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시기
사무실에 있는 책상을 가져와서 쓰다가 2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프레임으로 바꿨다. 직접 제작한 상판을 그대로 얹어 스탠딩 데스크로 사용 중이다.
책상과의 시간
출근 전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퇴근 후 저녁밥을 먹고 나서 잠자기 전까지 최소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책상 앞 루틴
아침에는 빵과 커피로 간단한 식사를 하며 스케줄을 정리하거나 뉴스레터나 기사, 책을 읽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밤에는 앉자마자 일 모드에 돌입한다. 9시쯤에는 위스키 한두 잔을 마신다.
몰입하는 주제
토요일 오전까지 업무를 할 만큼 일에 열정을 쏟는다. 서비스센터를 구성하는 멤버들도 늘었고, 지금 시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성장의 원동력
꾸준함. 일도 그렇고 내가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히 노력하는 것뿐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반년에 한 계단씩 성장했다. 앞으로도 딱 그만큼씩만 성장하고 싶다.
전수민 디렉터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서비스센터는 2019년 시작한 이래 계속해서 의뢰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 왔다. ‘우리는 브랜드와 함께 성장합니다’라는 슬로건 그대로다. 브랜드 전략, 디자인, 인테리어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팀원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늘 의뢰인과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로 기능했다. 서비스센터 역시 의뢰인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능력을 아낌없이 투자해 브랜드의 성공 확률을 높인 것이다. “알을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달걀 프라이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저희는 의뢰인이 알을 스스로 깨게끔 곁에서 코치한다는 점이 달라요.”
오늘날의 서비스센터가 있기까지 전수민 디렉터는 책상 앞에서 노력과 발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10여 년 전, 디자인을 좋아한 순간부터 ‘내 일’에 대한 욕심을 한시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유년 시절부터 교회의 포스터 디자인을 도맡아 했으며, 심지어 군 복무 중에도 클라이언트 작업을 이어갔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었던 그는 전역하자마자 방 구조를 바꿔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책상을 ‘사장님 방’에 있는 것처럼 가운데에 놓고 싶어 침대를 버렸어요. 방이 좁으니 우선순위를 정해 과감한 선택을 한 거죠. 그때부터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일이 곧잘 됐어요. 책상의 배치가 일을 할 때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독립을 한 이후에는 내밀한 로망을 독립된 서재에 자유롭게 펼쳤다. 조도를 맞추기 위한 간접 등과 음악을 듣기 위한 스피커, 편히 쉴 수 있는 1인용 소파를 뒀다. 결혼 후 서재를 아내와 함께 쓰면서 자연스레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더라도 책상은 꼭 가운데에 둘 것, 간접 등과 PC용 스피커는 고수했어요. 대신 미니멀리스트인 아내를 배려해 물건을 되도록 적게, 책상 위는 깨끗하게 유지하려 해요.”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쭉 밀고 나가는 성향이라 책상은 사무실 책상과 완전히 같은 것을 선택했다. 그러다 2년 전 허리 건강이 나빠져 프레임만 전동으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것으로 교체했다. “마우스 패드나 키보드까지 사무실과 같은 걸로 세팅해 놓았어요. 환경이 바뀌는 것이 아닌 이동만 했다는 느낌을 더 주려고요.”
회사에 있는 시간까지 합치면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서 진득이 자리를 지킨다. 출근 전 2시간 정도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읽고 쓰며 가장 느슨하게 보낸다. “매일 아침 노트에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해요. 그 덕분에 하루가 정돈되어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밤에는 주로 위스키 한잔을 마시면서 업무에 집중한다.
전수민 디렉터는 서비스센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일이 끊겨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의 ‘태이니테이블’, 부산의 ‘버거숍’, ‘베르크로스터스’ 등 서비스센터의 손이 닿은 전국 각지의 브랜드와 공간이 큰 성공을 거둔 덕이다. 그 비결은 감각적이고 근사한 디자인이 아닌 진정성에 있다. “결국 멀리 보는 게 중요해요. 당장 반짝하는 것보다 5년, 10년 후에도 살아남아 있어야죠. ‘또 오고 싶다’, ‘우리 집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공간으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아닐까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센터는 ‘얼마나 오너다운지’를 가장 신경 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수많은 공간을 만든 그에게 인상 깊었던 장소는 어딜까? “뉴욕에 있는 바 ‘앤젤스셰어’를 처음 갔을 때를 잊지 못해요. 유명한 곳이지만 출입구가 숨겨진 스피크 이지 바라서 한참을 못 찾고 헤맸어요. 구글맵에 표시된 주소에는 불을 끄고 마감 중인 식당만 있었어요. 그 안에 있던 직원에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자마자 옆쪽의 작은 창고 문을 가리키더라고요.” 조심스레 문을 여니 틈 사이로 대단한 열기가 느껴졌다. 카운터 쪽으로 보이는 그림이 압도적이었다.
그는 어떤 공간을 깊이 경험하는 팁으로 용기와 애정을 꼽았다. “엔젤스셰어도 그렇고 용기를 냈을 때 값진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때 직원에게 묻지 않고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또 제가 좋아하는 곡 ‘바람의 노래’ 가사 중에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겠네’라는 구절이 있어요. 모든 걸 사랑하려는 태도를 가질 때 영감도 얻을 수 있어요.”
특히 그는 번뜩이는 영감은 없다고 말한다. “요즘은 더 꾸준히,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의뢰인들에게도 강조하는 이야기인데, 우리를 운동선수에 비교해요. 축구 선수들이 시즌 중에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경기를 뛰거든요. 그걸 위해서 일주일간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하잖아요. 자영업자들은 주 5일 뛰는 선수이니 더 노력할 수밖에 없죠.” 오랫동안 차근차근 성장하며 더 멀리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책상 앞에 앉는 그가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 도구를 소개했다.
[on the DESK]
1. 테이블 램프. 리처드 새퍼가 디자인한 아르테미데의 티지오는 조명의 각도와 위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일부러 아래가 아닌 천장을 향하게 두었다. 밤에 조명을 켰을 때 생기는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2. 빈티지 체어. 에곤 아이어만의 SE68은 어릴 때 월급을 모아서 산 첫 번째 빈티지 체어다. 서울 평창동에 있는 mk2 창고에서 구입할 당시 대표님이 손수 체어를 골라 먼지를 닦아주시며 “여기 앉아서 일하면 잘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응원의 말이 유독 큰 힘이 되었다. 사무실에도 미팅 시 사용할 목적으로 같은 걸 두었다.
3. PC용 스피커. 6년 전 오디오 회사 바워스앤윌킨스에서 나온 PC용 스피커를 큰맘 먹고 구매했다. 거의 늘 음악을 들으며 일하기 때문에 애착이 크다. 한 번 떨어뜨리는 바람에 왼쪽이 찢어져 음질이 손상됐는데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