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
파르품삼각(Parfum Samgak)
의미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위치한 퍼퓨머리라는 뜻. 삼각지는 지리적으로 서울의 정중앙이기도 해서 서울을 대표하는 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담고 있다.
탄생 시기
2020년 12월, 쇼룸을 오픈하며 브랜드를 론칭했다. 론칭과 함께 대표 제품이자 시그너처 향인 남산, 한강, 이태원을 선보였다.
핵심 가치
지금까지 국내외 많은 향기 브랜드에서 서울을 향으로 표현했다. 각 브랜드가 주목한 서울의 이미지가 다르기에 표현 또한 각기 달랐는데, 파르품삼각은 ‘지금의 힙한 서울’을 향으로 구현했다. 두 대표가 실제로 삼각지 지역에 살며 경험한 서울의 이미지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파르품삼각의 ‘서울’은 이들의 삶을 기반으로 한 개성 넘치는 향이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실존하는 공간을 향으로 어떻게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황인권 대부분의 퍼퓨머리들이 이국적이거나 상상 속 공간의 이미지를 향기로 만드는 반면 파르품삼각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는 공간에 주목했다. 15년 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 느낀 감정, 분위기를 구체화해 향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만의 시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생애 첫 사업. 경험이 없어도 괜찮을까?
정민경 브랜드 론칭 후 그 성과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서 내심 불안했다. 시작한 지 1년 반이 넘어가는 지금도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희만의 분명한 목표와 속도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만이 남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성장 포인트
남산, 한강, 이태원 사이의 중심에 있는 삼각지에 기반을 둔 로컬 퍼퓨머리다. 이 동네에 거주한 지 15년이 된 두 대표는 자신들이 직접 방문한 식당, 바, 산책길 등을 브랜드에 담으려 한다. 향기뿐만 아니라 인근 동네 가이드북도 제작해 숍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가이드북에 담긴 몇몇 숍과는 협업 이벤트를 진행하며 지역과 함께 발전해 나가려고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향기 브랜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정민경 미국 뉴욕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소호 롤리타 지역의 퍼퓨머리 ‘르 라보’에 간 일이 인상 깊었어요. 르 라보의 첫 번째 매장으로 그 지역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동네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해요. 그곳을 보며 저희도 언젠가 향을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당시의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어서 그저 꿈일 뿐이었죠.
황인권 저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딩을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최신 트렌드 분석을 많이 하는데, 몇 년 동안 ‘센서리 브랜딩’이 떠오르는 키워드라는 걸 캐치했습니다. 총체적인 감각을 활용한 브랜딩을 뜻하는데, 오감 중에서도 향이 가장 눈에 띄었어요. 향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어져, 3년 전 아내와 함께 온라인에서 ‘그레이프 바스켓’이라는 향초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 삼아 2020년 12월에 파르품삼각을 론칭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에 특정 지명이 들어가요. 서울의 다양한 지역 중에서 삼각지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황인권 이 동네에서 15년 정도 살았고, 운영 중인 디자인 스튜디오 사무실도 여기에 있어요. 저녁이면 반려견 콩이와 함께 매일 산책을 나가는데, 얘가 워낙 장난꾸러기라 산책 양이 어마어마해요. 4년 동안 약 6000km를 걸었을 정도예요. 저희가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는 이곳에서 시작해요. 삼각지를 기점으로 남쪽은 남산, 북쪽은 한강, 서쪽은 이태원이에요. 이 세 지역을 바탕으로 한 산책로가 파르품삼각의 대표 향기가 되었어요.
정민경 이 동네가 굉장히 어수선해요. 좋은 의미에서요. 신용산역에서 보면 아모레퍼시픽, 하이브 같은 화려한 고층 건물도 있지만 고개만 돌리면 정겨운 옛 골목이 펼쳐져요. 저희 가게가 위치한 골목만 해도 20년 넘은 고등어구이집을 돌면 하와이를 꼭 닮은 포케집이 나오고, 오래된 국숫집 옆에는 트렌디한 칵테일 바가 자리하죠. 같은 자리에서 완전히 다른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두 분 모두 전문 조향사는 아닌데 어떻게 향을 만들었나요?
정민경 남편과 함께 국내에 있는 조향 학교 ‘센토리’를 다닌 후 향초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향초와 달리 룸 퍼퓸, 디퓨저는 좀 더 섬세하게 조향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센토리의 조향사에게 의뢰했어요.
황인권 많은 퍼퓸 브랜드에서 내부에 디렉터를 두고, 조향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요. 최근 국내 브랜드 논픽션에서도 이솝 향수를 만든 조향사에게 의뢰를 해 이슈가 되기도 했죠. 저희도 디렉터 역할을 맡아서 원하는 향의 이미지를 구체화했어요. 전문가와 함께 1년 정도 개발과 수정을 거쳐 세 가지 향으로 룸 퍼퓸과 디퓨저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의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나요?
황인권 보통 서울의 향이라고 하면 경복궁, 덕수궁 등 전통적인 면모에서 모티프를 얻어요. 하지만 지금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저희가 바라보는 서울은 도회적이에요. 거의 매일 새롭고 트렌디한 공간이 생겨나고, 디자인적으로 의미 있는 멋진 건물도 많죠. 이런 부분을 잘 담아낸 향이 ‘한강’이에요. 처음에는 물을 닮은 청량한 향이 느껴지고, 머스크와 우디 향을 베이스로 삼아 도회적인 느낌을 냈습니다. 노들섬으로 산책을 가서 본 여의도 빌딩 숲과 물결에 비친 석양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정민경 파르품삼각의 코어 타깃인 23~27세 여성분들은 이름과 향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 주세요. 반면 40대 분들은 다소 낯설게 받아들이는데요. 동네에 대한 이미지 차이인 것 같아요. 저희가 매일 걷고 살며 느낀 서울의 현대적인 면모를 젊은 고객분들이 느껴주어 다행이에요.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으면 좋겠어요.
다음으로 만들 서울의 향은 무엇인가요?
황인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데, 아직 아이디어만 있어요. ‘삼각지의 와인 바’들을 향기로 표현해 보고 싶어요. 근래 삼각지에 와인 바가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 엊그제도 새로 오픈했을 정도로요. 킬리안의 ‘엔젤스 셰어’라는 향수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럭셔리 코냑 브랜드 헤네시의 상속자인 킬리안 헤네시가 이끄는 브랜드인데, 코냑 향을 향수에 담았죠. 그렇게 숙성된 술의 향을 담는 것도 매력적일 것 같아요.
동네 사랑이 각별한데요. 이런 애정이 동네 가이드북인 〈파르품삼각 가이드〉에도 담겨 있습니다.
황인권 파리의 향수 브랜드인 딥티크에서 ‘수도’라는 의미의 향수, 오카피탈을 선보이며 파리 지도를 함께 만들었어요. 루이비통에서도 시티 가이드북을 내고 있고요. 저희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부터 지역과 함께하는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었어요. 무료로 배포하는 거라 수익은 없지만, 로컬 퍼퓨머리라는 정체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리뉴얼해 올해 나온 책에는 200여 곳이 실렸는데요. 장소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정민경 가장 첫 번째 기준은 실제로 방문한 곳이고요. 그중 저희가 배울 만한 면모가 있는 곳들을 추렸어요. 장소 선정을 위한 저희 나름의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예요. 새로운 시도가 담긴 맛,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인테리어, 대담한 걸음을 내딛는 젊은 셰프들.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데려가기 좋은 공간들이죠. 앞으로 이를 홈페이지에 옮겨 새로 생긴 곳도 빠르게 반영하려 해요. 영문판과 중국어판도 준비 중이고요.
가이드북 외에도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있을까요?
황인권 인근 가게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5곳의 가게가 모여서 ‘삼각지 하루 살기’를 진행했고, 최근엔 삼각지역 인근의 바인 애시드 서울과 제품 화보를 촬영했죠. 또 와인 바인 르궅과 함께 여름에 어울리는 와인과 향수 클래스를 열 예정입니다. 동네에 워낙 멋진 공간이 많아서 협업의 방향성은 무궁무진해요. 언제든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좋은 로컬 가게의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황인권 개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집이요. 고집스럽게 한 동네에서 오래 장사하는 가게를 보면 각자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요. 그게 지역의 무드를 살린 게 아니더라도, 그 동네에 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있죠. 보통 그런 공간은 오픈하자마자 막 뜬 게 아니라, 자기 캐릭터를 차분히 지켜가면서 주목받기 시작해요. 파르품삼각도 장기적으로 보려 해요. 저희만의 길을 잃지 않고, 차분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 합니다.
향수 클래스 ‘올팩티브져니(Olfactive Journey)’도 인기 있어요. 어떤 수업인가요?
황인권 보통 향수 수업은 조향에 집중되어 있는 데 반해 ‘올팩티브져니’는 해외 향수 브랜드의 대표적인 향수 2백여 종을 직접 시향해 볼 수 있는 자리예요. 향수를 구입하는 데만 약 4천만 원을 썼어요. 이렇게 투자를 하면서까지 타 브랜드 향수를 소개하게 된 건, 향을 통해 느끼는 기쁨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희와 좋은 향기를 공유하며 즐거움을 나눌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인 셈이죠. 수업을 준비하며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웠고, 덕분에 향에 대한 취향도 더욱 섬세해지고 있어요. 언젠가 파르품삼각 제품에도 반영이 되겠죠. 작년 여름에 시작해 지금까지 5백 명 정도 수업을 들었는데, 1천 명이 될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무엇이든 꾸준히 하시는군요.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나요?
정민경 서울을 대표하는 퍼퓨머리가 되고 싶어요. 이제 브랜드를 론칭한 지 1년 반이 되었는데요. 지금 하는 활동들을 3년 정도 차곡차곡 쌓아가면 저희가 꿈꾸는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추억을 향으로 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