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원 시절, 사무실에 들어서기만 해도 현기증이 피어 올랐다. 파티션으로 구획된 자리들이 닭장처럼 빼곡했다. 전화를 받아서 다른 자리로 돌리는 일, 복사기로 양면 복사를 하는 일조차도 엄중한 과제처럼 느껴졌다. 뭐가 이렇게 어렵지? 고개를 돌렸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한 손으로는 전화 통화를 하고, 다른 한 손엔 서류철을 가득 든 채 걸어가는 상사가 대단한 위인처럼 보였다. 그래, 저거야. ‘추구미’가 생긴 첫 번째 순간이었다. 사무실을 제 집 거실처럼 활보하고 능수능란하게 전화를 받으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 그땐 그랬다.
올챙이 시절에는 추구미를 반쯤 이뤘다고 해야 할까? 사무실이 안방 신세가 된 날도 부지기수. 내가 원한 건 거실 정도였지, 숙식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어쨌든 내가 꿈꾸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 건 나름 효과가 있었다. 목표 지점에 완전히 다다르지 못해도,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할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추구미는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올챙이 적과 완전히 다르다.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피상적인 이미지보다 더 구체적인 태도와 언어를 지닌 이상향이 필요해졌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싶을까?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을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일까?’
추구미를 생각하는 것은 곧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과 직결된다. 팀 내에서 내가 어떤 직책과 역할을 맡고 있는지, 보완해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내가 일을 통해 얻고 싶은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라 추구미는 달라질 테니까. 이번 툴키트를 활용해 현재 회사에서 나의 추구미가 어떤 모습인지 파악해 보자. 그 과정에서 잠재된 나의 열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목적지를 안다면 앞으로 걸어갈 길이 조금은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