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흑심
의미
직관적으로는 연필의 흑연을 의미하고, 중의적으로는 ‘흑심을 품다’라는 뜻이 있다.
탄생 시기
2016년 11월
핵심 가치
즐거운 연필 생활을 위한 제안
브랜드 준비 초기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연필을 통해 사용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있다! 연필은 단순히 쓰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오래된 연필을 쓰면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시대를 경험해 볼 수 있고,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연필을 쓸 때 우리의 생각이 더욱 견고해지며, 점점 짧아지는 연필이 주는 묘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Q. 그렇다면 우리의 취향이 담긴 낡고 오래된 연필의 가치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오래된 연필에 숨겨진 스토리를 소개하자. 연필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직접 연필을 써보는 아날로그 경험을 제공하자.
성장 포인트
낡고 버려지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우리의 작업은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로 완성된다.
그야말로 연필 천국이네요. 연필을 파는 가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박지희(이하 박) 흑심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오셀로(Othello) 연필 상자 디자인의 깔끔하고 시대적인 매력이 취향에 딱 맞아서 관심이 생겼고, 하나둘 모으다가 연필의 역사와 스토리에 반하게 됐어요.
백유나(이하 배) 그러다 우리가 좋아하는 걸 누군가와 공유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흑심은 어떤 뜻인가요?
박 연필의 흑연을 흑심이라 부르기도 하잖아요. 기억하기 쉽고, 직관적인 이름을 원했어요.
백 ‘흑심을 품다’라는 말도 있으니, 중의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취미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고민한 건 무엇인가요? 그 과정이 궁금해요.
박 사실 흑심을 열고 나서부터 취미를 일로 대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사업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한 프로젝트이고, 저희가 좋아하는 걸 공간에 펼치는 게 먼저였거든요. 돌아보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시나브로 고객들이 늘었고, 흑심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백 어떻게 하면 연필을 더 많은 사람이 쓰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고민하며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연필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거든요. 지금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일상적이지만, 그럼에도 연필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유용성보다 감성적 가치로 존재하는 물건도 있으니까요.
취미를 즐길 때는 쉽지만, 일에 대입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잖아요. 연필의 어떤 사업성을 보고 흑심을 시작한 건가요?
박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연필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생각도 없었죠. 단기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한데 모아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오픈 준비를 마치고 보니 좋아하는 연필들을 나열해 두니 좀 떨리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우리 눈에 이렇게 예쁜데,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수익을 내겠다는 확신은 없었는데, 분명 저희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어요. 시작하고 보니 저희 같은 ‘연필 덕후’가 참 많더라고요.
백 취미가 일이 되어 생긴 장점은 좋아하는 연필을 회삿돈으로 맘껏 살 수 있다는 거?(웃음) 취향대로 연필과 함께 공간을 꾸렸다는 것도 좋아요. 단점은 가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마냥 좋아하던 건데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연필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아요?
백 연필은 쓸 때 필기감이 남달라요. 손으로 깎는다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박 처음에는 디자인만 좋아했는데, 점차 연필로 쓰는 것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됐어요. 쓸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연필심의 강도와 진하기도 다르고요. 오래된 연필에 담긴 이야기도 재밌었고, 그게 수집으로 이어졌어요. 연필 브랜드의 로고가 시간이 흐르며 변한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연필을 모으게 된 계기가 있나요? 브랜드를 구상하던 초기에 주기적으로 연필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어요. 그 처음이 궁금해요.
박 저희는 같은 학교 패션디자인과 동기로 처음 만났어요. 디자인을 전공하다 보니 연필을 쓰는 게 자연스러웠죠. 흑심을 열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모든 연필의 자료를 수집했어요.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가 많아서 찾기가 어렵기도 했는데, 예전 신문 광고나 포스터, 카탈로그 등 가리지 않고 다 모았죠. 그러면서 연필과 연필의 역사에 대해 이해하게 됐어요.
백 시작은 간단했어요. 서로 예쁜 연필 이미지를 보여주고, 하나씩 모으게 됐어요.
한편으로 친구와 동업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 생각해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백 시작할 때는 주변에서 동업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저는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니라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박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기도 하고, 이제 거의 8년째 같이 일하고 있거든요. 서로가 소중한 만큼 더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게 돼요.
흑심에서 파는 연필 모두 직접 세계 각지에서 수입했다고 들었어요. 대체로 보기 드문 귀한 제품들이죠.
박 여행 가서 산 것도 있고,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것도 있어요. 그러면서 알게 된 해외 연필 수집가들을 거래처로 두고 있기도 하고요.
백 국내에서는 오래된 문방구에 가서 사기도 해요.
흑심이 연필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박 연필 컨디션이 가장 중요해요. 저희는 사용 가능한 것들만 판매하거든요. 보기만 하는 수집이 아니라 연필이 정상적으로 쓰이길 원해요. 그리고 역사가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죠.
백 연필의 종류에 따라 필기감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서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용도별로 연필이 나뉘는 것도 재밌고요.
연필의 용도라면요?
박 속기용이나 컴퓨터용 연필 그리고 옛날에 특수 염료를 추가한 흑연으로 만든 연필로, 물이 닿으면 색이 변하면서 지워지지 않아 영구 보전해야 할 문서 기록에 쓰이던 ‘카핑 펜슬(Copying Pencil)’이라는 것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연필을 모으고 좋아하던 걸 일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누니 더 좋은 건 무엇인가요?
박 흑심은 단순히 연필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다양한 연필과 연필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연필에 대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반대로 고객에게 배우는 것도 있어요. 전에는 개인적인 취향만을 기준으로 수집했다면, 지금은 고객을 위해 폭넓게, 전문성을 갖고 임하게 됐죠.
백 언제 생산됐는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역사가 있는 연필인지 알아야죠. 이게 취미로 모을 때와 일이 됐을 때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대신 수집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즐거워요. 좋아하는 걸 더 많이 살 수 있으니까.(웃음)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느냐마는, 유독 아끼는 연필도 있나요?
박 1988년에 출시된 ‘서울 호돌이 연필’은 절대 못 팔 것 같아요.
백 어렵게 구했거든요. 우리나라 건데, 미국에서 들여왔어요. 이 연필 외 다른 국내 빈티지 연필도 모으고 싶은데 수량도 브랜드도 적어서 쉽지 않더라고요.
가게를 찾은 사람들을 통해 생긴 연필에 대한 에피소드를 꼽는다면요?
박 저는 연한 연필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진한 연필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백 연필을 구매하면 원하는 문구를 연필에 각인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연필에 글씨를 새기는 걸 이 정도로 좋아할 줄 몰랐어요. 저희는 아끼는 수집품에 뭘 새기는 것보다 그대로 소유하고 싶어 할 줄 알았거든요.
아끼는 만큼 팔기 아깝지 않나요?
백 어떤 고객이 아끼는 연필을 팔면 아깝지 않으냐고 물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판매용 연필을 모두 따로 한 자루 이상 수집해 둬서 괜찮아요.(웃음)
박 저희가 아끼고 좋아하는 만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몽당연필을 가져오면 새 연필로 바꿔주는 프로젝트를 펼치는 것도 나누고 싶은 마음의 연장선이겠죠?
박 연필을 쓰는 사람이 더 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거예요. 그리고 몽당연필은 사용자의 흔적이 담겨 있어 모으는 게 재밌기도 해요. 연필을 쓰는 사람은 알 텐데, 짧아질 때까지 쓰면 성취감이 있어요. 그런 흔적을 모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백 지금까지 모인 몽당연필을 보면 모양이 가지각색이에요. 잇자국이 남은 연필도 있고, 손으로 깎은 연필도 있고, 연필깎이를 사용한 것도 있고 다양해요.
연필로 쓴다는 건 어쩌면 키보드로 타이핑하고, 스마트폰으로 터치하는 요즘 시대에 새로운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연필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나요?
박 문구류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더 자주 쓰다 보니 연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체할 수 있는 필기구가 없어요. 볼펜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잉크가 날아가거든요. 반면에 연필은 지우지 않는 이상 절대 지워지지 않아요. 그런 특수성도 있고, 경도별로 필기감도 다른 것처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고요.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봐요.
백 연필 전성기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엄청 줄었어요. 당시에는 경쟁사가 많아서 품질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고요. 저희가 빈티지 연필을 모으는 건 역사뿐 아니라 사용하기에 품질이 더 좋기 때문이기도 해요. 디자인이 화려한 것도 많고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연필 사용량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청신호죠.
흑심이 지키고자 하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백 쓸 수 있는 연필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쇼룸에 와서 직접 써보고 취향에 맞는 연필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이 공간이 중요해요. 흑심의 슬로건이 ‘오래된 연필과 그에 담긴 연필을 수집합니다’인 것도 즐거운 연필 생활을 돕기 위해서예요. 필통이나 연필 홀더를 판매하는 것도 연필과 함께하는 순간이 더 흥미롭도록 돕는 거고요.
박 저희가 소개하는 연필은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가 많아요. 그래서 자료를 수집해요. 제대로 소개하고 싶거든요.
흑심이 브랜드로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요?
박 종종 저희 때문에 연필을 쓰게 되어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참 기뻐요. 그런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런 움직임이야말로 작지만 힘 있는 브랜드의 매력이 아닐까 해요. 흑심이 말하는 연필의 매력이 궁금해요.
박 만나기 쉽지 않아서 한번 쥐면 놓치고 싶지 않은 것.
백 연필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이 소수라 ‘나만 알고 싶은 재미’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러면 안 돼요. 좋은 건 나눠야죠.(웃음)
취미를 즐거운 일로 치환한 선례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 “환영합니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구경하는 건 즐거운 일이잖아요. 저희도 가서 구매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서랍이나 가방 속을 구경하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에요.
백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드는 흑심의 추진력과 용기는 어디서 오나요?
박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받는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저희도 지칠 텐데, 좋아해 주는 사람이 늘어서 기뻐요.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어떤 고객이 편지를 주고 간 적 있는데 기분 좋더라고요. 단골손님이 저희 취향을 알고 LP를 선물해 준 적도 있고요. 흑심과 연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브랜드의 평균 수명이 5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기준이라면 흑심도 이제 장수 브랜드를 향한 문턱을 넘은 셈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나요?
백 여기가 흑심의 세 번째 공간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새롭고 흥미롭게 연필을 소개할 수 있을지 그리고 브랜드로서 흑심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연필과 관련된 새로운 제품을 소개할 거고, 공간도 가꿔야죠. 흑심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할 거고요. 열심히 하다 보면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더 즐거운 걸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