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인 인스타그램 ‘영감노트’ 계정에는 19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쌓였어요. 어떻게 시작했나요?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4년부터 영감 수집을 시작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마케팅이란 세심하게 관찰하고 들여다본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언어로 바꾸는 일인데, 여기에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요. 당시 제게 그런 부분이 약하다고 느껴 눈에 띄는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했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하기 편리한 매체라 인스타그램을 선택했어요.
주로 어떤 것을 ‘영감노트’에 업로드하나요?
처음에는 하루에 20개 넘게 올렸어요.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업로드했죠. 요즘은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만 올려요. 인상적이라고 느끼는 기준은 개인적인데요. 내게 자극을 주거나 다른 생각을 심어주는 등 ‘멈칫하는 순간’이 바로 영감이라고 생각해요.
멈칫하는 순간은 언제 찾아오나요?
내 삶의 어젠다와 그 발견이 닿아 있을 때죠. 목적과 방향성 없이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일에 접목시키기 어렵고, 아무리 좋은 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요. 영감 수집을 시작하기 전 꼭 자신만의 어젠다를 세워볼 것을 권해요.
보통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익숙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어려워요.여행을 자주 떠나려 하고, 그게 어렵다면 가보지 않은 장소를 찾아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이 더 강렬한 것 같아요.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감, 미각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탐색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 해요.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니까요.
SNS는 알고리즘에 따라 피드가 노출되어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없기도 해요. 알고리즘을 피해 보다 적극적으로 디깅하는 방법이 있나요?
가끔은 제 관심사와 전혀 상관없는 검색어를 입력해 타임라인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요. 하지만 알고리즘은 굉장히 정교해서 그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매일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요. 서점의 신간 리스트는 알고리즘과 무관하고, 평소 관심 없던 주제도 살펴볼 수 있죠. 주변 사람들에게 책 추천도 적극적으로 받는 편이에요.

같은 것을 보아도 감흥이 없을 수 있잖아요. 영감을 발견하기 위한 태도가 있을까요?
2년 전 낸 책 〈별게 다 영감〉에 영감 발견을 두고 “사소한 것을 특별하게 보는 것”이라고 썼어요. 이런 시선을 갖기 위해선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떨 줄 알아야 해요. 어렸을 때는 호들갑 떠는 게 체면이 안 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함께 일하는 마케터들은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 받는 거예요. 그런 태도를 보고 좋은 걸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호들갑을 떨다 보니 더 많은 것들이 흥미롭게 보이더군요. 그만큼 일상에도 활력이 더 생겼어요.
디깅한 영감을 언제, 어떻게 기록으로 정리하나요?
발견할 때마다 노트와 스마트폰 메모장, 사진첩에 수시로 남겨요. 이렇게 남긴 기록을 아침마다 추려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옮기고요. 많은 디지털 매체 중에서도 블로그가 가장 편리한 것 같아요. 검색이 가능해 별도로 정보를 분류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쉽게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기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대충 쓰되 구체적으로 쓰자. 완성된 형태의 글이나 이미지로 남기기보단 처음 보았을 때 인상, 기록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빠르게 써요. 영감은 앞으로 제가 쓸 책이나 진행할 프로젝트의 재료가 되는 거지 그 자체로 완성품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기록 자체는 구체적이어야 해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을 때 ‘맛있었다’ 한 마디만 쓰면 기억이 쉽게 휘발되잖아요. 어떤 공간에서 누가 어떻게 커피를 주었고, 맛과 향이 어땠는지를 구체적으로 남기면 훨씬 강렬하게 기억돼요. 쓰다 보면 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찾을 수도 있고요.
대충 쓰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내용은 있을 것 같아요.
“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천 개의 생각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의 채널에 바이브컴퍼니의 송영길 부사장님이 나와서 한 말이에요. 이처럼 영감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생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어떤 포인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이걸 어디에 사용해 보고 싶은지 등 ‘왜 좋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기록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