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다이어리를 사는 일은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 중 하나다.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새로 장만한 다이어리 첫 장에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써 내려간다. 이를 이루기 위해 해야할 투 두 리스트까지 쓰고 나면 계획은 완벽해 보인다. 등록해야 할 학원, 새로 살 책,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기기, 교체하고 싶은 물건 등 온통 ‘더 해야’ 할 일이 더해져 있다.
모두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더하고 더한 일들이다. 하지만 매년 세운 계획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데 급급해 정작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잊을 때가 있다. 너무 많은 ‘할 일’에 집중하느라 목표를 잊어 버린 셈이다. 샤워하는 시간마저 살뜰하게 쓰기 위해 자기 계발 유튜브 영상을 틀어두었을 때처럼, 무작정 쏟아 넣는 콘텐츠는 내 안에 쌓이지 않고 흘러간다. 그 시간에 그저 몸을 씻는 행위에만 집중했더라면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목욕재개를 하며 부정적인 감정과 노폐물을 흘려 보내듯, 우리 삶에도 디톡스가 필요하다. 최신 트렌드를 쫓기 위해 보았던 SNS 속 뉴스 대신 ‘멍 때리기’를 해보고, 메일함에 쌓이는 뉴스레터를 비워 보고, 오늘의 할 일에서 정말 필요치 않은 한 가지를 지워 보자. 너무 가득 차 있는 바구니에는 새로운 물건이 담길 자리가 없을 테니. 무엇을 하지 않을지 고민할 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