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건축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건축 디자인 언어가 업사이클링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본업과는 철저히 구분하려는 편이다.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게 된 계기
시작은 일본에서 유학할 때였다. 당시에는 워낙 생활비가 모자라니 쓰레기장에서 이것저것 주워 행어 같은 것들을 만들어 쓰곤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가족들과 만들던 트리가 생각났다. 마침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컵이 예쁘다고 생각했고, 다른 컵들을 사다가 쌓은 뒤 그 위에 스타벅스 컵을 얹어 트리를 만들었다. 업사이클링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공식적인 첫 작품은 그 트리다. 이후로 한국에 와서 한동안 업사이클링 작업은 잊고 지내다가, 건강이 악화돼 집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서 낫토 빈 용기를 모아 무드등을 만든 것을 계기 삼아 다시 시작했다.
업사이클링 작업 과정
예전에는 아파트 분리수거함을 뒤졌는데, 요즘은 작업이 많이 알려져 주변에서 직접 모은 재활용품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재료를 고를 땐 물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편이다. 또 형태가 단순해야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다. 일단 재료를 보고 소프트한 구상이 떠오르면 주변에 두고 오랫동안 지켜본다. 2~3일 걸릴 때도 있고 열흘 걸릴 때도 있다. 보다 구체적인 기능이나 활용도가 머릿속에 그려지면 그때 작업에 돌입한다.
업사이클링 작업의 매력
업사이클링은 물건과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해 준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40년 넘은 기름 버너로 램프를 만들었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산에 갈 때 라면을 끓여 먹던 버너인데, 꺼내어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된 거다. 아버지께도 보여드리니 옛 생각이 난다며 좋아하셨다.
최근에 만든 애착 가는 작품
업사이클링을 하기 전엔 음악 듣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오디오에 관한 지식도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활용품으로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못 쓰는 도마와 캠핑용 스틸 쟁반에 각각 진동 모듈을 붙여 스피커를 만들었는데, 나무의 중저음과 스틸의 칼칼한 고음이 어우러져 상당히 독특한 소리를 낸다.
앞으로의 목표
단기적으로는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레시피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 부제는 ‘쓸모를 잃어버린 물건과 의미를 잃어버린 삶의 업사이클링 스토리’로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따라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를 적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 재료가 나에게로 와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재탄생했는지를 들려주고 싶다. 더 장기적인 목표는 작업실을 갖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을 하면서 생기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사람들과 나누는 게 너무 즐겁다.
나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의 주말은 ‘변신’이다. 어릴 적부터 트랜스포머 로봇을 좋아했던 게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내 작품을 입양한 사람에게는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작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