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연속주조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쉽게 말해 몰드 안에 쇳물을 넣고 굳히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쪽 염색을 하게 된 계기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원하던 곳에 취업했는데, 5년쯤 되니 권태기가 찾아왔다. 직장을 그만둘 용기는 없었고, 해소 방안을 찾다 천연 염색을 하는 지인의 영향으로 클래스를 듣게 됐다. 첫 수업이 쪽 염색이었는데, 산화가 되면서 파란색이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직접 쪽 농사를 짓기까지
염료 값이 굉장히 비싸다. 처음에는 염료를 사서 썼는데, 금액에 맞춰 구입하다 보니 양이 부족했고, 색소가 부족하다 보니 표현에도 제한이 생겼다. 아낌없이 색을 내고 싶어서 직접 농사를 짓게 됐다. 원래 성격 자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색소를 추출하는 것부터 쪽 염색의 모든 과정을 내 손으로 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망쳐버린 첫 번째와 두 번째 농사까지 포함하면 벌써 7년째 쪽 농사를 짓고 있다.
쪽 염색의 소재
천연 염색이라고 하면 주로 원단이나 실에 물을 들이는 것을 떠올린다. 나 역시 의류와 신발 작업을 다수 진행했지만 지금은 그릇, 가구 등 다양한 물성이나 쓰임을 지닌 것에 쪽 염색을 시도해 보고 있다. 여러모로 쪽 염색이 가진 한계성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쪽 염색과 제철의 상관관계
양질의 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산화를 방지해야 하는 반면에 쪽 염색은 산화를 잘 해야 색이 잘 나온다. 이렇듯 제철과 쪽 염색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어 직장 생활과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 같다. 쪽 염색에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덕분이 크다. 그런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둘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더욱 애쓰고 있다.
쪽 염색을 통해 발견하는 나
천연 염색을 할 때는 단 한 번에 진한 색을 낼 수 없다. 몇 번이고 염색을 반복해야만 진한 색을 얻을 수 있는데, 그러한 과정이 나와 닮았다고 느낀다. 나 또한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하고 인내해서 결과물을 얻는 편이고, 또 그러한 과정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파란색이어야 하는 이유
파란색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크고 넓다. 옥색, 하늘색, 진한 남색과 청록색, 검정에 가까운 파랑까지. 나중에 다른 색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파란색을 다 경험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늘 파란색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려고 한다.
이루고 싶은 목표
쪽 농사를 짓고 염색을 하며 느낀 것들을 노트에 기록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하나로 엮어 책으로 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염색한 실로 원단을 만들어서 청바지를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도 갖고 있다. 언제 이루어질지,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당신의 주말 라이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블루(blue). 쪽 염색은 나에게 있어 나만의 색을 찾는 과정이다. 쪽 염색을 통해 나타나는 파란색이 나의 주말 라이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