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책상의 시간
‘책상의시간’은 책상 앞에서 저마다의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의 ‘시작’과 ‘지속’을 조명합니다. 책상 앞에서 쌓인 시간의 이야기로 영감과 용기를 전할게요.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행복은 스스로 창조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매일 매 순간 쨍쨍한 빛이 내릴 수 없고, 어느 날은 안개가 자욱해 한 걸음 앞도 분간이 안되지만 그 순간에 어떤 표정으로, 어떤 자세로 걸을 것인가는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누군가는 행복감이 자기 암시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스스로를 기쁨의 상태에 가져다 둘 수 있는 태도는 얼마나 강인한 능력인가.
행복을 파는 오롤리데이를 보면 그런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늘 유쾌 통쾌한 것 같은 이 브랜드에는 듣기만 해도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 많았다. 피땀 흘려 만든 브랜드 상표권을 중국의 어느 기업에 도둑 맞고, 몇 년간 키운 SNS 계정을 해킹당해 폭파하고. 여느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로 인한 고충이나 불량 제품 처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한결같이 재밌을까?
나는 한없이 웃고 싶을 때마다 예능 프로그램을 켜듯 오롤리데이의 SNS 계정에 들어갔다. 그때마다 롤리, 박신후 대표의 열연이 펼쳐졌다. 때론 진지하나, 대부분 몸 개그와 콩트 연기가. 문득 그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매일 즐거웠을까? 카메라 앞 롤리가 아닌, 아무도 없는 책상 앞에서 박신후를 만났다.
인터뷰 전에 기획을 위한 사전 질문 답변을 요청드렸는데, 받아보고 좀 감동했어요. 누구보다 바쁘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기에 예민할 법도 한데, 오히려 특유의 경쾌함이랄지… 생명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아이고, 감사합니다(웃음).
요즘 기분은 어떠세요?
딱 튀는 기분은 없는 것 같아요. 엄청 신난다거나 우울하거나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요즘에는 대체로 좀 신나는 것 같네요!
새로운 것들을 많이 도전해서 그런가요?
지난달에 물어보셨으면 너무 힘들다고 했을 거 같아요. 지난달엔 긴 터널을 거쳤어요. 여전히 뾰족한 해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새롭게 해봐야겠다는 에너지가 생기는 시기예요. 저는 원래 시작하는 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평소 책상 앞에서는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오롤리데이’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합니다. 정말 모든 일이요! 저의 책상은 오롤리데이 그 자체라고 보시면 돼요.
얼마 전 5월 15일은 오롤리데이의 11번째 생일이었죠. 11년간 희로애락이 있었을 테고,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요. 꾸준함에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나에 대한 파악이 잘 돼야 하는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의 본질도 중요하지만 지금 나의 상태. 내가 지금 지쳐 있는지, 아니면 조금 더 도전해볼 에너지가 있는지. 상태를 잘 캐치하지 못하면 쉽게 쓰러져요. 나의 어느 부분이 닳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다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어요. 나의 컨디션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그게 무언가를 오래 지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강연에서는 지속 동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무언가를 지속하는 데 동기 요인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은 돈일 수도 있고, 누구는 명예일 수도 있고. 나의 지속 동기가 실현 가능한 영역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해요. 저에게 지속 동기는 재미, 사회적 기여, 성장 이렇게 세 가지예요. 오롤리데이가 이 세 개를 다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의미한 가치를 지향하는 자세, 어쩔 땐 그 좋은 마음마저 소진되는 때가 있어요. 그런 적은 없었나요?
소진은 어쩔 수 없어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사업하는 사람일수록요. 소진될 땐 그냥 소진된 나를 달래줘야 해요. 휴식을 주든, 일을 덜어내든,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줘야 하죠. 저도 사업 초창기 때는 뭐든 지치지 않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번아웃을 수차례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앞서 말씀하셨던 나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군요. 신후 님은 어떻게 스스로의 상태를 체크 하나요?
이상 증상을 체크해요. 예를 들어 평소 같으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닌데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다거나, 뒷목이 뻐근하다거나, 허리나 머리가 지끈거린다거나. 어떤 식으로든 분명 증세가 있어요. 예전에는 이런 증상들을 다 무시했어요. 아프면 그냥 약 먹고, 그것도 안 되면 참고. 요즘에는 일이 아무리 바빠도 머리가 아프거나 뒷목이 굳으면 딱 멈추고 생각해요. 이게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다음 날 더 좋은 효율이 나는 일인가. 대부분은 후자예요. 물론 진짜 데드라인이 임박한 경우엔 어쩔 수 없지만요.
중요한 포인트네요. 저도 불안 때문에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효율은 안 나잖아요. 옛날엔 어떻게든 잡고 있었는데 이제 그렇게 해서 될 게 아니라는 걸 완전히 알아버린 거예요. 무엇보다 체력도 달라요. 제가 내년에 마흔이거든요. 이제는 그냥 힘든 게 아니라 죽을 것 같이 힘들어요(웃음).
대표의 삶은 대부분 책상 앞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신후 님은 책상 앞에서 어떤 시간을 좋아하나요?
책상에 앉기 전에 1L 텀블러에 물을 떠온 후, 노션에 적은 투 두 리스트와 구글 캘린더를 확인해요. 그렇게 오늘 해야할 일과 스케줄을 살핀 후, 심호흡을 하며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죠. 하루종일 할 일들을 해내고 투 두 리스트를 지우는 시간. 이때만큼 짜릿하고 뿌듯한 순간이 없는 것 같아요.
평소 즉흥적인 성격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일할 땐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쓰고 지우기를 즐겨 하시네요! 많은 업무의 우선 순위를 나누는 팁이 있다면요?
저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PM이니까,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흐름을 전부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우선 순위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매일 달라져요. 시간대로 바뀌기도 하고요.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면 우선 순위를 유연하게 옮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또 MBTI ‘P’의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이벤트에 강하다(웃음)!
때로 책상 앞에서 외롭진 않았어요? 자리를 박차 일어나고 싶을 때도 많았을 텐데, 무엇이 신후 님을 다시 책상에 앉게 했는지 궁금해요.
대표는 외롭다는 말이 많지만, 사실 저는 그렇게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팀원들과 관계 유지를 잘 해왔거든요. 보통 외롭다는 감정은 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팀원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요. 팀원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때에 따라선 ‘밑미’ 질문 카드 도구 도움도 받고요. 채용할 때 시간과 공을 가장 많이 들이는 이유도 그래서예요.
저는 오히려 항상 감사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요. 좋아하는 일, 심지어 그 일로 인정도 받고, 돈도 벌고.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굉장히 감사한 일이고, 큰 복이죠. 그래서 제게 책상은 놀이터예요. 저는 일을 놀이라고 생각해요. 그 놀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요. 머릿속으로만 막막하게 생각하던 고민들을 책상에 앉아서 글로 구체화하면 쉽고 간결해져요. 책상은 제 불안을 덜어주고, 창조성을 발휘하게 해주고, 결국엔 행복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편안한 공간이에요.
그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실력 같아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고요. 내 마음을 계속 다시 세워야 되잖아요.
최근에 ‘내가 이걸로 그동안 버텨왔구나’ 싶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어요. 제가 4월 말부터 2주간 중국 광저우로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출국하는 당일 낮에는 1차 합격한 정부 지원 사업 PT 발표를 해야 했어요. 그게 엄청 선정되기 어려운 사업이거든요? 지원금을 많이 주기도 하고, 1차부터 2차 심사까지 엄청 까다롭고. 제가 보통 긴장이라는 걸 잘 안 하는데, 그날은 긴장을 했나 봐요. 저희 집이 복층 오피스텔인데, 나갈 준비를 하고 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졌어요. 그냥 슬라이드로. 엉덩이뼈, 팔꿈치, 발등이 다 깨졌어요. 순식간에 멍이 들면서 부풀어 오르더라고요. 그 와중에 ‘머리 안 다쳐서 다행이다’ 싶다가 갑자기 서러운 거예요. 정말 너무 너무 서러웠어요. 제가 지난 달에 좀 힘들었다고 했잖아요. 계속 안 좋은 일들이 생기고, 당장 발표도 해야 하고 출장도 가야 하는데 몸까지 다치고. 서둘러 택시를 잡고 강남으로 가는 내내 눈물이 안 멈췄어요. 그렇다고 계속 울 순 없잖아요. 곧 발표 해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냐, 입꼬리를 이렇게 씨익 올리고 웃었어요.
울면서요?
네(웃음).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는데 눈물이 계속 흐르니까 그 꼴이 너무 웃긴 거예요. 그래서 셀카를 찍었어요. 그리고 제게 위로가 되는 언니들과의 단톡방에 보냈더니 언니들이 다 빵 터진 거예요(웃음). 그렇게 하고 나니까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진짜 잘 되려나 보다. 나 이거 붙으려나 보다.’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 해서 발표 잘 끝내고 광저우행 비행기를 부랴부랴 탔어요. 근데 거기서도 또 이슈가 생겼어요. 원래 한국에서 광저우까지 3시간이면 가는데, 그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른 도시에 떨어진 거예요. 비행기 안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6시간 동안 앉아 있었어요. 12시간 만에 도착한 숙소에서 몸에 붙은 파스를 뗐는데, 엉덩이가 멍 때문에 새까맣더라고요. 그 꼴이 또 너무 웃겨서 같이 간 팀원이랑 둘이 한참 웃었죠.
그때 생각한 거 같아요. 아, 나의 힘은 이런 순간에도 기분을 망치지 않을 수 있는 거구나. 사실 제가 그 상황에서 막 힘들어하고 아파하면 팀원도 불편하고 힘들 거 아니에요. 저랑 둘이 2주 동안 있어야 하는데. 그러고 3일 후엔가? 정부 지원 사업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어요.
와, 축하드려요!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긍정 마인드 역시 10년이 축적된 노하우일까요?
성격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최근 일 계기로 저에게 이런 힘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현실을 낙관하는 힘이 뛰어나네요.
10대와 20대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예요. 지금은 상상도 안 되지만, 그때는 정말 매일 죽는 상상을 했거든요. 그 시절 저에게 <시크릿>이라는 책이 좋은 자극을 줬는데요. 이미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얼핏 보면 사기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요. 그 책에서 그러거든요. ‘주문을 외워라. 온 우주가 너를 끌어당길 것이다’. 전 종교가 없지만 그 시절엔 무자비한 믿음이 필요했어요. 아무런 근거 없는 초인적인 믿음. 신기하게도 그 믿음으로 다시 살아났어요. 그 힘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긍정적으로 살면 진짜 좋은 일이 온다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행복 주문이군요.
정말 주문을 거는 거예요. “난 앞으로 좋아질 거고, 지금은 더 행복해지려고 조금 삐끗한 거다.” 이렇게 하면 그 순간도 그냥 에피소드로 끝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지’ 하는 순간, 아시죠? 끝도 없이 밑으로 들어가요. 저는 그게 얼마나 무서운 수순인지 알아요. 그 절차를 안 따르려고 습관적으로 주문을 외워요.
그동안 포기한 것도 많을 텐데요. 무언가를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음으로써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오롤리데이를 얻었죠. 오롤리데이가 올해 12년 차인데, 그동안 브랜드만 성장한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성장했다는 감각이 가장 큰 수확이에요. 만약에 12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흘러서 채워졌다고 해봐요. 그냥 동료들만 뛰어나서, 아니면 내 운이 좋아서. 그런데 제게는 12년 동안 갈아넣은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요. 지난 시간으로 제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떤 부분이 성장했나요?
숫자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요. 돈에 관심이 없던 제가 매출과 비용을 따지기 시작했어요. 예전엔 안 그랬어요. 원래 제 스타일은 브랜딩을 할 수 있다면 돈이 되든 말든 그냥 하자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되겠더라고요. 우리는 회사고, 함께해야 할 팀원들과 고정비는 늘어나고, 이걸 오래 지속해야 하니까.
앞서 제가 관계를 중요히 여긴다고 했는데, 오롤리데이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끈끈함이 이전보다 덜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제 스스로 묘한 불안감과 갈증이 있기도 했는데요. 그럴수록 팀원들과 ‘효율’ 얘기를 진짜 많이 했어요.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 우리가 하던 일 중에 필요 없는 건 줄이기도 하고요.
시스템으로 팀원들과의 믿음을 지키는 거군요.
맞아요. 이전에는 사실 시스템이 너무 약했죠.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걸 기준으로 모인 동아리처럼 하고 싶은 걸 했더라면, 이젠 규칙과 과정이 생겼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일이 심플해지고 명확해지더라고요.
작가, 강연 등 신후 님은 개인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오롤리데이 대표 롤리로 사랑받는 것과 박신후로 사랑받는 감각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크게 다르진 않아요. 저는 저를 이곳저곳에서 불러주는 이유가 오롤리데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저 혼자 잘나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롤리데이가 사랑받으면 롤리가 행복하고, 제가 어디 가서 잘하면 오롤리데이에 좋은 거 같아요.
저는 사랑받는 감각도 좋지만 사실 그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좋아요. 그래서 강연을 진짜 좋아해요. 제게 있는 노하우나 인사이트를 누군가에게 주는 순간이 되게 좋아요. 당연히 강연비는 받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시간에서 오는 기분이 있어요.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그만큼 받아봤기 때문일 거예요. 지금까지 어떤 사랑과 믿음을 받아왔는지요.
제 주변엔 ‘롤리 너라면 다 할 수 있다. 네가 생각하는 게 맞다’라고 해주는 사람이 진짜 많아요. 저희 팀원들만 하더라도 그래요. 만약 이들이 저를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오롤리데이에서 하는 모든 일을 못했을 거예요. 타인에게 받은 믿음의 감각이 있기에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메시지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감은 스스로 채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네가 하는 게 맞다’라는 타인의 지지가 주는 힘도 크니까.
오롤리데이의 11년, 여전한 것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은 ‘행복’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 키워드 하나로 모든 결정을 해왔어요. 저희는 어떤 콘텐츠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콘텐츠는 만들지 않아요. 담당자가 바뀌어도 우리의 본질은 꾸준히 지켜오고 있어요. 본질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표현 방법은 얼마든지 달라도 상관없죠. 변화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요. 저희는 언제든지 바뀔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앞으로 20~30년 후 오롤리데이 모습을 상상해본다면요?
20~30년은 정말 상상도 안 되네요. 제 바람이 있다면, 저희가 지금 키우고 있는 못난이 캐릭터가 오래 사랑받으면 좋겠어요. 캐릭터는 영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연예인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잖아요. 내 마음이 변하기도 하고, 상대가 달라지기도 하고. 그런데 미키마우스나 스누피 캐릭터 봐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스누피를 보고 자란 세대가 되잖아요. 함께 보고 웃고, 사랑하고. 30년 후에도 오롤리데이가 계속 살아있다면 그런 세계관 안에서 캐릭터들이 숨 쉬듯 살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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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는 시간이 외롭지 않고 기쁘다고 말하던 박신후 대표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브랜드를 11년간 운영하며 본인 스스로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말하던 자부하던 그 목소리가. 한때 나는 절대 리더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리더의 책상에 얹히는 책임의 무게를 상상하기만 해도 현기증이 일었다. 이날의 대화는 그런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건넸다. 리더로 일하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선택하라.
박신후 대표가 강한 파도와 바람에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없어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으며, 나는 어떤 마음을 선택할 것인가. 이 결정으로 오늘 나의 책상은 구속이 되거나 자유의 세계가 될 것이다.
✱ 박신후 대표의 인터뷰 영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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