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띠로리소프트
의미
당황스러운 순간에 주로 쓰이는 효과음 ‘띠로리’와 어엿한 회사라는 뜻을 담은 ‘소프트’의 합성어. 황당하고 헛웃음이 나는 인형을 만드는 어엿한 브랜드라는 뜻이다.
탄생 시기
2019년 12월
핵심 가치
어딘가 엉성하고 재미있는 물건으로 웃음과 사랑 전하기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인형을 팔 수 있을까?
성인을 대상으로 인형을 판매하기 위해선 차별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존에 없는 인형의 생김새를 만들어보자. 나만의 개성을 더해 아티스트의 굿즈라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Q. 가격대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인형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던 물건인 만큼 아티스트 굿즈 수준의 가격대를 책정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렇다고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이 제품에 저렴한 가격을 매기면 오래가지 못할 터. 그러니 우선 이 간극의 접점을 찾아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한 후에, 브랜드가 좀 더 자리를 잡으면 제품군을 두 가지로 나누어 제작해 보자. 한 그룹은 공산화 제작 시스템으로 넉넉한 물량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다른 한 그룹은 작품의 개념으로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해 소량만 제작하는 건 어떨까? 이 고민은 현재도 진행 중.
성장 포인트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인형은 무엇일까? 흔하지 않은 모습의 인형을 만드는 데 주목하여, 한 번 더 눈길이 가도록 비주얼적인 키포인트를 계속 개발해 나가자.
조소학과를 졸업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인형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소학과를 간 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배워보고 싶어서였어요. 움직이는 대상에 흥미가 있었거든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만화 그리기 동아리에 들어가서 캐릭터 그리는 걸 즐기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정통 조각과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쉬운 개념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때 구현할 소재로 선택한 것이 패브릭이었고, 그렇게 인형이라는 결과물로 탄생하게 되었죠.
띠로리소프트라는 브랜드 이름이 특이해요. 쉽게 의미가 짐작 가지 않고요. 무슨 뜻인가요?
‘띠로리’라는 단어는 당황할 때 나는 소리라는 뜻으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인형도 당황스러운 생김새를 가진 인형이었기 때문에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뒤에 ‘소프트’가 붙는 건 게임 회사나 규모가 큰 회사를 보면 뒤에 ‘~소프트’가 붙잖아요. 소프트라는 어감 자체가 되게 체계적이고 어엿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혼자서 운영하는 브랜드가 소프트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어불성설이고 재미있을 것 같은 거예요. ‘어엿하지 않지만 나름 브랜드입니다’ 하는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현재 대표 제품 라인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쥐 모양인 ‘한입거리쥐방울’ 인형부터 서울 용산의 편집 매장 ‘리리스토어’와 함께 진행한 ‘IN MY ROOM’ 전시에서 방 안에 있는 것들을 주제로 만든 ‘눈치 보는 스탠드’, ‘생쥐를 위한 치즈대백과’, ‘강쥐 한 잔의 여유’ 등의 인형도 있고요. 인형에 램프 기능을 넣은 ‘미니 토이 램프’ 제품도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캐릭터의 외형을 만들 때 중점적으로 고민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자신을 ‘인형 메이커’라기보다 ‘코미디 조각가’라고 생각해요. 타고난 성향 자체가 유쾌하고 엉뚱한 걸 좋아하거든요. 기성 인형에는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죠. 제가 만드는 인형은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희한하면서도 기발한 생김새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딱 보자마자 웃음이 터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코미디 조각가라니. 그래서 띠로리소프트의 인형들이 독특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거군요.
캐릭터 표정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요. 어디서 본 것처럼 흔해서도, 이목구비의 비율이 완벽해서도 안 되죠. 캐릭터의 표정을 만들 때면 몇 시간이고 눈, 코, 입 조각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는데요. 이때 주의해야 할 게 너무 과한 욕심을 내면 안 돼요. 설령 그 모습이 마음에 쏙 들더라도 이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하죠.
인형들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쩐지 가여워 보이기도 해요.
귀여움과 가여움은 동시에 수반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꾀죄죄하고 하찮은 것들을 보면 귀여우면서도 마음이 쓰여요. 그래서 귀엽고도 가여운 인형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당신들도 가여운 걸 보면 귀엽다고 느끼지 않아? 그렇다면 이 인형을 가져보는 건 어때?’ 하는 식으로요.
인형에게 딱 들어맞는 이목구비를 창조하는 순간에는 희열을 느끼겠어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요. ‘그래, 이거였어! 얘는 이제 세상에 태어난 거야’ 하는 기분이 들죠.
홈페이지에 제품을 소개하는 글도 재미있어요. 친구에게 보내는 대화 같기도 하고요.
‘밤에 수영하는 고양이’ 제품을 소개할 때는 “밤에 수영하기를 좋아하는 까만 고양이. 너도 심심하면 밤에 슬쩍 나올래?”라고 적었어요. 설명 글을 적을 땐 인형의 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는 듯한 기분이에요. 다행히도 사람들이 좋아해 줘요. “나도 밤에 나갈래” 하는 댓글도 달아주고요.
인형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 큰 호응을 얻는 것 같아요.
저희 인형 이미지를 캡처해서 본인 SNS 계정에 올리는 분들이 있어요. 최근에는 ‘눈치 보는 스탠드’ 사진을 올리면서 “나 퇴근하고 싶어. 그런데 지금 눈치 보는 스탠드처럼 눈치만 보고 있어”라고 적은 글을 봤는데요. 제가 만든 아이덴티티가 사람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SNS 내에서 띠로리소프트의 굿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재입고를 바라는 댓글들도 있고요.띠로리소프트의 인형이 사랑받는 이유를 짐작해 본다면 무엇일까요?
시기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전형적인 예쁨이 인기 있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완벽하진 않아도 묘한 매력의 엉성함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이기 때문에 저의 미감이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또 기존에 보지 못한 비주얼의 인형이기 때문에 이 점도 한몫한 것 같고요.
띠로리소프트도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은 정말 ‘셀링’에 특화된 구조인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들이 저희의 제품을 구매하고 스토리나 피드에 공유하면, 팔로어들이 그걸 보고서 저희 계정을 팔로우 해요. 그럼 또 탐색 창에 노출이 많이 되면서 다른 국적의 새로운 팔로어가 생겨나고요. 이러한 인스타그램의 순환 구조를 지켜보고 있으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어요. 굳이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홍보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죠.
그렇다면 제품을 알릴 때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의식해 변화를 준 지점도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은 피드가 포트폴리오잖아요. 날것의 이미지를 자제해야 하고, 텍스트도 정돈된 문구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요. 물론 이건 어느 플랫폼이더라도 브랜드로서 더 나아가려면 필요한 태도이긴 한데요. 인스타그램이 유독 그러한 특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저희 계정의 초창기 게시물을 보면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조명도 설치해서 좀 더 전문적으로 찍어요. 보정도 공들여서 하고, 비공개 계정에 어떻게 올라갈지 미리 올려보면서 이미지 값도 조절한 다음 공식 계정에 올리고요.
경험자로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을 있을까요?
너무 완벽한 것을 하려고 시간을 쏟지 마세요. 우리는 결코 완벽한 걸 만들지 못해요. 이상향은 저 멀리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거니까요. 완벽함에 매몰되면 ‘아직 아니야’ 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 저와 같이 1인 브랜드는 본인 자체가 회사인데, 제 컨디션이 안 좋으면 회사가 셧다운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모자라도 괜찮으니 일단 뭐라도 빨리 만들어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결과는 내놓기 전에는 모른다고, 세상에 던져봐야 아는 거라는 말도 해주고 싶어요.
완벽함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 되게 중요한 말이네요.
세상엔 이미 허술한 것이 많아요. 나 하나 허술하다고 티 안 나요. 그러니까 그 틈에 끼어 들어가서 ‘저의 허술함은 좀 어떻습니까’ 하면서 결과물을 내미는 거예요. 그 속에서 ‘너 좀 하는데?’ 하면 이제 브랜드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거죠.
띠로리소프트를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이 기간 동안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나요?
성장이란 건 제가 갑자기 피카소가 되는 게 아니라 눈앞에 놓인 어려움을 조금씩 격파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루아침에 괄목할 만한 천재가 되어서 사람들이 줄지어 ‘제발 원하는 대로 돈을 줄 테니까 인형 좀 팔아주세요’ 할 리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멋있고 재미있는 인형을 만들어서 대중이 언젠가 띠로리소프트의 가치를 발견하게끔 서서히 발전해 나가면 돼요. 사소하지만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시도해 보는 것 자체가 성장인 것 같아요.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브랜드는 곧 책임감인 것 같아요. 띠로리소프트의 소비자와 팬들이 있고, 이들이 다음 제품군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처져 있다가도 다시 일어나게 되거든요. 한마디로 원동력이 생기는 거죠.
앞으로 띠로리소프트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나요?
궁극적으로는 제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스톡 모션 애니메이션을 반영해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고 싶은 갈망이 있어요. 모터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는 인형이라든지, 실제 모래를 넣어 만드는 모래시계 인형도 구상하고 있고요. 인형과 연계된 다채롭고 역동적이면서 재미를 잃지 않는 활동들을 하면서 아티스트로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