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빈티지 미니버스와 고양이를 주제로 ‘캣카’ 시리즈를 그리고 있으며,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에서 이벤트 공간 연출을 한다. 서울 망원동 한적한 곳에서 ‘테이크 아웃 테이크 아트’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 굿즈 쇼룸을 운영하기도 한다.
마이크로버스를 구입하게 된 계기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한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보던 옛날 영화에 마이크로버스들이 많이 나왔다. 지금 갖고 있는 마이크로버스는 폭스바겐 타입2이다. 구입한 지는 14년 정도 됐고, 디자인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964년식이고, 1059년부터 1967년까지만 나왔던 모델이다. 공랭식이고 옛날 자동차다 보니 국내에서 수리하기가 힘들어 직접 차량 정비까지 배우게 됐다.
마이크로버스로 다닌 캠핑
트랜스포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공간 활용도가 좋은 모델이다. 뒷좌석 시트를 펼치면 침대가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가족 단위로 캠핑을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공랭식이라 1시간 주행하고 나면 차를 세우고 1시간 동안 엔진 열기를 식혀줘야 하기 때문에 멀리는 못 가지만 여차여차해서 제주도까지도 가봤다. 한번은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이라는 이벤트에 참가해 잔디밭 위에서 그림 같은 캠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려서 좁은 마이크로버스 안에 가족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라면을 끓여 먹게 됐다. 고생스럽다기보단 정말 재미있었다. 밤새 비가 온 뒤 아침에 그쳤는데, 그때 차 문을 여니까 푸릇푸릇한 잔디가 펼쳐졌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이크로버스 안에서 하는 일
요즘은 아이들이 너무 많이 자라 가족 단위로 캠핑은 못 가지만, 틈을 내서라도 마이크로버스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집 앞 공원 주차장에 주차해 둔 버스에서 가족과 함께 음식을 포장해 와 커피를 직접 내려 같이 즐기기도 한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면 들러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한밤중이라도 필요하면 잠시 마이크로버스에 다녀온다.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이 안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보니 보호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안에서 작업도 많이 한다. 편안하고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주는 공간 덕인지 영감이 잘 떠오르고, 스케치도 훨씬 더 잘되는 느낌이다.
마이크로버스가 주는 특별한 기쁨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운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소중하다. 또 차를 끌고 달릴 때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차량이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들 관심을 보여주신다. 아이들이 창문을 열고 인사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같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마이크로버스가 있어서 가능한 경험이다.
나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의 주말은 ‘마이크로버스’다.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버스 안에 있으면 언제든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사람들에게 주말은 설레고 흥분되는 시간이지만, 특별히 정해진 시간 없이 일을 하는 내게는 이 마이크로버스 안에 있을 때면 언제나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