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탄은 힙합 음악에 빠져 있던 사람이었다. ‘THE GOOD BOYS’라는 동갑내기 친구 두 명과 힙합 트리오를 꾸려 다섯 곡의 앨범을 낸 래퍼이기도 했다. 음악밖에 몰라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우연히 콜라주 전시를 보게 되면서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어느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만든 콜라주 작품을 보고 말이다. 당시 그는 아티스트란 본인만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진정한 멋이 나온다고 생각하던 때였으니 은유를 적절히 섞어가며 풋내기 시절의 꿈을 표현한 작품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문득 조던 신발을 신고 덕수궁 앞에서 찍었던 어릴 적 사진 한 장이 떠올랐고, ‘내 사진으로도 저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집에 돌아와 자신이 모아둔 재료를 한데 모았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잘 주워 오고 잘 버리지도 않았기에 의외로 쓰일 것들이 넉넉했다. 제품 태그와 스티커, 신발을 사면 달려오는 부자재들을 비롯해 언제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집해두었던 재료들을 책상 위에 흩트려 놓고, 사진 위에 제멋대로 배치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모든 과정이 즉흥적이었다. 이토록 순간적인 감정들에 집중하고 있으니 음악을 만들 때 받았던 자기 검열과 압박감이 한데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창작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또다시 창작으로 풀었어요. 기준점도 없었고 뭐가 잘하는 건지도 몰랐기 때문에 더욱 마음대로 할 수 있었죠.” 그렇게 콜라주에 매료된 그는 좀더 본격적으로 콜라주의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