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선의 직업은 영화 마케터였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SI그림책학교에서 교육받은 게 그림 인생의 출발이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독일 베를린으로 떠난 지 1년이 되던 해, 병이 찾아왔다. “이제 무엇이든 꿈꾸면 안 되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어요.” 꿈이 깨졌고, 우울감과 절망감이 같이 찾아왔다.
흔한 단어가 돼버린 건강이 사실은 얼마나 가까스로 얻을 수 있는 보물인지 절실해질수록 집에서 운동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임희선은 그때의 마음을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네모난 운동장은 모래로 만들어진 섬 같았다. (중략) 작은 섬 안의 사람들은 멀리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지만 그 모습에서 다양한 감정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