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윤 디렉터는 자신이 이끄는 브랜드 ‘윤’의 안경이 공산품과 수공예품의 중간 지점에 자리하길 바란다. 기계의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드는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더해진 결과물. 그가 아끼는 일상 도구 역시 시대와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창작자의 정성으로 더욱 빛나는 것들이다.

지금 하는 일
프레임과 렌즈를 모두 디자인하고 생산, 제작하는 안경 브랜드 ‘윤’을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성수, 한남, 판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차례로 오픈했다. 매 시즌마다 다채로운 소재와 편안한 형태의 안경을 창작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내 성장의 터닝포인트
패션 회사를 과감히 퇴사한 후, 아버지와 함께 안경 브랜드를 시작한 것. 안경은 패션을 완성하는 액세서리 중 하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옷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시간이 지나 안경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안경의 남다르고 무한한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제는 거리를 걷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도 사람들의 안경에만 눈길이 갈 정도다.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
‘윤’은 안경과 선글라스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로, 그 이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우리와 같은 방향성과 도전을 공유하는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가방, 텍스타일, 커피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매번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얻었다. 협업 브랜드와 오랜 기간 소통하며 서로의 접점을 조율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팝업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마다 ‘윤’과 내가 한결 성장했다고 느낀다.

What’s in Your Cabinet?

➊ 민음사의 <달과 6펜스>
민음사의 유튜브 채널인 ‘민음사TV’를 즐겨 보고 있다. 특히 세계 문학을 다루는 ‘세문전’ 코너를 통해 고전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 서점에 들렀을 때 자연스럽게 고전 문학 코너로 발길이 향했다. 그렇게 만난 책이 바로 민음사의 <달과 6펜스>다. 안경과 책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내가 즐기는 문학의 재미를 신선한 협업으로 풀어내고 싶었고, 다행히 민음사에서 기쁘게 화답해 주어 내년 여름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여름 해변에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쓰고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 상상을 하며 다양한 제품과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다가올 여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➋ 교토에서 온 터프팅 방석
여행을 떠나면 그 도시의 공예품 가게를 꼭 찾아간다. 특히 나무와 도자기, 패브릭으로 만든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이 터프팅 방석은 일본 교토의 ‘얀 앤 소일(Yarn & Soil)’이라는 공예품 가게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아이템이다. 이름처럼 털실로 만든 패브릭과 카펫, 태피스트리, 흙으로 만든 도자기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이 방석의 보드랍고 폭신한 질감과 따뜻한 색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한 땀 한 땀 누군가의 정성으로 완성된 방석 덕분에 이번 겨울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➌ 도쿄 카페 오니버스의 원두 
일상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시는 ‘윤’의 가치와 잘 부합하는 커피 브랜드를 꼽자면, 도쿄의 ‘오니버스’가 떠오른다. 오니버스의 커피는 맛과 향의 밸런스가 뛰어나며, 스페셜티 커피임에도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아 매일 마셔도 부담 없을 만큼 산뜻하다. ‘윤’ 역시 매일 착용할 수 있는 담백한 안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기에 오니버스의 맛에 대한 철학이 우리 브랜드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 가방 브랜드 ‘템베아’와의 협업에서 오프닝 세레모니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오니버스에 드렸는데, 흔쾌히 도쿄에서 서울까지 찾아와 우리를 축하해 주셔서 큰 기쁨과 감사를 느꼈다. 오니버스의 원두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테말라는 오니버스를 대표하는 원두로, 깊은 산미와 고소함이 매우 조화롭다. 요즘 커피를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도 자꾸 당기는 맛이다. 

 ✦ 윤지윤 디렉터가 자신의 섬세한 감각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사 보러 가기(Click)

• EditorChung Yunjoo
• PhotographerLee Woo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