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책상의 시간
‘책상의시간’은 책상 앞에서 저마다의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의 ‘시작’과 ‘지속’을 조명합니다. 책상 앞에서 쌓인 시간의 이야기로 영감과 용기를 전할게요.
낙서 한 바닥도 쌓이고 쌓이면 의미심장한 데이터가 된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나, 마침표를 잘 찍지 않는 나, 줄 칸을 무시하는 나, ‘어쩌면’이라는 가정법을 좋아하는 나. 글자와 그림으로 도톰하게 부푼 다이어리는 한 사람의 내면 경로를 분석하는 지도 같다. 전설적인 보물이 묻혀있다는 지도보다도 좇을 가치가 있는 정보이지 않을까. 송예원은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취미를 지속하다가 ‘쓰는 게 좋아’ 조잘거리는 작은 목소리를 감지하고서 깨달았다. ‘라이팅룸(The Writing Room)’을 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는 감각을 공유해야 함을.
2023년, 소란스러운 을지로 한복판에 고요한 공간이 발생했다. 사람들이 모인다. 모였는데도 고요하다. 저마다의 기록을 쌓는다. 송예원 대표는 이제 이곳에서 ‘함께’ 쓴다. 작은 예감이 확신이 되어가는 나날을 목격하면서.
글쓰기를 위해 작정하고 만든 공간이라니 너무 멋집니다. 라이팅룸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원 님.
반갑습니다. 송예원입니다. (웃음)
활동명도 소개해 주시면 좋겠는데요!
기록하는 활동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라잇’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라이팅룸’이라는 글 쓰는 공간과 기록을 위한 문구류를 만드는 브랜드 ‘라잇요라이프’를 운영하고 있어요.
SNS와 웹사이트에 공유된 글들을 보았어요. 짧은 토막글일 때도 있고 글자를 그림처럼 연출하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시던데, 쓰시는 글의 종류를 넓은 의미에서 ‘일기’라고 보면 될까요?
주변에 ‘일기’라고 말하고 있긴 해요. 예전에 다이어리 꾸미기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요. 그땐 주된 관심사가 ‘다이어리를 얼마나 예쁘게 꾸밀 수 있을까?’였어요. 그 생활을 꽤 오래 해서 그런지, 나중에는 생각을 긴 글로 풀어내기도 하더라고요. 여전히 제가 흥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강박을 갖지 않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짧은 토막글을 쓸 때도 있고, 긴 글을 쓰고 싶을 땐 긴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려요. 일정한 형식과 특정 장르 안에 갇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예원 님의 행보가 귀감이 될 것 같아요. 라이팅룸 입구에 놓인 기획 노트만 들춰봐도‘이 공간이 왜 필요한지’부터 ‘다른 공간들과 차별점이 무엇일지’ 등 많은 연구를 하신 게 보였어요.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제 주변에는 관심사가 겹치는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같이 해보자고 권유해도 꾸준히 이어지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돌아다니던 중에 혹은 어쩌다 들른 카페에서, 뭔가를 쓰는 사람을 발견하면 너무 반가운 거예요!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그런 풍경이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계속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어? 그러면 내가 사랑하는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죠.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기록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공간이 흔하지는 않으니 일단 제가 시도해 보았습니다. (웃음)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독려하고 싶은 마음이 깊은 곳에 있었군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주변에 잡음이 많잖아요. 디지털로 너무 많은 소식을 너무 빠르게 접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지나치게 노출되니까 내 진짜 생각은 뭐고 내가 정말 뭘 원하는지 알고 찾아가는 데 방해 요소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토록 원했던 낭만적인 풍경을 손에 얻으셨는데요. 안쪽 업무 데스크에서도 시간을 보내시겠지만, 라이팅룸 책상에서 예원 님은 어떻게 좋은 시간을 보내시는지 들어보고 싶은걸요?
해가 들기 시작하는 2시부터 4시 사이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창가에 앉아 읽고 싶은 책과 노트를 펼칩니다. 그리고 나름의 방식대로 기록하는 거예요. 얼굴에 내리는 따뜻한 햇빛을 느끼면서 복잡한 머릿속이 정돈되는 과정이 정말 기분 좋아요. 집중력을 높여주는 가사 없는 음악을 틀고, 책상만을 비추는 조명도 켜요. 그리고 그동안은 핸드폰을 전용 서랍에 넣어두거나 방해금지모드로 설정해서 알림이 뜨지 않게 합니다.
을지로 쪽이 유동 인구도 많고 인쇄 골목들이 집중되어 있어서 소란스러운 편인데, 라이팅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은 여기만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아요. 고요해서 그럴까요? 대화보다는 메모로 방문객에게 말을 거시는 듯한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식으로 고르나요?
사람들한테 뭘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저한테 필요한 말을 먼저 수집해요. 제게 필요한 말이나 책이 뭘까 싶어서 계속 찾아보는 편이고, 거기서 발견한 좋은 것들을 뽑아서 공간 곳곳에 붙여두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내용들이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고요하게 감탄하는 표정이 저절로 그려지네요. (웃음) 라이팅룸을 만들기 전, 다른 곳에서 글 쓰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적으로 혼자 반가워하셨다고 해주셨는데, 이제는 이 공간을 지키면서 쓰는 뒷모습을 계속 보고 계시죠. 기분이 어떠세요?
공간을 운영한 지 2년 가까이 되어서, 이제는 책상 앞에 앉은 뒷모습들을 보는 게 익숙해졌는데요. 처음에는 뭉클했죠. 사람들이 핸드폰을 멀리하고 자기 시간을 쓰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손님들이 나가실 때의 표정도 보시나요? 다들 어떤 시간을 보낸 것 같나요?
‘또 올게요!’ 하고 말씀 남기고 가는 분들이 많아요. 수줍게 쪽지도 건네주시고요. 이런 공간이 있어서 너무 좋다, 감사하다, 같은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 메모가 있을까요? 특히, 라이팅룸에서는 고민노트도 공유하다 보니 여러 교감의 순간이 있을 거로 보여요.
사람의 고민은 정말 그 내용도 다양하고 살아가면서 계속 바뀌잖아요? 고민노트에는 여러 사람들의 그 고민들이 쌓여 있다 보니, 제가 지금 갖고 있는 고민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글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이건 메모 내용은 아니고, 라이팅룸 초창기 때 있었던 에피소드인데요. 갓 수능을 마친 학생 한 분이 찾아오셨다가 제게 말을 걸어주셨던 기억이 나요. 재수를 하게 되었다고, 남은 일 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걱정이 많다고 하시길래, 저는 그분에게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 거라며 응원을 해드렸는데요. 제게 ‘당신과 같은 어른이고 싶다’고 말씀을 주신 거예요. 살면서 그런 말을 처음 들어 보기도 했고 기억에 남아요. ‘나는 어떤 어른이 돼가고 있지?’ 혹은 ‘그 친구가 지금의 나를 봐도 똑같은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종종 들죠.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신 분들 덕분에 예원 님의 고민도 새로워지겠군요. 요즘 스스로 계속 묻는 질문이 있나요?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인데. 라이팅룸을 오픈하는 게 큰 꿈이었거든요. 이제 그 꿈을 이뤘고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나는 앞으로 또 어떤 꿈을 꿔야 하지?’ 이런 물음이 남긴 하죠. 라이팅룸을 준비하면서 모든 에너지와 힘을 다 썼거든요. 또 이 정도의 노력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내 생에 있을까, 다른 열정이 생기긴 할까. 그래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면 답이 있겠죠. 제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말 조급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게, 23년도에 라이팅룸을 오픈하셨잖아요! 아직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인데, 이 정도면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을 하신 거 아닐까요?
맞아요!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일 수도 있어요. (웃음) 저도 제 자신을 차마 다 알지 못하는 시기랄까요? 새로운 스테이지 앞에 서 있는 기분이라서.
데스커 라운지 홍대와의 협업 소식도 들었습니다. 라이팅룸을 그대로 옮긴 듯한 ‘라이터스룸(Writer’s Room)’을 꾸리셨다고요. 이 이벤트가 예원 님의 평화로운 일상에 새로움을 주었을까요?
물론 새롭죠. 혼자 조용히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다른 브랜드에서 저희를 유심히 봐줬고, 그 덕에 새로운 종류의 작업도 해보게 된 거니까. 좀 떨리기도 했어요.
‘라이터스룸’에서도 라이팅룸의 색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이팅룸에는 글이 정말 많아요. 방문해 주신 분들이 놓고 가신 글이 엄청 쌓여 있죠. 그 글을 라이팅룸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건 아쉽던 중에 데스커 팀과 소통하게 되었는데, 책상 앞에서 자기 고민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추려 라이터스룸에 선보일 기회가 생겼네요. 그리고 환경적으로도 라이팅룸의 색깔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조도과 음악에 관여를 했고, 데스커 라운지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앉는 방향을 고려해 최대한 그분들이 안정감을 느끼며 지낼 수 있도록 신경 썼죠.
어떤 성향의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나요?
아무래도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겠죠? 라이팅룸을 오가신 분들의 고민들을 읽고,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혹은 ‘나도 이런 기록을 해볼 수 있겠구나’ 하면서 누구든 작은 해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혼자가 아니다, 같이 있다,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거. 그게 글의 힘이니까요.
기록 자체는 내면으로 수렴하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그걸 읽거나 쓰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실천하고 행동할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게 흥미로운 것 같아요. 문학인이나 출판업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우리들이 기록을 시작하면 좋은 이유가 뭘까요?
늙었을 때 볼 게 있잖아요. 저는 지금의 나뿐만 아니라 늙은 나를 위해 쓰기도 해요. 그때의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요. 뻔한 하루를 보낸 것 같고 똑같은 일만 했는데도 하루하루를 써놓고 나면, 몇 개월만 지나도 그 기록 속 풍경이 생경하게 느껴져요. 내가 그만큼 변했단 뜻이겠죠. 기록하고 있지 않으면 놓치게 될 것들이에요. 해놓은 게 많이 없네? 내가 여태 뭘 했지? 무슨 감정을 느꼈지? 데이터가 없다면 이런 식으로 허망할 것 같아요. 날 더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데이터가 된다는 측면에서 기록은 유의미하고, 다 떠나서 일단 재미있기도 하죠!
그런데 쓰기 입문자들은 벽을 느끼기도 하죠. 쓰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려면, 어느 정도 그 행위가 익숙해져서 근력이 붙어야만 하는데요. 예원 님이 추천하는 방식이 있을까요? 재미까지도 보장된 쓰기 노하우!
낙서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종이 위에 흘려 쓰는 거요. 시간을 온전히 누렸으면 해요. 낙서도 너무 막연하다 싶고 뭘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좋은 글귀를 모으는 것부터 추천해 드려요. 문장 전용 노트를 하나 준비하고, 계속 필사하는 거죠. 필사가 쌓이면, 내가 일상 속에서도 필사한 내용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때를 발견하게 되거든요? 내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는데, 내부의 것들과 외부의 문장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생각이 나올 때도 있어요. 좋은 글을 그냥 보내지 말고, 일단 써보고 그 밑에 내 생각도 달아보는 것을 일단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에 한두 마디라도 덧붙이다 보면 언젠가 술술 자기 생각을 쓰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재미를 위해 아이템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예원 님과 단골 손님이 애정하는 라이팅룸의 물건을 알려주세요.
우선 라이팅룸 로고가 각인된 원목 펜이 생각나네요. 부드럽게 써지는 젤펜이라서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를 만나는 50가지 질문’ 리스트가 있는 마스킹 테이프인데요. 랜덤으로 50가지 질문이 들어가 있어서, 뭘 기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마스킹테이프를 사용해 주시면 좋아요! 주제가 ‘나’인 만큼, 자기 자신과 아직 친해지지 못했다고 느끼는 분들이라면 그 질문을 따라갔을 때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민노트. 라이팅룸에 오신 분들의 고민과 답변들로 채워진 이 노트를 읽다 보면 서로를 글씨로 응원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요. 그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차가웠던 마음이 따뜻해지고요.
질문을 따라가며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낭만적으로 들리는데, 예원 님이 기록 안에서 그런 만남을 최초로 가진 적은 언제일까요?
팬데믹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어요. 혼자 문구 브랜드를 운영할 때라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고,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모든 작업을 다 멈춰야만 했죠. 극단적으로 방에 있는 시간이 길었어요. 우울함도 찾아오고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까 기록하지 않고서는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제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살고 싶은 사람인가, 남들이 좋아하는 거라서 내가 하고 싶은 건가, 고민하면서 시간을 썼어요. 그때 힌트를 얻었습니다. 원하는 게 뭔지 알아채고 스스로 단단해지는 시간이었어요.
낭만적인 순간을 예상했는데… 절체절명의 때였군요!
진짜 힘든 시기이긴 했죠. 상황이 너무 좋아서 이거도 하고 싶고 저거도 하고 싶어하며 설렘으로 부풀었던 때가 아니라, 거대한 불안 속에서 처절하게 고민했어요.
역시 출발선에 있을 때 막막함에 짓눌리는 건 누구든 매한가지네요.
맞아요. 지금은 라이팅룸이 있지만,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 제게도 있어요. 너무 길었죠. 그럼에도 버텼던 이유는 그냥 기록하는 게 좋기 때문에. 이걸 멈추고 살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그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들다면, 그 힘든 마음을 놓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마음 자체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말씀인 거죠?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 정말 갖기 힘든 마음이잖아요. 귀하다고 생각해요. 혼란스럽다 해도, 그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더 파고들어 보고 스스로 질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해요. 저도 새로운 걸 기획할 때 육하원칙을 세우면서 다 글로 써보거든요. 왜 하고 싶지, 어디서 하고 싶지, 언제 하고 싶지, 어떻게 하고 싶지 등등을 따져 봐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 납득이 되고, 납득이 되면 저절로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 정도는 남들도 다 하는 거야’ 하면서 자기 욕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나 이거 좋아하는 거 같은데?’ 싶으면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무시하지 말아야 해요.
내 욕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라…!
그렇죠! (웃음)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분이다 보니, 이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네요. 일로서의 기록과 자기 자신을 돌보는 기록이 잘 구분되는 편인가요? 예원 님에겐 순수 취미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 보이거든요. 애정을 잃지 않고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두 갈래로 나뉘어요. 노트북이 있고 없고의 차이죠. (웃음) 브랜드를 두 개나 운영하다 보니 처리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데요. 제가 의식적으로 일을 멈추지 않으면 일하는 기록과 취미 기록의 경계가 무너지더라고요. 휴무일에는 노트북 없이 노트와 책, 필기구만 챙겨 카페를 가고, 라이팅룸의 책상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빈 좌석을 활용해 아날로그 타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을 위해 업무용 책상 앞에 앉을 때는 ‘효율성’과 ‘할 일 진행 여부’에 초집중하고, 그저 쓰거나 읽으려 책상에 앉을 때는 ‘재미’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지금에 몰입하면서.
그렇군요. 예원 님에게 책상은 모든 것을 하는 장소인데, 한 마디로 어떤 곳이라 볼 수 있을까요?
삶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곳. 책상 위에서는 한없이 느려질 수도 있고 엄청 빨라질 수도 있죠.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보통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건 ‘느림’ 혹은 ‘멈춤’의 의미에 가깝다 보니, 책상에서 마음껏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들려요.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내가 빨리 달리고 싶을 때 빨리 달리고, 느리게 가고 싶으면 느리게 가는 거죠. 뭔가를 쓸 때 머릿속에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면 멈출 수가 없잖아요. 그럼 엄청 빨라지는 거죠. (웃음) ‘이런 거 추진해 볼까?’ 생각이 들면, 바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수 있고요. 그러다가도 또 지치면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지?’ 하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찬찬히 지켜봐 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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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읽는 풍경’을 가까이 두고 싶었다는 송예원 대표의 개인적인 욕망으로 시작된 라이팅룸. 그러나 이곳을 방문하고 애정하는 사람들 덕분에 라이팅룸은 ‘라이터스룸’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쓰는 이들의 숨결과 표정, 눈빛이 쌓이고 있으니까. 데스커 라운지에 구현된 라이팅룸을 ‘라이터스룸’으로 부르기로 한 것을 듣고, 내심 기대가 차올랐다. 책상 앞에서 망설이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일수록 라이팅룸은 누군가의 길이 될 수도 있겠구나. 송예원 대표가 ‘기록’이라는 자기만의 길을 발견한 것처럼, 누군가도 발견하겠구나.
디지털 기기의 빛과 소음으로부터 멀어져 보자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보자고, 오롯한 나를 만나보자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내 안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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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라운지 홍대 워커스룸은 하티핸디 워커스룸, 엘레멘트,ECIFF의 띵커스룸으로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룸으로 꾸려오고 있습니다.
4~6월은 라이팅룸과 함께 라이터스룸 (Writer’s Room)으로 운영합니다. 라이팅룸의 공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컨셉으로, 전자기기와 멀어져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데스커 라운지 홍대는 ‘가치있게 일하는 사람들의 연결 고리’라는 메세지를 품으며 홀로 또는 함께 일하는 컨셉의 워크 스페이스입니다. 라이터스룸은 이곳에서의 글쓰기 경험을 통해 우리 일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일하는 시간 사이에 주어지는 사색의 시간들이 우리를 또 새로운 영감으로 이끌 것이라 믿습니다.
• 라이터스룸 운영 기간 : 25.04.09~06.30
• 데스커 라운지 홍대 이용 방법 : 네이버 예약을 통해 사전 공간 예약 후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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