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불렛 저널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19세 때부터 기록하는 걸 좋아했어요. 다양한 다이어리와 플래너를 사용했는데 제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었어요. 그러던 중 3년 전 유튜브를 통해 불렛 저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형식을 만들어 한 권의 노트를 구성해 사용하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어요. 일정 관리뿐만 아니라 일기, 스크랩, 자료 정리 등등 내게 필요한 구성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구현해 만들 수 있거든요.
기록을 위한 앱도 많은데 아날로그 기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디지털 기록은 오히려 준비할 게 많아요. 기본적으로 충전된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이 있어야 하고, 해당 앱의 조작 방법도 익혀야 하죠. 여러 앱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아날로그 기록은 노트와 펜 두 가지만 갖추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특히 불렛 저널은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율성이 높으므로 어떻게 페이지를 구성하는지에 따라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10년이 지나 보아도 처음 썼던 그대로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죠.
루시아 님은 어떤 항목으로 불렛 저널을 구성했나요?
올해 불렛 저널은 크게 연간 달력인 ‘퓨처 로그’, 일 년 동안 하고픈 일을 담은 ‘위시리스트’, 오늘의 감정을 그래프로 표현한 ‘무드 트랙킹’, 월간 계획과 한 줄 일기, 월 리뷰 등이 포함된 ‘먼슬리 로그’, 주간 일정표인 ‘위클리 로그’와 하루 일과를 담는 ‘데일리 로그’ 등으로 구성했어요.
노트 한 권에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네요. 어떻게 이 구성을 완성했나요?
지금과 같은 구성을 완성하기까지 1년 반 정도 소요되었어요. 처음엔 구글, 핀터레스트, 유튜브 등에서 레퍼런스를 찾아 내게 필요할 것 같은 양식으로 구성했어요. 그 후 실제 사용해 보면서 잘 사용하지 않는 양식은 버리고, 필요한 건 추가하는 과정을 반복해 현재의 구성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불렛 저널 구성으로 시작하는 건 불가능해요. 저 역시 현재도 계속 항목을 추가하거나 빼고 있고요.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준비물이 필요한가요?
노트와 펜 그리고 앞서 말한 불렛 저널 레퍼런스가 필요해요. 노트는 도트나 모눈 내지로 된 게 사용하기 편해요. 또 오래 사용할 것이기에 종이 질이 좋은 걸 추천해요. 펜은 평소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했던 걸 선택하면 되는데요.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레퍼런스 디자인에 맞춰 펜을 추가하면 됩니다.
손으로 직접 노트에 디자인을 그려 불렛 저널을 셋업하는데요. 번거롭지 않나요?
저는 이 셋업 과정이 과거의 나를 살펴보고 새로운 날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번 주 셋업을 하기 위해선 지난주에 쓴 걸 참고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하게 되죠. 이미 디자인이 정해진 시중의 플래너를 쓸 땐 지난 내용을 일부러 펼쳐 보아야 했는데, 불렛 저널은 그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듭니다. 또 이전에 쓴 불렛 저널 중 항목을 빼거나 더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나 생활 패턴도 알 수 있고요.
과거 기록을 통해 알게 되어 추가하거나 뺀 항목도 있나요?
작년에 쓴 불렛 저널의 데일리 로그를 보니 제가 영화 감상이나 뉴스 보기를 꾸준히 해왔더라고요. 이걸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 싶어 올해는 ‘무비 로그’와 ‘뉴스 수집’을 추가했어요. 이처럼 불렛 저널을 적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활동도 확장할 수 있어요.
현재 사용 중인 불렛 저널에서 어떤 항목이 가장 유용한가요?
‘월 리뷰’와 ‘한 줄 일기’요. 월 리뷰 페이지에는 이달의 중요 사건, 좋았던 영화나 책 등을 기록하고, 한 줄 일기에는 하루하루를 한 줄로 요약해 남겨요. 둘 다 지난 일을 회고하는 역할을 해요. 오늘의 일과 미래의 일을 기록하는 플래너에는 없는 기능이죠.
불렛 저널을 기록한 지 3년 차입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여러 가지 일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수행하게 되었어요. 매년 하고픈 일 100가지를 작성해 위시리스트를 만드는데요. 이 중 몇 가지 목표를 월간 계획표에 옮겨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세분화해 주간 계획표에 적은 뒤 다시 일을 잘게 쪼개 일간 계획표에 쓰고요. 이렇게 일을 세분화함으로써 하나라도 더 이룰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작은 성취 덕분에 자신감도 올라가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되었고요.
매일 기록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습관으로 만들었나요?
보통 불렛 저널을 하루의 마지막에 써요.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일이 습관이라, 그 시간에 불렛 저널 기록을 추가했어요. 저처럼 각자 가지고 있는 습관에 불렛 저널 쓰는 시간을 더해 보세요. 쉽게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보다 우선 불렛 저널을 일처럼 느끼기보단 부담 없이 재밌게 해야 해요. 하루이틀 못 썼다고 자책하는 대신 그 페이지에 예쁜 스티커나 엽서를 붙여 꾸며보세요.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SNS에 올라온 불렛 저널은 하나같이 예쁘게 꾸몄던데, 잘 꾸미지 못해도 괜찮나요?
불렛 저널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실수가 그저 디자인이 예쁘단 이유로 누군가의 불렛 저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예요. 내 목표, 생활 패턴 등과 형식이 맞지 않으면 내용을 채우기 힘들어지고 금방 쓰기 싫어지겠죠. 특별한 디자인이 없어도 매일매일 기록이 쌓여 한 권의 노트가 빼곡하게 채워졌을 때 느낄 수 있는 멋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에게 불렛 저널을 추천하고 싶나요?
창작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요. 비단 직업적인 예술가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도 포함해서요. 불렛 저널 형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끌어 올리는 훈련을 시켜주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창조해가고 있으니, 모든 사람이 예술가고 불렛 저널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매년 100개의 위시리스트를 쓴다고 했는데, 2023년에는 무엇을 썼나요?
딱 세 가지만 꼽아보자면 유튜브 시작하기, 정규 2집 내기, 화내지 않기예요(웃음). 많은 분들이 100가지 목표를 어떻게 쓰는지 묻곤 하는데, 저처럼 큰 목표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룰 수 있는 소소한 것도 쓰면 금방 채울 수 있어요. 이처럼 불렛 저널에는 꼭 대단한 걸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 부담 없이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압박감이 없어야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Interviewee 최루시아
인스타그램에서 ‘영수’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재즈 아티스트. 최루시아는 기록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담아 문구 브랜드 ‘머쉬룸페이퍼팜’과 협업해 영감을 수집하는 ‘아티스트 노트’, 위클리 플래너 ‘영수와 함께한 일주일’ 등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