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힘의집 집주인, 케틀벨 선수, 설계자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Q. 만들고 싶은 세계관이 무엇인가?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아키텍트처럼 말이다. 패션에서 가구로 영역을 넓힌 디자이너 릭 오웬스처럼 계속해서 세계관을 만들고 확장시키고 싶다. 지금은 운동 문화를 만들고 있지만 또 어디로 튈지는 나도 모른다. 나중에는 ‘힘의밥’이라는 식당도 해보고 싶다. 이미 상표 등록도 해놨다.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고대 운동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처럼 관념적인 것을 실체화시키는 것이 재미있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움직임이나 운동에 있어 남들이 못 보는 디테일한 면을 잘 본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디테일을 계속 추가해 나가는 것은 나에게 있어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다. 힘의집이라는 공간도 그렇고 홈페이지나 굿즈를 만들 때도 그렇다.
고대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느꼈어요. 늘 비염을 달고 살았고 허리도 아프고 거북목도 심했죠. 이를 극복하고 싶어 헬스를 시작했는데 점점 몸이 좋아지는 게 보였어요. 운동이 주는 다양한 이점도 보이기 시작했고요. 운동이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깊이 파다 보니 고대 운동과 소마틱스, 케틀벨을 알게 됐어요.
개인 운동에만 집중할 수도 있었는데 ‘힘의집’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고대 운동을 알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방망이를 휘두르는 고대 운동은 인도와 이란에서 하는 운동이에요. 이란에 갔더니 ‘주르카네’라는 공간에서 이 운동을 하더라고요. ‘주르’가 힘, ‘카네’가 집이라는 뜻이에요. 육각형 모양의 원형 극장처럼 되어 있는데 위에서는 관중석처럼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형태예요. 주르카네는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얘기하고 차 마시고 낮잠도 자는 곳이에요. 마치 마을 회관 같죠. 옛날에는 저항군 아지트로 쓰이기도 했고, 어떤 마을엔 사우나 시설과 연결되어 있기도 해요. 주르카네는 문화의 총체예요.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이자 이란의 전통 무예죠.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 스포츠이자 종합 예술이에요. 주르카네를 고대 운동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떤 식으로 재해석했나요?
대표적으로 현대적인 장르의 음악을 사용해요. 타악기인데 두들기면 멜로디가 되는 핸드팬이라는 악기가 있어요. 핸드팬을 활용한 음악이나 엠비언트, 일레트로닉을 틀어요.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하다 보면 트랜스 상태에 쉽게 들어가게 돼요.
여기서 한얼 님은 뭐라고 불리나요? 선생님이라고 하나요?
저는 집주인으로 불려요. 힘의집은 마을회관을 모티프로 하고 있어요. 마을마다 힘의집이 하나씩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죠. 운동하고 차도 마시고 책도 읽으며 사람들이 공간에 애착을 느끼고 편하게 있었으면 해요.
생각을 비우는 효과도 있나요?
운동을 하면 움직임을 더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줘요. 몸의 떨림, 위치감, 무게감까지 감각들을 섬세하게 자각하며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게 되죠. 사람들과 함께 원형으로 둘러서서 운동을 하다 보니 다 같이 하는 데서 오는 바이브가 있어요. 자신과의 소통을 하며 내면의 감정을 많이 알아차리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도 하게 되죠. 서로 연결돼 있고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저항의 힘은 나를 버리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하신 적 있죠.
내 몸과 움직임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건 자각이에요.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중심이 잡혀 있어야죠. 고대 운동은 고대 전사들이 했던 운동이라 전해져요. 실제 전투 상황에선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죠. 갑자기 도망가야 할 수도 있고 방향을 빠르게 전환해야 할 때도 있고요. 급격한 변화에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죠. 무언가에 저항을 하려면 나의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해요.
살다 보면 힘 주는 것보다 힘 빼기가 더 힘들어요. 잘 비우는 법이 있을까요?
순간에 머물 수 있는 것이 잘 비우는 게 아닐까 싶어요. 순간에 머무는 방법 중 저는 운동을 선택한 것이죠. 행동이 그 순간에 머물기에 아주 좋은 도구가 되더라고요. 피트니스 현장에선 많은 경우 운동을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 아닌 다이어트라든가 근육을 만드는 것에 자꾸 의미 부여를 하죠. ‘이 운동을 통해 뭐가 될 거야’ 하는 식으로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유희라 생각해요.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게 얼마나 재미있어요. 하지만 심해지면 그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게 되니 균형을 잘 잡아야 해요. 고대 운동은 의도가 명확해요. 그냥 도구를 돌리는 거잖아요.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원형적인 움직임이죠. 걷는 것처럼 우리가 생존해 온 움직임들 말이에요.
고대 운동을 하기 전과 비교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멘탈이 건강해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껴요. 자기 중심이 잡히죠. 고대 운동을 자기 중심화 운동으로도 정의할 수 있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외부에 휘둘릴 때가 많잖아요. 내 기준이 아니라 남의 기준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있고 SNS를 보다 보면 세상에 휩쓸려 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방망이를 돌리려면 나의 중심이 잡혀야 해요. 태양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지구가 공전하듯, 중심이 잡혀야 무언가를 컨트롤할 수 있죠. 내 몸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는 느낌을 체감할 수 있게 되면 정신 상태에도 도움을 줘요. 고대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 중에는 회사 생활에서도 자기 중심을 잡으며 편안해졌다는 분이 많아요. 저도 이제 중심이 잡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웠나요?
연 단위로 무언가를 계획하는 편은 아니에요. 저에게 있어 주 단위, 연 단위의 개념은 없지만 초장기적인 건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성인을 위한 잼버리 캠프를 열고 싶어요. 몸, 마음, 삶, 자연에 대한 모든 콘텐츠를 다 즐길 수 있는 축제 말이에요. 올림픽 규모로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어요. 힘의집의 모체는 소마앤바디예요. 힘의집은 소마앤바디의 프로젝트고요. 소마앤바디의 슬로건인 ‘몸과 마음의 삶과 자연의 화해’가 곧 캠프의 슬로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