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먹은 맛있는 고등어구이를 10년, 20년 후에도 먹을 수 있을까? 김태윤 셰프와 장민영 기획자는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작년 4월 아워플래닛을 결성했다. 다이닝, 워크숍, 클래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미식을 제안하고 있다. “계절, 로컬, 종 다양성, 바다의 맛, 채식, 지속 가능한 축산 등 6가지 키워드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에요.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게 되는 가치들이죠.”
아워플래닛은 음식을 소비하는 우리와 자연, 로컬 생산자, 전통 식문화의 관계가 단절된 것이 문제라 생각했다. “모든 식재료가 자연에서 온다는 건 알고 있어도 정작 자연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이 어디에서, 누구의 손에, 어떻게 자라 우리에게 오는지 알고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들은 자연 속에서 식재료를 탐구하는 여행을 자주 떠난다.
“경이로운 대자연 속에서 영감을 받고, 시장에 가서 현지인들만 먹는 제철 식재료를 발견하고 맛보는 시간을 가지며 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을 해요.” 국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울릉도를 꼽았다. 깎아지른 듯한 웅장한 암벽으로 이뤄진 산 아래 숨은 초록의 맛을 느끼고 왔다. 그렇게 경험한 생소한 식재료를 서울로 가져와, 다국적 음식으로 만들어 선보인 다이닝 프로그램 ‘로컬 오딧세이’를 진행했다. 섬엉겅퀴, 왕호장, 섬말나리 등을 활용해 6가지 요리를 차례로 내어주며 울릉도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식재료를 알아가는 프로그램 외에도 해외에서 자연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작년 여름, 27일 동안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투더와일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열었다. “늘어난 팜유 소비량 때문에 더 많은 팜 나무를 재배하느라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 탓에 서식지를 잃은 오랑우탄을 직접 만나고 싶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정글에 갔어요.” 전기와 통신이 들어오지 않는 정글 깊숙한 곳에 이르렀을 때, 여행을 꽤나 많이 해본 두 사람도 깊은 울림을 받았다. “바다와 정글에서 야생 동식물을 만나고 반딧불 아래에서 식사도 했어요. 자연 속에 오롯이 놓인 채 도시에서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었어요.”
정글 밖으로 나와선 로컬 시장을 찾았다. 거리를 메운 현지인들 틈에 서서 그들이 먹는 음식을 관찰했다. “로컬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 게 지속 가능한 미식을 위한 첫걸음이에요. 제철 식재료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채식에 가까워지고,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게 되죠.” 이들은 로컬 시장에 들르면 동네 사람들과 대화해 보기를 권한다. 언어가 달라도 음식에 관한 가벼운 대화는 의외로 큰 어려움 없이 소통할 수 있다.
“여행은 자연과의 연결 고리와 신선한 맛을 발견하며 영감을 충전하는 시간이에요. 사실 지금 하는 일들은 자연, 사람, 동식물, 맛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거든요.” 아워플래닛의 두 사람처럼 다음 여행은 생명 감수성을 일깨우러 떠나보면 어떨까? 자연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얻은 깨달음으로 지금 내 식탁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다양한 로컬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한 끼가 곧 지구를 위한 한 걸음이 된다. 궁금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지구를 구하는 여행을 떠나보자.
Interviewee 아워플래닛
셰프 김태윤과 음식 관련 기획자 장민영이 의기투합해 만든 지속 가능 미식 연구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맛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