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아의 공식적 직함은 메타 동북아 마케팅 총괄 상무다. 작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며, 소셜 미디어에선 ‘올리부’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응원대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자신과 타인을 위한 그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루의 80%를 책상에서 보내요. 밖에서는 회사 데스크와 회의실 테이블을 오가며 뜨겁게 시간을 보낸다면, 집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의 연료를 만들어요.” 그는 오피스와 집에 놓인 이 몇 점의 가구가 삶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아침에 책상 앞에 앉는 것으로 하루를 열고, 퇴근 후에도 거기에서 하루를 닫는다.
그의 거실에는 오픈형 데스크가 놓여 있다. 집의 중심인 거실을 서재처럼 꾸미고, 소파 대신 2m 길이의 대형 책상을 두었다. “거실 책상은 문구나 소품을 보관하는 선반과 하나를 이뤄요. 선반에 보관한 마스킹테이프, 도장 등 각종 문구류를 꺼내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지요.” 이 책상은 너르고 탁 트인 놀이터다. 어떤 가능성에도 열려 있고 수많은 사물이 오간다.
지난여름에 집을 리모델링 하며 딸과 함께 쓰는 방 ‘워크룸’에 책상 하나를 더 들였다. 워크룸의 책상에서는 회사 일을 포함해 일상의 모든 것을 정리한다. “하루의 마무리를 이곳에서 지어요. 채우고 펼쳐 두었던 걸 하나로 모으는 거에요.” 서은아가 워크룸에서 사용하는 노트를 꺼냈다. 일정을 정리하는 플래너를 포함해 무려 10권의 공책 꾸러미가 책상 위에 펼쳐졌다.
“제 리추얼은 스크랩이에요. 명함, 안내서, 젓가락을 담았던 종이봉투 등 이동 중 인상적이었던 브랜드나 가게에서 가져온 종이들을 노트에 정리해요.” 알록달록한 디자인을 입은 채 크고 작은 종이로 빼곡한 그의 스크랩 노트에는 작은 글씨로 설명이 달려 있다. 방문했던 곳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그곳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둔 것이다. 작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서은아에게 스크랩은 업무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이정표다.
“올해부터는 매일 일기도 쓰고 있어요.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쓰시던 일기장을 발견했어요. 그 안에 아버지의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더라고요. 그 일기장을 볼 때면 아버지와 함께 있는 듯해요.”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그는 하루를 기록하는 일의 소중함을 알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하루의 마무리를 잘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오늘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게 내일을 더 나아지게 만드니까요.”
“10대인 제 아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 자신만의 세계를 키워나가고 있어요. 어른인 제게도 아이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치지 않고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서은아의 책상은 오늘도 빅뱅이 일어나는 광활한 우주다. 그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리추얼 단짝 친구들’ 네 가지를 꼽았다.
[on the DESK]
1, 2. 서은아에게 노트는 필수품이다. 각각 리추얼을 위한 스크랩과 일기를 비롯해 일정 관리를 하는 용도로 사용 중이다. 서울 성수동의 포인트오브뷰, 제주도의 여름문구사, 문구 브랜드 트롤스페이퍼와 웬아이워즈영 등에서 구입했다.
3. 특유의 조형미를 좋아해 다양한 디자인의 가위를 수집했다. 그중 하나인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가위는 받침대가 있어 세워둘 수 있다. 스크랩을 할 때 자주 사용한다.
4. 수정 테이프처럼 사용하는 양면 테이프인 풀테이프는 스크랩을 할 때 요긴하다. 그는 평소 미니멀한 디자인과 우수한 제품력으로 유명한 일본 오피스 브랜드 고쿠요에서 나온 제품을 선택했다.
5.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성수동의 문구점 WHD에서 구입한 원형 라벨 스티커. 중요한 문장이나 일을 강조하고 싶을 때 라벨 스티커 위에 글을 써 노트에 붙인다. 한국폼텍에서도 유사한 제품을 여러가지 컬러와 사이즈로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