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시기
4년 전 이사를 하면서 식탁을 구입해 시행착오를 겪고, 올해 봄 지금의 책상을 들였다.
책상과의 시간
출장이 없으면 직장인과 비슷하게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하는 편이다. 늦어도 오전 10시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고 한다.
책상 앞 루틴
직접 핸드드립 한 커피 한 잔을 두고, 향수를 뿌린다. 향긋한 내음 덕분에 좋은 기분이 유지된다.
몰입하는 주제
테마가 있는 여행 책, 특히 에세이를 더 쓰고 싶다. 최근 ‘즐거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여행 에세이 쓰기 강의에서도 수강생들과 책을 만들 계획이라 글을 첨삭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성장의 원동력
혼자서 일하는 프리랜서이기에 타인의 피드백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한번 함께 일했던 이들이 이직 소식을 알리며 다시 원고 청탁을 할 때 내 글이 괜찮다는 안도감과 확신이 든다.
우지경은 여행 경력 27년 차의 베테랑 여행 작가다. 가이드북과 에세이를 포함해 펴낸 책만 총 9권이다. 그런 그에게 책상은 수없이 많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도 마침내 돌아오는 장소다. “처음엔 카페에서, 급할 땐 비행기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언제든 마음 편히 앉을 수 있는 지정석은 내 책상뿐이더라고요.” 그는 매일 오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커피 한 잔을 내려 서재로 출근한다. “4년 전 이 집으로 오면서 서재를 새로 꾸렸어요. ‘식물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빈티지 북 카페’를 콘셉트로 삼았죠. 인테리어 공사 직전에 간 대만 타이베이의 티 하우스에서 영감을 얻어 초록색 벽지를 백방으로 찾았어요.”
그는 오각형 원룸에서 자취하던 시절, 가구 배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식탁을 벽에 붙이지 않고 한가운데에 두니 그곳에서 식사도 하고, TV도 보는 등 생활 전반이 편리해졌다. “공간의 주인으로서 스스로가 중심이 되었으면 해요. 지금도 책상을 서재의 중심에 두는 것이 원칙이에요.” 이전까지 6인용 식탁을 쓰다가 새로운 서재에 걸맞은 새 책상도 들였다. “식탁은 폭이 넓었지만, 높이가 너무 낮더라고요. 어떤 의자에 앉더라도 편한 높이와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넉넉한 수납을 기준으로 책상을 선택했어요.”
대학생 때 유럽으로 떠난 첫 배낭여행은 그를 여행에 눈뜨게 했다. “영국 여행사 ‘콘티키’에서 파는 국제 조인트 배낭여행 상품이었는데, 외국 친구들이랑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숙박은 캠핑장에서 했어요. 완전 딴 세상이었죠.” 졸업 후엔 브랜드 네이미스트를 거쳐 홍보 담당자로 일했다. 63빌딩 내 각종 시설을 홍보하면서 일간지 여행면을 살피다 호기심에 여행 작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이직해서 열심히 일에 매진하던 중 수업 동기들의 출간 소식이 마음속 불을 지폈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안에 여행 작가가 되지 못하면 다시 취직하겠다는 각오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여행이 또 하나의 삶으로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세로로 세운 모니터, 마치 세트처럼 색깔을 맞춘 손목 받침대와 마우스패드 등 그의 책상 위는 집필에 최적화되어 있다. 목차 구성부터 취재, 원고 작성까지 한 권의 가이드북이 나오는 데는 아무리 짧아도 6개월 이상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 이어진다. “정보성 기사나 가이드북은 취재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니 오래 걸려요. 다른 가이드북이나 책을 잔뜩 쌓아두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기도 해요.” 국내에 고립된 팬데믹 기간에는 ‘여행을 못 가면 여행지를 내 집에 들이면 된다’는 마음을 담아 첫 번째 에세이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을 쓰며 나름의 도전을 했다. 친구를 따라 마작을 배우고 언젠가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마작을 치겠다는 로망을 품은 것도 그때의 일이다.
오랜 기간 여행하고, 이를 업으로 삼은 그의 여행 스타일은 어떨까? “점점 더 겁이 없어지고, 짐도 적어졌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출장과 달리 사적인 여행을 할 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는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여행으로 남편과 함께 떠난 스코틀랜드 여행을 꼽았다. “두메산골 같은 외딴 지역을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더 갔어요. 둘 다 위스키를 좋아해서 증류소 투어를 하는데, 렌터카 타이어가 터지고 날씨 탓에 숙소에 갇히기도 했어요. 전화위복이라고 숙소에 딸린 펍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취해서 놀았던 게 오히려 재밌고 좋았어요.”
우지경 작가에게 여행하며 글을 쓰는 건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자 삶 그 자체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행지에서도 할 수 있으면 한층 풍성한 여행이 될 거예요.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증류소를 찾아가고 하와이에서 바다 수영을 즐긴 것처럼요. 앞으로는 테마가 뚜렷한 깊은 여행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싶어요.” 저서를 비롯해 다양한 책, 여행지에서 사 온 아기자기한 소품, 푸릇푸릇한 식물 등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여행의 추억을 글로 엮는 그가 일상을 함께하는 도구 세 가지를 골랐다.
[on the DESK]
1, 2.북마크. 비취로 만든 배추 모양의 장식품이 달린 것,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 모양을 한 것 등 다양한 북마크를 수집했다.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책장 사이에 꽂아둔다.
3.문진.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참고해야 하는 책을 펼쳐 고정할 때 요긴하다. 최근에는 아크릴 소재의 책 모양 문진을 자주 사용한다.
4.향수. 작년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는 면세점에서 샀다. 고민 끝에 파리 중심에 있는 비밀 정원을 그려낸 향을 골랐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뿌린다.