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시기
2023년 9월 작업실을 옮기면서 구입했다. 배송 때문에 한 달 정도를 책상 없이 생활하면서 책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상과의 시간
워커홀릭이라 잠들기 전까지 책상에 붙어 있다.
책상 앞 루틴
도감을 비롯한 식물 관련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수시로 읽는다. 산책하거나 작업을 하면서 접하는 식물에 대해 궁금한 점을 찾아본다.
몰입하는 주제
얼마 전 장미 정원에서 육성한 장미 종을 그리는 작업을 마쳤다. 요즘은 제주도에 있는 식물을 기록하고 있다. 세밀화를 그리면서 떠오른 다양한 생각을 글이나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전하기도 한다.
성장의 원동력
식물에 대한 애정과 끈기.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한 번 시작하면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했다. 책상 앞에 앉아 가지각색의 식물을 깊이 관찰하고 그리는 것 자체가 성향에 잘 맞는다. 지금은 모든 생활이 식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어떻게 생긴 식물을 ‘장미’라 처음 불렀을까? 식물 세밀화는 이런 질문에 답이 되는 중요한 근거 자료다. 식물 종의 생장 과정을 끈질기게 관찰해 그린 그림으로 정확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소영 작가는 15년 가까이 식물 세밀화가로 활동하며 식물을 그리고 연구했다. “식물 세밀화는 시간 차를 두고 엮은 수십, 수백 장의 식물 사진 모음과 같아요. 씨앗부터 열매까지 모든 기관을 담아내고, 환경 변이를 제외한 수많은 개체의 보편적인 특징을 강조해 그리거든요.”
그는 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면서 식물 세밀화에 처음 눈을 떴다. 3학년 때 수목학 수업 과제로 교정의 나무를 그려 도감을 만들었는데, 이를 본 교수님이 식물 세밀화를 권유했다. 졸업 후에는 국립수목원 식물표본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식물 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첫 직장인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식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연구해 온 기관이에요. 선배 연구자들의 논문과 고서에 남아 있는 최초의 식물 기록을 찾아보며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독립 후 프리랜서가 된 후에도 그의 작업실에는 국내외에서 모은 옛 식물 서적 및 자료가 한가득이다. “작업을 의뢰받으면 자료 조사부터 해요. 그릴 식물과 관련된 정보는 최대한 꼼꼼하게 챙겨요. 실제로 개체를 관찰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봐야할지 미리 공부하는 거죠. 또 옛날 사람들이 어떤 크기의 종이에 어떤 크기로 그림을 그리고 배치했는지, 그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참고하고요.” 몇달 전, 작업실을 옮기면서 새로 장만한 커다란 책상 두 개에서 수시로 책과 표본을 들여다 보고 작업을 한다.
그는 작업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냉장고를 수집한 식물 표본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할 만큼 모든 생활의 초점이 식물에 맞춰져 있다. “제게 책상은 거의 한 몸과도 같아요. 잘 때만 빼고 계속 책상 앞에 앉아 있어요. 새로운 책상을 구입할 때 전에 쓰던 것보다 큰 것을 찾았죠.” 식물 세밀화 작업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종 보존을 위한 연구의 일환이기에 반복해서 관찰해 철저하게 그릴 수밖에 없다. “식물이 자신만의 역사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그의 초상화를 그리는 거죠. 여기에서 어떤 책무를 느껴요. 식물 세밀화의 미학은 제 그림 실력이나 화풍이 아닌 순전히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오래된 자료를 많이 참고하지만, 작업 방식은 옛것만 고수하지 않는다. “5년 전만 해도 전통 그대로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가는 로트링 펜으로 그려요. 또 기록을 잘하는 것만큼 좋은 품질로 오래도록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완성한 식물 세밀화를 스캔해 디지털화하고요.” 식물을 그리며 떠오른 생각은 글이나 SNS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오디오 콘텐츠는 벌써 7년째 만들고 있어요. 식물을 경험하는 방식은 시각 외에도 다양하니까요. 이런 모든 것이 현시대의 식물 세밀화가가 해야 할 역할인 것 같아요.”
이소영 작가는 식물 세밀화가로 일하며 개인적인 깨달음도 얻었다. “처음에는 식물을 이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어요. 그러면서 인간은 자연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에 겸손해졌어요.” 작업을 위해 식물을 채집할 때면 그는 종종 죄책감을 느낀다. “종 보존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떠올려요. 제 작업이 대단하다는 오만한 생각은 버리고요.” 자신의 영역에서 해야 할 몫을 할 뿐이라는 그는 낮은 마음으로 식물을 들여다본다. 보다 정확한 관찰과 정교한 기록을 위해 매일 집중하는 그의 책상에는 다양한 도구가 놓여 있다.
[on the DESK]
1. 루페. 2009년 국립수목원에 입사한 이후부터 쭉 사용해 온 확대경이다. 안쪽에 자가 장착돼 있어서 작은 열매나 씨앗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수시로 사용하기 편리해 현미경보다 훨씬 자주 손이 간다.
2. 족집게. 채집한 식물에서 열매만 따서 보고 싶을 때 유용하다.
3. 가는 붓. 식물 세밀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여러 종류를 실험해 보다가 이 붓으로 정착했다.
4. 샤프와 지우개. 일반적으로 스케치를 할 때 연필을 사용했는데, 일본에서 이 샤프를 산 이후로 계속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