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00:00-00:23] 리추얼이란?
[00:24-01:14] 일상이 된 리추얼
[01:15-01:40] 매일 밤 하는 리추얼
[01:41-02:23] 밑미와 밑미홈
[02:24-02:41] 매일 나를 만나는 일
우리는 자주 나를 잊는다.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사회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다가 금세 에너지를 소진한다. 전 세계의 타인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요즘 시대에는 남의 욕망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기 더더욱 쉽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가 불현듯 의문이 든다. ‘나 괜찮은 건가?’, ‘무엇을 위해 열심히 달린 걸까?’ 손하빈 대표도 그랬다.
“첫 직장 IBM에 들어갔을 때는 사회적으로 좋은 타이틀이나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손에 넣을수록 공허했어요. 이후 에어비앤비로 이직하면서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만을 위한 시간에 집중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당시 에어비앤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었기에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일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리다 보니 한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그때 심리 상담을 통해 처방 받은 해결책이 바로 ‘리추얼’이다.
“심리 상담사님이 감사 일기를 추천했어요.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의식적인 활동, 바로 리추얼이죠. 매일 아침 감사 일기를 썼더니 기분이 좋아지면서 성취감이 들었어요. 하나씩 리추얼을 늘려나가면서 스스로를 보살폈어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조금씩 찾았죠.”
4년 전부터는 매일 밤 인문학 책을 읽고 감정 일기를 쓴다. 20분간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을 읽고 10분간 오늘 있었던 일과 나의 감정을 검열 없이 솔직하게 적는다. 한 달이 지나고 내가 썼던 일기를 다시 읽으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생각의 패턴을 발견하며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한다. 리추얼의 힘이다.
개인적인 경험은 사업으로 확장됐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개인의 고유성을 인정해 주는 조직 문화와 나를 돌보는 리추얼. 손하빈 대표는 자신에게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 이 두 가지 선물을 다른 이들도 받았으면 했다. 경쟁 없는 안전한 커뮤니티 속에서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받으면 리추얼을 더 깊고, 길게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추얼을 통해 나의 중심을 찾으니 퇴사와 창업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단호히 내릴 수 있었어요. 마침 에어비앤비에서 만난 동료들도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겪고 있을 시점이었어요. 1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던 밑미가 지금까지 왔네요.”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는 이름 그대로 진짜 나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다. 리추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리추얼 메이커와 함께 3주간 하나의 리추얼을 실천한다. 멘토이자 코치인 리추얼 메이커는 그 길을 먼저 뚜벅뚜벅 걸어본 사람, 무엇보다 남을 도우며 변화를 보는 것 자체를 기뻐하는 사람들이다. 손하빈 대표 역시 저녁 리추얼 프로그램 ‘인문학&감정 일기’를 이끌고 있다.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리추얼을 계속할 수 있어요. 밤마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럴 때 리추얼 메이트들의 글을 보면 ‘나도 같은 감정을 느낀 적 있지’ 공감하며, ‘30분이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요. 서로 교감하고,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지녀요.”
밑미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도 심리적 안전 기지를 마련했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밑미홈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감정 카드, 기록 노트 등 밑미에서 만든 오리지널 리추얼 도구를 사용해 볼 수 있고, 리뉴얼 후엔 다양한 모임도 열릴 예정이다.
자아 성장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 한 번, 10분이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써보면 몸이 먼저 아는 척할 거예요. 나다운 나는 완성형이 아니에요. 만나는 사람이나 속한 환경에 따라 매일 바뀔 수밖에 없어요.” 손하빈 대표는 이상적인 나를 고정해 놓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진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그저 매일 나를 만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