 회사 동료로 만났어요. 당시 저는 서른을 갓 넘었고, 조한아 대표는 서른을 앞둔 시기에 퇴사를 결심했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이 인생의 화두로 자리 잡을 때였어요. 소위 말하는 ‘서른 병’에 걸린 거예요(웃음). 한아조는 정식으로 사업을 계획하며 탄생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고민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이에요.
아이템으로 비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조한아 손으로 만드는 일을 좋아해요. 적은 자본으로 디자인이나 색감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비누가 가장 적합할 것 같더라고요. 마침 플리마켓이 유행하던 때라, 집에서 직접 만든 비누를 들고 나가 소개하고 판매하면서 브랜드의 형태를 갖춰 나갔어요.
김상만 당시만 해도 수제 비누가 흔하지 않아서 더 관심이 갔어요. 저희보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비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공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수제 비누를 브랜드화한 곳은 드물었어요. 한아조가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에게 좋은 비누를 소개해 비누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주고 싶었어요.
한아조가 생각하는 ‘좋은 비누’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상만 기본적으로 ‘비누다움’을 지키려고 합니다. 보습과 세정력을 갖추면서도, 향은 과하지 않게 담백한 정도로만 더하죠. 아무리 좋은 원료라도 과하게 사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독특한 비누는 만들지 않아요. 한 가지 주요 성분만 넣어 원재료의 기능을 강조하는 ‘온리원 시리즈’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보습감이 풍부한 망고 버터 비누, 피부 트러블에 좋은 녹두 비누 등 10가지 종류가 있는데, 지금도 많은 분이 찾아주세요.
조한아 수제 비누를 만드는 일은 요리나 그림 작업처럼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에요. 지금도 저희는 기존에 출시했던 비누를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보며 더 나은 제조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비누 제작 실력도 점점 늘고 있죠. 앞으로 더 탁월한 비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고된 제작 과정을 직접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한아 저희는 스스로를 ‘위대한 작업자’라고 여겨요. 쇼룸 벽에 걸린 작업복이 한아조의 정체성을 잘 설명해 주죠. 몰드에 비누를 붓고, 꺼내고, 말리고, 자르고, 포장하는 모든 과정을 손수 하다 보면 몸이 고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상상을 해보죠. ‘이 일을 그만두면 뭘 할까?’ 저는 비누가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좋아서 선택한 일인 거죠.
김상만 마음을 담아 만든 제품은 뭔가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처럼 모든 걸 직접 하면 수익을 많이 남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기도 해요(웃음).
작년에 문을 연 한아조 안국 쇼룸도 소개해 주세요.
조한아 LCDC 쇼룸에 이어 이번에도 임태희 소장님과 내부 인테리어를 기획했어요. 저희의 본질인 작업자 정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분이죠. 바닥에 박힌 대리석 조각들은 한아조의 시그너처인 테라조 비누를 상징합니다. 입구 손잡이는 이윤정 금속 공예가가 비누 형태로 제작한 작품이고요. 비누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세면대 공간은 아티스트(Artist) 존으로, 호상근 작가님의 작품인 ‘조각상과 서 있는 카트’를 걸었어요. 반대쪽 작업자(Craftman) 존에는 한아조의 작업복을 담은 모리함 표구로 꾸몄죠.
한아조는 삶을 방향을 바꾸기 위한 선택이었네요. 그때와 지금의 생각을 비교해 보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상만 퇴사가 꼭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회사와 결이 맞는지 등을 고민해야 어떤 선택을 하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조한아 제 생각도 비슷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조직의 틀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막상 나와보니 회사 밖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스스로 세운 규칙과 규율을 얼마나 따르는지가 결과를 좌우해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렵죠.
2018년엔 브랜드의 본질을 고민하는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고요.
조한아 한아조가 속한 산업이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되는지를 파악하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 시기였어요. 하지만 한아조가 꿈꾸는 모습의 선두 주자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막막했죠. 결국 직접 넘어지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일의 의미를 정의하게 됐어요. 브랜드 모토(Pause Your Life) 중 ‘PAUSE’라는 단어의 이니셜에 Peaceful, Artistic, Unique, Sustainable, Ecological-Economics라는 의미를 담아 한아조의 목표로 삼았어요.
한아조는 여러 직원과 함께하고 있어요. 두 분이 생각하는 좋은 동료란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만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일상의 균형을 잘 잡는 사람이 좋아요. 여기서 말하는 균형은 단순히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너그러운 태도를 의미해요. 일상을 지킬 수 있어야 주변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어려운 순간에도 도움을 잘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움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인 거죠.
조한아 동료들과 마라톤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너무 많이 사랑하면 빨리 타버릴 수 있거든요. 저도 직원들도 지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함께 달리며 일과 일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하트 모양 ‘마음 비누’의 탄생기가 궁금해요.
김상만 한아조는 오래전부터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었어요. 이번에는 ‘마음’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죠. 한아조의 10년 끝에 남은 건 마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트 모양도 결국 ‘마음’의 형태잖아요.
그렇게 마음과 비누가 서로 만나게 되었군요!
김상만 원래 지난해 4월부터 한글박물관과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하트 모양 립밤을 준비했어요. 립밤을 선택한 이유는 한글 창제 원리를 담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에요. 자음 ㅁ(미음), ㅂ(비읍), ㅍ(피읖)와 같은 입술소리를 발음할 때의 입술 모양이 립밤을 바를 때와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하트 모양 립밤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연말이 되니 비슷한 형태의 제품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한아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대로 비누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봤어요. 남은 비누를 뭉쳐 하트 모양 틀에 찍어 제작했고, 덕분에 하나하나 다른 테라조 무늬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죠.
두 분의 삶에 11살 한아조는 어떤 의미인가요?
조한아 한아조를 시작하기 전에는 스스로를 환경에 따라 색이 변하는 투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르게 말하면 아이덴티티가 흐릿하다는 고민이 있었죠. 한아조를 운영하는 일은 제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어요. 엄마로서는 어른임에도 아직 깨우치지 못한 것들을 아이와 함께 배워가고 있는데, 제가 소화한 깨달음을 아이가 그대로 흡수하고 한아조에도 자연스레 드러나요. 부족한 점도 많지만, 앞으로 조한아와 한아조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요.
김상만 저희가 결혼한 해에 한아조를 시작했고, 팀원이 생기며 매출이 조금씩 늘던 시기에 아들 오늘이가 태어났어요. 한아조는 우리 삶 자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브랜드 운영이 대표가 잘났다고 해서, 혹은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한아조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을 내려두고, 계속 공부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어려움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