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우들랏(Woodlot)
의미
목제품 생산이나 휴식을 위한 숲속 공간이라는 뜻이다.
탄생 시기
2019년 봄. 이제 꽉 찬 3년이 됐다.
핵심 가치
존재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목소품 만들기.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사람들이 여기까지 모빌을 사러 올까?
가게 주변의 유동 인구가 많지 않고, 온라인 스토어도 없기 때문에 우들랏의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일부러 여기까지 와야 한다. 하지만 작은 가게와 작업실을 겸할 생각인데, 기계로 나무를 깎고 다듬으려면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번화가나 주거 지역에 가게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전면에 커다란 창을 내고 밤에도 불을 밝혀 영업시간이 끝난 후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빌을 구경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유리 통창이 홍보 역할도 동시에 해줄 것 같다.
Q.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해 볼까?
아니다. 혼자서 작업하므로 대량 제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주문이 많아진다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성장 포인트
주인이 직접 만들고 손님 취향에 따라 주문 제작도 가능한 나무 모빌을 선보인다. 누구라도 작은 가게에 오면 모빌들을 직접 보면서 작업 현장까지 확인할 수 있다.
나무 모빌은 우들랏을 대표하는 제품이죠. 예전부터 모빌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요?
8년 전, 제가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호기심을 갖고 있던 목공을 시작했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가구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가구 시장은 워낙 포화 상태였고 스케일이 커서 혼자서는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크기가 작은 소품 쪽으로 눈을 돌렸죠.
펜 트레이, 리스, 모빌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아직 간판도 없고 물건 가격도 책정되어 있지 않을 때 어떤 분이 가게에 모빌을 사러 오신 거예요. 우들랏의 첫 손님이었죠. ‘아, 모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모빌을 좀 더 만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대표 아이템이 됐어요.
우들랏을 시작하기 전에 미술관 큐레이터와 잡지 에디터로 일했다고 들었어요.
미술 이론을 전공하고 큐레이터가 됐는데, 6년 정도 일한 후에 미술관이 갑작스레 문을 닫게 됐어요. 큐레이터를 하다 보면 전시 도록을 만들거나 작가에 대해 글을 쓸 일이 많거든요. 제가 쓴 글들을 보고 지인이 추천을 해줘서 하루아침에 잡지 에디터가 됐어요. 그때는 ‘이참에 출판계에서 일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면 언젠가 다시 미술관에 복귀할 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10년을 일했으니 큐레이터보다 에디터로 훨씬
더 오래 있었던 셈이죠. 이 가게를 하나의 갤러리라고 생각하고 모빌 등을 전시할 때면 큐레이터로서 했던 일들이 생각나곤 해요. 그리고 에디터는 기획을 하고 글을 쓰는 직업이니 생각보다 여러 방면에 도움이 되고요. 두 직업 모두 현재에 두루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우들랏의 공간은 크게 가게와 작업실로 나뉘어요. 작업실을 손님들에게 완전히 오픈한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는 친절한 가게에 가도 ‘결국 다 돈 벌려고 그러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가게를 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손님들이 가게에 오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거든요. 그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도 많이 얻고, 기분 좋은 피드백을 주면 하루 종일 즐거워요. 그래서 가게에 온 손님들을 만나고 친절하게 인사하고 싶어서 작업실 쪽에 벽을 세우지 않았어요. 손님들도 모빌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공간을 보면서 더 흥미로워하고요. 그리고 가게에 손님이 없어도 부담 없이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모빌 만들고 있으면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웃음).
모빌은 예술과 실용, 그 둘의 접점에 있는 물건 같아요. 언젠가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처럼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생각은 없나요?
전시 문의를 꾸준히 받고 있는데, 저는 아티스트가 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전시를 하고 작가가 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작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릴 것 같거든요. 그냥 지금처럼 사람들이 편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나무 모빌을 만들고 싶어요.
그저 제가 즐기면서 작업하고 먹고살 수 있을 만큼만 모빌이 팔리면 돼요.
사실 지금 가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시 보는 기분이 들어요. 물건 옆에 가격표가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구경하다 가격을 보면 괜히 뭔가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저는 손님들이 구경만 하고 가는 것도 좋아서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라고 일부러 가격을 내보이지 않았어요.
오며 가며 구경만 하러 들르는 동네 사람들도 많아요.
우들랏의 모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모빌 멍’을 하게 되네요.
흔히 모빌은 아이들을 위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사실 떠올려보면 우리는 모두 한 번씩은 누워서 한없이 모빌을 바라봤던 유아기를 거친 거예요. 조용하고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즐거웠던 기억을 갖고 있는 거죠. 성장하면서 그런 감정을 잊고 살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모빌을 보면서 그 기쁨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나 모빌을 보고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지고 편안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혼자서 모든 것을 꾸려가는 1인 브랜드로서 어려움은 없나요?
우들랏이라는 브랜드를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해도 직원을 채용하거나 가게를 확장할 생각은 없어요. 우들랏이 영원히 1인 브랜드로 남았으면 해요. 종종 클래스를 열어달라거나 모빌 만드는 것을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우들랏을 이어가고 싶어요. 제자를 통해 대를 물려가며 할 생각도 없고요. 그저 누군가의 집에 오랫동안 제 모빌이 걸려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나무를 주재료로 다루며 느낀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나무의 장점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해 주는 재료라는 거예요. 만약 이 모빌이 스틸로 만들어졌다면 만지지 않아도 차가운 느낌이 들겠죠. 단점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나무는 모빌을 만들기에 정말 완벽한 재료 같아요.
우들랏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위기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나요?
처음부터 큰 욕심은 없었어요. 가게 문을 닫지 않을 정도로만 물건이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닫지 않았고,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해서 그런지 오히려 미래가 더 희망적으로 느껴져요. 매출도 아직 매달 달라서 성수기와 비수기도 짐작을 못 하겠고요. 좀 더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들랏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나무 모빌이 참 조심스러운 물건이거든요. 그래서 처음 판매를 시작했을 때 AS나 컴플레인이 많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문의가 정말 적어요.
아마 구입한 분들이 모빌의 특성을 이해해서 아끼고 잘 다뤄주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큰 행복이죠.
우들랏이 앞으로 어떤 가게가 되기를 바라나요?
지금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유지를 해서 사람들이 이 동네와 골목을 생각하면 함께 연상되는 가게가 되기를 바라요. ‘예전에 이 부근에 모빌 가게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으려나’ 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아직도 그대로 있네!’ 하면서 반갑게 우들랏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