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1:10] 밍예스 프로젝트의 시작
[01:11-01:20] 추구하는 작업 세계
[01:21-02:00] 영감을 주는 도구
[02:01-02:36] 앞으로의 작업 방향
이끼는 도시 바깥 깊숙한 자연 속에서 자란다. 산으로 계곡으로 폭포 아래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단단한 표면 위에서 몸집을 키우는 녹색 군락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성수동 한복판, 미술관 라운지, 정원이 없는 집에서 자라는 이끼가 있다. 밍예스 프로젝트의 작가 유민예의 솜씨다. 자연의 싱그러운 에너지를 좋아하던 유민예 작가는 조그만 러그 피스를 제작하게 된 것을 계기로 작업을 점차 설치 미술로 확장해 나갔다. “교환 학생 시절에 덴마크 여행을 간 적 있어요. 벽을 채울 수 있는 요소가 단지 프레임뿐 아니라 월 행잉, 태피스트리 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이후 텍스타일 오브제가 주는 질감의 매력에 빠졌어요.”
작가는 텍스타일 패널을 이어 붙여 면적을 확장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거대한 이끼 오브제를 탄생시킨다. “작업의 형태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도 이끼와 매우 닮아 있어요. 무한히 증식이 가능하죠. 언제든지 분해, 재조립하며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가요.” 실과 바늘, 가위, 콤브, 위빙틀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증식의 도구다.
최근 이구성수에 전시한 9m 길이의 ‘stem series’를 만들 땐 하루에 17시간씩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손으로 자신만의 작업을 자유자재로 창조해 나간다는 건 핸드 크래프트의 묘미다. 하지만 방대한 작업량과 절대적인 시간은 온전히 혼자 감내해야 할 몫이다. “가장 중요한 도구는 제 손이에요. 텍스타일 작업은 무한한 반복이잖아요. 도구는 그대로라도 손 기술은 점차 성장하죠. 2년 전과 비교하면 작업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졌어요.”
실과 바늘 외에 늘 지니고 다니는 영감의 도구도 있다. 작업 노트, 카메라, 망원경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줄기를 뻗는다. “작품의 기획 초안을 쓸 때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 작업 노트를 펼쳐 몇 번이고 읽어봐요. 평소 식물과 관련한 논문의 내용이나 아이디어들을 아카이빙하거든요. 작업 노트를 들여다보며 그 안의 내용을 문학적으로 체현해 작품에 담아내려고 해요” 한편 자신의 시선을 기록하는 카메라와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망원경은 제2의 눈이자 마법 도구다. “애착 도구란 보물 상자 같아요. 저만의 소중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죠.”
작업과 작업 사이 떠난 여행은 유민예 작가에게 새로운 도구를 쥐여준다. 올여름에는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며 메마른 땅에서 자라난 선인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여행 중에 길을 걸으며 땅 위에 자라난 작은 풀들이나 꽃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작은 존재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새로운 귀여움을 발견할 수 있어요. 선인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하며 작품으로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유민예 작가는 섬유에 유리, 가죽 등 다른 소재를 섞는 방식의 밍예스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탄생시켜 갈 예정이다. “제 작품이 어떤 이미지로 보여지는지에도 관심이 많아요. 올 하반기부터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 과정을 밟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3D 영상 등 다채로운 매체와 도구를 활용해 밍예스 프로젝트의 미감을 담아내는 방식에 관해서도 더욱 많은 실험을 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